[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예상가가 전문가 되려면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거역할 수 없는 생존의 논리다.

언제부턴가 예상가 스스로 자칭 전문가라 부르고 예상지도 전문지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이 뭐 그리 대수겠냐만 예상가라는 호칭이 초라해서 보다는, 보다 전문적인 무장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필요 때문이라는 게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마 석 달만 하면 남들 보라고 예상한다. 전문위원이라는 그럴듯한 명함을 새기고 데뷔한다. 유료 문자정보 고객을 모집하고 초보 경마팬을 현혹해서 돈벌이에 나서기도 한다. 함량 미달의 기존 예상가들도 부지기수다. 별정중량은 고사하고 핸디캡 경주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정을 안다고 안도하지 마라. 그게 전부가 아니다. 경마전문가가 구비해야 할 소양은 소비자에 대한 고객 서비스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느냐 에서 출발해야 한다.

환수율을 자랑하고 적중률을 과시하고 가뭄에 콩 나듯이 고 배당을 적중시켰다는 자화자찬은 상술이다. 그들이 돈 따게 해주지 못한다. 아무리 자랑을 해도 대한민국 예상하는 사람 중에 환수율 따져서 그 누구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는데도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펀드 매니저라 불러 달란다. 한 술 더 떠 이건 무슨 조직폭력배를 직원으로 고용하는 흥신소도 아닐 텐데 경마해서 잃은 돈을 찾아주겠다고 광고한다. 그럴 수 있다면, 그동안 잃은 돈을 찾아 줄 수 있다면 그의 발을 핥겠다. 왜?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면 그들이 예상을 팔아먹고 살겠는가. 자기 돈으로 마권 사서 떼부자 되고 호의호식하지 미쳤다고 남 돈벌게 해 주냔 말이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웬만한 기수 조교사는 빌딩 수십 채에 외제차 굴려야 하고 본인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할 수 없어야 맞다.

경마판의 예상가들은 그동안 무풍지대에서 살아왔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의 바람잡이가 "어차피 주식으론 돈벌 수 없습니다. 그나마 적게 잃도록 해드리겠습니다"라고 광고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하지만, 마판에서는 통하는 얘기다. 그것은 경마가 불확실성의 게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예상가의 생명력이 길 수밖에 없고 웬만한 허물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아니, 애당초 경마의 속성을 알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매한 무리가 민중이라 했지만 경마팬들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차림은 남루하고 행색은 보잘 것 없어 보일지 몰라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면 개성이 강하고 집중력과 판단력이 남다른 인물들의 집단이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예상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얼빠진 예상가는 계몽하고 계도해야 할 대상으로 경마팬을 하대한다. 심지어는 자신을 신격화시켜 오만과 방자를 서슴지 않는다.

묵묵히 새벽 조교 현장을 지키고 지난 경주 녹화 테이프를 베개 삼으며 출마표가 나오면 밤샘 작업을 기본으로 노력하는 예상가들이 많다. 말의 구조 형태(conformation)와 혈통과 트레이닝의 결과를 능력 비율로 환산하고 경주마의 질병이 경주능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은 전문가라 부르는 것이 옳다. 그렇지만, 전문가 밑의 2군 정도로 분류해야 하는 예상가 만큼도 안 되는 사이비들이 문제다.

전문가와 사이비 예상가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짧은 상상력에 의존한 것에 불과한 우승 예측 마번을 소비자에게 수혜한다고 목에 힘주는 애들이 사이비다. 자기는 찬 바람 맞으며 새벽 조교를 본다고 어줍짢은 동정을 호소하거나 예시장에 가보면 출주하는 말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으니 자기 말대로 마권 사라 하면 대략 양아치다. 지난해에만도 2조 원에 가까운 세금을 경마장에 바친 경마팬들을 긍휼(矜恤)히 여겨 도탄에서 구해주겠노라고 엄숙하게 말하는 이가 있다면 사기꾼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이비 예상가들의 난립은 경마의 정답에 겸허하게 접근하려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누를 끼치는 파렴치한 범죄와 다르지 않으며 경마팬의 피해를 수반하는 독버섯이다. 경마 전문가의 역할은 결승선을 통과할 마필의 순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떠 벌일 게 아니라 주말에만 경마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경마팬들에게 우승마 선정의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반인들이 엄두도 못 낼 새벽 조교 상태를 기록하고 지난 경주 복기를 통해 마필의 절대능력을 평가해두고 당일 현장의 마필 컨디션 등을 전해주는 것이 임무다. 그러한 수고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당한 논리이며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가 되는 것이다.

국내에 번역된 '우승마를 찾아라'의 저자로도 유명한 워싱턴 포스트지(紙)의 경마 칼럼니스트 앤드루 베이어(Andrew Beyer)는 "경마 예상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는 축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버드 재학시절부터 배팅을 했고 78년부터 칼럼을 쓰면서 예상을 시작한 그의 염려는 우리에게 던지는 멋진 충고다.

사이비 예상가들의 난립으로 인한 무질서는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현명한 경마 소비자 스스로가 옥석을 가려서 그들에게 껍데기는 가라고 충고해 주자. 그러한 의식이 행동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경마팬은 호구라는 치욕적인 호칭을 달고 다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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