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7억 원의 비용을 들여 내년 5월, 개장을 목표로 하는 부산 경남 경마장의 신규 마주 모집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지난 달 말에 부산, 창원, 대구지역에서 마주 희망자를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개장까지는 정확하게 1년이 남은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라면 600명까지 계산했던 선발 인원은 현재 유동적이지만 300명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마 시행일수는 물론이고 경주마 수급, 경주체계, 경마상금 등이 앞으로의 여건 변화와 정부의 승인과정에 따라 조정과정을 거치게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인적 자원의 구성은 순조로워 보이지만 경주마 수급의 주체가 될 마주의 모집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전국 네 군데에서 마주 모집 설명회를 열었지만 관심을 갖고 참여한 희망자의 참석률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인 사회 경기의 침체와 경마에 대한 지방의 인식이 낮다는 점이 그 원인이 되겠지만 이를 계기로 마주 형태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마주 제도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93년에 단일 마주제에서 전환되었으니 햇수로 벌써 12년째를 맞이하는 우리의 개인 마주제는 그동안 생소했던 마주라는 계층이 탄생함으로써 사회적 이목을 받고 경마의 폐쇄적 인식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명예가 있는 인물들을 선발 대상으로 하다보니 각계각층의 분야에 경마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층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마필 관계자의 신분도 동반 격상되는 혜택을 얻게됐다.

하지만,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명예를 존중할 줄 아는 사회적 인물들에 한해 마주 자격을 부여하였으나 마주 신분을 배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명예보다는 실익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바람직스럽지 못한 광경들을 연출하기도 한다. 실예로 국회 농림수산위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경마팬 1인당 평균 배팅액이 44만원인데 비해 마주실의 그것은 2,299만원으로 5배가 높으며 지난해 8월 일반석의 환급률은 71%였지만 마주와 친인척이 이용하는 마주실의 경우 마권구매액은 12억 1천만 원에 환급액은 10억8천만 원으로 환급률이 일반석보다 19%나 높은 90%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마주단체는 이미 분열되었으며 수구세력으로 구분되는 마주협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사교와 교양을 공유하는 클럽으로서의 역할이 퇴색하면서 목적이 불분명한 경쟁과 불화, 반목과 시기가 난무하는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게다가 2개월 이상 위탁관리비를 체납한 마주가 105명이며 5개월 이상 고의적인 연체자도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마필관리자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경마가 대중성을 확보하고 질 높은 경주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는 경마를 사랑하는 폭 넓은 층이 참가하는 다양한 마주 층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한 새로운 마주 형태의 도입 방안과 관련하여 지난해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탭댄스시티'(Tap Dance City)가 자팬 컵(Japan Cup)에서 우승할 때 환호한 그의 마주는 모두 500명이었다. 마주 자격이 있는 '준마 호스클럽'이 회원을 모집하여 구입비용과 위탁료 등을 분담하여 걷고 경주 상금도 분배했다. 사실상의 마주인 회원들은 1주당 60만원에 발행된 500주식을 형편에 맞게 보유했던 것이다. 그들 모두가 제23회 저팬컵의 우승마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호스클럽 제도는 부담 없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주마를 소유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경마의 대중성을 쉽게 확보하고 신규 마주의 부족을 해결한다. 일본마사회(JRA)가 2001년에 채택한 새로운 마주 형태인 '조합마주제도'의 도입 취지가 바로 "단독으로 말을 가질 수 없지만 경마라는 공통의 취미를 가지는 동호인을 모아 공동으로 말을 달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마전문지 블러드호스(Blood Horse)는 일본을 부러워하며 경주마 보유에 관심있는 미국의 경마팬이 수 백만 명이나 되는 걸 고려하면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자고 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궁극적으로 2010년 이후에는 마주 제한을 전면 개방하여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마의 몰락과 지방 경마장 시대를 여는 시점에서는 공유 마주제도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그 때가 되면 우리의 마주제도는 더욱 사익화되어 기득권만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경주마가 경주로를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응원하기 위해 그것도 수백 명의 경마팬 공동마주가 경마공원의 파란 잔디밭에 모여 환호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의 마주제도는 더 이상 소수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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