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가 일요일 출마표를 토요일자와 마찬가지로 목요일로 앞당겨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팬들은 환영한다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예상지 업체에서는 효과적인 편집의 묘를 잠시 고민할 필요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고민도 잠깐, 오히려 환영성명을 내야할 판이었다. 촉박한 제작 여건 아래서 하루를 덤으로 주면 그만큼 환경이 개선되는 셈이다. 이건 결과적으로 예상의 완성도를 높이고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경마팬의 요구에 부합하는 일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목요일 오전에 출마 투표한 주말 이틀 치 가운데 마사회가 일요일 출마표를 하루 늦게 발표해 온 것을 이제는 한꺼번에 하겠다는 방침은 경마장을 경천동지(驚天動地)하게 할 사건이 절대 아니었다. 굳이 의미를 찾으라면 시차를 두고 해 온 기존의  방식이 필요 없는 오해를 불러왔기 때문에 이를 불식하고 경마팬의 만족도를 높여 신뢰받는 마판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풀이해야 한다. 또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경마 언론의 정론이었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경마 언론이라 자칭하는 스포츠 신문들은 공개 시간을 앞당긴 만큼 부정경마의 개연성도 높아졌고 마사회가 대다수 경마관계자들의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의혹이 있는 건 아니냐며 눈을 흘겼다. 마사회의 정책 결정 상대가 자신들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KRA 홈페이지 '마사회에 바란다'를 꼼꼼히 살펴보고 경마팬들의 요구 사항이 뭐였는지를 알고 있었다면 뚱딴지처럼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단 소리는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자고로 명분 없는 트집을 잡다 보면 논리가 궁색해지는 법이다. 웬만한 경마 관계자들이야 목요일 오전이면 일요일 출마표를 다 안다. 아니, 월요일 조교장에서는 그 주 출주마를 대략 파악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다 아는 걸 하루씩이나 재웠다가 발표한 거였다. 되레 그게 문제였지 어떻게 정상적인 공개가 잘못이라고 딴죽을 거는지 모르겠다.

딴지 정도가 아니라 "일요일 출마표를 목요일에 공개하면 사흘이 걸리므로 이 기간 동안 승부조작 할 우려가 높다"고 노골적인 시비를 걸기까지 했다. 이틀 전에 공개하면 공정 경마가 가능하지만 사흘이면 안 된다는 거다. 이런 유치하고 무식을 내놓고 자랑하는 기자정신이라면 뚝섬 시절에는 당일 새벽 4시에 출마표를 공개했으니 다시 그렇게 하자고 우기던가  아니면, 예상지는 경마 당일에만 판매를 하게 해서 출마표가 궁금한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스포츠 신문 사보라고 하는 게 차라리 솔직했다.

최종 확정 전일지라도 보름 후에나 벌어지는 핸디캡 경주 출마표를 마사회는 공개한다. 핸디캡 경주는 그렇게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부정경마의 음모에 대해서는 왜 침묵했는가. 알고서도 모른 척했다면 부정경마의 공범이며 몰랐다면 앞으로는 경마 기자라는 얘기 어디 가서 하면 안 되는 거다. 마사회가 매년 큰 돈 들여 스포츠기자들 해외 관광시켜줄 때, 홍콩에 가서는 뭐했나. 논리대로라면 일주일 전부터 가판대에서 예상지를 접할 수 있는 홍콩은 말 컨디션 뒤바꾸고 기수, 조교사 매수해서 승부 조작하는 부정 경마의 온상지일텐데.

물론 안다. 스포츠신문들 요즘 장사 안돼서 난리인 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나마 경마장에서 눈먼 광고 잡아서 체면이랍시고 유지하는 판에 어디선가 바람처럼 무료 스포츠신문이 등장했다. 시대의 조류를 정확히 꿰뚫고 야심 차게 시작한 신문이다. 일반 황색찌라시인 스포츠지보다 재밌고 공짜니깐 누가 울상인지는 불문가지. 그러던 차에 금요일 아침신문까지만 발행하는 그들이 마사회의 출마표 동시공개 방침에 따라 일요일 출마표를 게재할 수 있게 됐으니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오려는 거다. 그렇지만, 무료신문을 물어뜯을 명분은 없고 잘못 건 들였다 가는 피박 쓸 게 뻔하니 할 수 없이 만만한 마사회를 물고 늘어지는 거다.

뿐만 아니라 예상지 업체들에게 "이젠 니네나 우리나 모두 굶어 죽게 됐다"고 선동한다. 토요일자에 일요 출마표를 실어야하니 원가 부담이 상승할 거고 팬들이 합본을 만들라고 요구하면 추가로 발생할 재고 부담을 다 어쩔거며, 메이저 업체에겐 합본을 해서 두 배 가격에 팔면 아무도 안 살 거라고 귓속말로 약을 올리는 모양이다.

편의점 등을 통한 사전 구매의 비율이 높은 예상지는 합본을 요구하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도 있다. 그들은 휴대가 다소 불편할지라도 이틀 동안 한 권의 예상지를 들고 다닐 각오를 할지도 모른다. 저가지 업체는 합본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가격에 구애받는 그들의 수요층은 예상지의 비중을 낮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거의 일회용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합본만을 제공한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고 중복구매를 통한 판매 증가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합본이 대세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토요 경마 끝나고 보던 책을 집으로 들고 갈 수 있는 팬은 전체의 20%를 넘지 않는다. 그 중에서 양일 모두를 투자하는 개근생은 비율이 더욱 떨어진다. 또, 그들이 모두 예상지를 구매하지도 않을뿐더러 업체별로 실수요자를 나누면 마케팅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이미 가격의 차별화로 다변화된 시장에서 업체별로 자신들의 고객 성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차별화된 판매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예상지들은 토요일 판에 일요일 출마 현황을 추가하는 선에서 현행 포맷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경마정보 시장의 혁명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일부의 견해는 다소 성급한 추측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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