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대부분의 문명이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흘러 들어 갔으나, 최근에는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성 문화도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다.
몇 년전만 해도 한국에 목욕과 안마, 섹스 셋트로 해 파는 풍속업 가운데 터키탕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도 일본에서 건너온 하나의 성산업 업종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마치 터키라는 특정국가를 `매춘의 천국'으로 매도하는 느낌을 준다는 터키 정부의 항의에 따라 1996년 증기탕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이 바뀌면서 `여성 입욕보조원'이라고 불리는 여성 종사자들도 2년 이후인 98년부터는 모두 없애기로 했으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아직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 터키탕이란 것이 원래는 일본의 도루코탕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은 지금도 터키로 도루코로 부른다. 즉 일본의 도루코탕이 60년대 초 한일관계 개선을 계기로 해서 국내에 유입됐다는 게 정설이다. 명분은 외화획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영업허가도 외국인이 많이 묵는 고급호텔에만 내줬다.
일본에서 도루코탕이란 이름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해서 잘 알려진 것은 없는 듯하다. 다만 속설에는 1951년도에 일본의 중심가인 긴자의 한 목욕탕에 칸막이를 한 한증막이 생겼고 그것을 터키탕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칸막이의 은밀한 장소이다 보니까 성을 매개로 한 영업이 이뤄졌고 급기야는 그런 것을 하는 업종이 도루코탕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도루코탕은 우리보다 10여년 전인 1984년에 이름이 `비누세계'라는 뜻의 소프란도(soap land)로 바뀌었다. 아마 도루코탕에서 이뤄지는 안마가 비누거품을 이용해 이뤄지는 데서 따온 것같다. 이 이름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도루코탕이 소프란도란 이름으로 바뀐 데는 터키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속설에 따른 배경은 다음과 같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창 일본에서 도루코탕이 각광을 받고 있던 1980년대에 도루코탕을 운영하는 한 엉뚱한 사람이 자기 가게의 상호를 `대사관'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이 집에 은밀하게 가려는 고객들이 이 가게의 전화번호를 전화국에 문의하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즉 전화국에서는 이들이 도루코탕 `대사관' 전화번호를 물어는데 이를 착각하고 진짜 터기 대사관, 즉 도루코 대사관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터키 대사관쪽은 이상한 전화번호가 자주 걸려오자 그 배경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분개했다. 터키 대사관쪽은 차제에 일본정부에 나라에 불명예를 안기는 도루코탕이라는 업종의 명칭 변경을 세게 요구했고, 일본정부쪽도 결국 이를 받아들여 도루코탕이 소프란드로 됐다는 것이 믿거나 말거나 수준에서 회자되는 `대략의 줄거리'이다.
사실 이름이야 어떻든 세계 어느 곳이든 성을 사고파는 업종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업종의 이름을 어느 특정한 나라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짓는 것은 좀 문제가 심한 것같다. 그 업종을 통해 그 나라의 인상이 실체와는 관계없이 나쁘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3년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도쿄 시내에서 밤에 번쩍번쩍한 불빛 테를 두른 간판에서 `한국식 에스테'라는 이름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간혹 `중국식' 또는 `대만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에스테라는 간판도 있다. 이것을 보고 뭔가 이상해 잘아는 교포에게 물으니 거의 예전의 도루코탕과 비슷한 것이라는 것이다.
왜 `한국식'이라는 접두사가 붙었는가 하면 업종이 한국에서 건너온 것이고 거기에 종사하는 여종업원 가운데 한국에서 온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도 없는 에스테라는 업종이 `한국식'이라는 이름을 버젓히 붙인 채 성을 팔고사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터키정부가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떠올린다. 왜 아직 한국정부나 대사관은 `한국식'이라는 이름을 붙인 풍속업이 도쿄의 도심에 번창하고 있는데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가 궁금하다.
실제 일본의 젊은이의 상당수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심지어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젊은이도 많다. 이들이 과연 성인이 돼 첫 번째로 접하는 한국이란 나라가 `한국식' 에스테의 경험에서 형성된다고 하면 얼마나 끔직한 일이겠는가. 아마 한국은 `섹스천국'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일이 도루코탕이나 터키탕까지 진전되기 전에 한국정부의 강력하고 발빠른 대응을 기대해본다.
오태규 기자 o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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