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통령님,
참여정부 출범이후 숱한 갈등과 혼란의 어려움 속에서도 진정한 민주사회로 가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와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후 대통령님께서는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원칙있는 개혁에 대해 더욱 강한 의지를 밝혀 주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마사회 상임이사 임용과 관련하여 드러나고 있는 참여정부의 모습은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원칙과 개혁이 있는 것인지 우리 직원들은 정녕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한 산하기관 등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공공기업과 기관의 임원 인사에 있어 과거부터 특정인 배려 차원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공공연히 있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마사회의 경우에도 회장, 부회장, 감사는 법적으로 감독부처의 장관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 만큼 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정부의 뜻대로 인사권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모자라서인지 마사회는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의 임명에 있어 회장이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명되는 절차를 이용하여 그 직무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아닌 낙하산 인사가 다반사로 이루어져 왔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이번 마사회 상임이사 임용에 있어 외부인사가 내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사회 역사상 처음으로 참여정부에서 내부승진을 통해 임명했다는 현 마사회장께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책임경영을 말씀하시지만 외부에서 내정된 인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저 말뿐인 책임경영이었음에 직원들은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질적 임명권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상임이사 임용과 관련하여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 마사회 상임이사로 내정된 분들은 어떠한 학식과 경험을 고려하여 내정된 것입니까? 또한 검증 과정도 전혀 없이 꼭 찍어 내정자를 통보하는 식의 이러한 임명과정이 원칙과 개혁을 말하는 참여정부가 과연 과거의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정된 분들이 공통적으로 대통령님을 위해 자신의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신 분들이라는 점 외에는 마사회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분들인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여지껏 우리 직원들은 개혁을 외치며 내려온 많은 외부인사들이 마사회의 발전보다는 이권과 같은 잿밥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의 영달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 온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로 인해 어떤 분은 임기중에 구속되는가 하면 어떤 분은 임기를 마치고 난 후에도 불미스런 일로 여론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마사회 직원들은 책임경영과 자율경영을 위해 단계적으로 회장을 포함한 임원 모두가 전문성을 갖춘 내부인사로 임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마사회 직원들은 당분간 외부인사의 임용을 일정 부분 수용하더라도 오로지 사심없이 마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할 분이 임용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마사회 상임이사의 내정이 경영위기에 처한 마사회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인사가 아닌 내 식구 챙기기 차원의 인사라면 거두어 주십시오. 이번 마사회 상임이사와 관련한 인사가 과거와 같은 소수에 의한, 배려를 위한, 밀실의 인사가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대통령님의 말씀대로 참여 정부의 원칙과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건강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4년 5월 20일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위원장 노병준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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