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이 내일모레인 딸래미 앞에서 대판 싸우고 엄마 아빠는 헤어지자고 쉽게 도장도 찍었습니다.
재차 삼차 생각해봐도 잘못은 제게 있습니다.
때 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릴지언정 그러나 추호도 화해를 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툼의 근간은 역시 경마때문이었습니다.
지난 봄 일을 했었습니다.
한달 백오십만원을 월급으로 받기로 하고 현장 직영으로 다녔지요.
그러나 한달 보름동안 일을 했지만 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고 착수금으로 쥐꼬리만큼만 받고 일한 철거하청업자와 골조건축업자또한 마찬가지로 잔금은 커녕 중도금을 못받아 쩔쩔매었지요.
오야지는 2억공사의 건축주에게서 착수금을 1억받아 기존 건물 철거에 900만원에 하청주면서 착수금을 300준것과 철근콘크리트와 조적등을 업자에게 3천만원에 주면서 선금으로 500준것을 뺀 9천여만원을 경마장에서 잃은게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습니다.
자기는 주머니에 돈이 수백만원있어도 2십만원만 잃으면 더이상은 베팅하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던 오야지였는데...
그나마 양심은 있었는지 제 노임만큼은 며칠후 해결해 주겠노라고 거짓말을 일삼더니 며칠후가 벌써 7개월을 훌쩍 넘겨 추석전이네요.
물론 오야지는 6월부터 잠수중이라 소식이 감감이구요.
마누라는 당근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디다.
돈을 받았는데 못받았다고 하는거 아니냐.
한 술 더 떠 돈을 받아 경마장에 출입하다가 다 잃은거 아니냐.
아니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마쟁이의 변명은 구차스럽기만 합니다.
급기야 경마를 끊으라고 합니다.
나보고 경마를 끊으라고...내가 경마해서 누구처럼 빚더미 올랐냐. 전화도 끊고 그거 아껴 경마하는데... 집어쳐라. 같이 안살고 말지...
그래 경마가 그렇게 좋으면 경마랑 실컫 잘 먹고 잘 살아라.
돈 이백만원때문에 서로의 신뢰와 사랑이 내팽개쳐진다는 현실은 서글프기만합니다.
진정으로 한달 백만원벌어 이십만원씩 꼬박꼬박 말밥을 주긴했어도 그 돈은 만져보도 못했는데...
그러나 무능력자 마쟁이에겐 변명도 사치인듯 싶습니다.
버스는 무정하게 출발했습니다.
아빠얼굴을 본 딸래미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청을 때립니다.
딸래미의 얼굴이 떠오를때마다 증오심은 쌓일겁니다.
마요일이 기다려집니다.
골조하청 오야지는 분당으로 찾으러 가고 철거업자는 인천으로 간다고 합니다. 저는 이번에 사당동지점으로 찾아갈랍니다.
왠지 4층 흡연실에서 오야지를 우연히 맞닥뜨릴것 같은 예감이 스치네요.
이백만원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겠지요.
그러나 딸래미한텐 이렇게 말하렵니다.
경마때문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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