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2006-02-27 07:29:52, Hit : 2412, Vote :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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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전국의 승마인들께!

존경하는 전국의 승마인들께!

안녕하십니까? 사단법인국제청소년심신수련회 산하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의 훈련대장 김명기입니다. 부드러운 봄비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 같던 동장군을 밀어내고 바야흐로 대지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이제 곧 대자연 속을 말달리며 상쾌한 봄바람을 맞을 계절이 돌아옵니다.

그러나 승마계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빙하시대입니다. '어느 승마장이 문닫았다. 어느 교관이 마장을 그만두고 자리를 옮겼다. 또 어느 승마장이 고발당했다.' 라는 식의 분위기 뒤숭숭한 소문만 돌고 있습니다. 실제로 각 마장의 실상을 보면 운영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요즘 승마계엔 농림부와 마사회 등에서 새로 진행하는 정책으로 작은 희망이 움트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바람이 불어 올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그래 봤자지!' 하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승마인들도 많습니다. '10년 전부터 뭔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늘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라는 그분들의 해석도 옳습니다.

그러나 승마를 해서 돈 번 사람 아무도 없다고 해서, 모두가 승마를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승마를 천직으로, 또는 평생의 즐거움을 삼아 누군가에게 승마를 알리고 전달하는 일을 해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의 승마인 여러분들입니다. 승마계의 어려운 현실을 승마인들 스스로가 지켜내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승마계를 위하여 새로운 일들을 만들겠습니까? 누군가가 도움을 주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승마인들 스스로가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은 어린애도 알 정도로 明若觀火(명약관화)합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 볼 때,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되면 승마와 해양스포츠 등 고급 스포츠가 각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2008년이면 국민소득 2만불 시대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1995년에 벌써 약 8,000개의 목장과 승마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고급 스포츠 시대가 열릴 때, 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 그러면 우리나라 인구가 일본의 절반이라고 한다면, 2008년까지 약 4,000여 개의 목장과 승마장이 생겨야 합니다. 2006년 현재 대략 114개 정도의 목장과 그 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승마장이 있습니다. 그나마 대개는 비인가 시설입니다. 우리가 이제 겨우 3년 남은 2008년까지, 4,000 개의 승마장과 목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2008년까지 이런 시설을 채울 만한 승마인구를 양산할 수 있을까요?

만약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서 2만불 시대가 열린다면, 주머니가 넉넉해진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물량과 우수한 시설을 자랑하는 중국이나 몽골로 달려갈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중국이나 몽골로 승마여행을 떠나는 승마인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이에 따른 외화 유출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어쩌면 경마나 나머지 마필 산업도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옮겨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말과 우수한 기승 술을 가진 이들의 경마를 인터넷이나 T.V. 중계로 관전하며, 승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몽골이나 중국 행 비행기 티켓을 끊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한다면 우리에겐 지난 5,000년간 말을 타온 기마 민족의 혈통과, 약 3,800개의 승마장이 생길만한 시장 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사회적인 호응의 예를 들자면 수많은 동호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에는 1996년 5개에 불과하던 동호회가 2003년에 약 500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특별한 레저를 찾아 동호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완전한 주 5일제 근무가 되고 국민소득이 높아져 사회적인 동호회 활동이 늘어난다면 우리 승마 동호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사회적인 조건과 각 승마장과 농가 소득을 생각하는 국가의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는 이때, 우리 승마인들 역시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입니다. 勿失好機(물실호기). 쇠는 새빨갛게 달았을 때 두드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승마장이 신고제로 바뀌고, 산악 승마장, 해변 승마장, 방조제로 된 승마장, 섬으로 된 승마장, 또 농림부가 농가 소득의 일환으로 농촌 관광마을을 지정하고 이들 마을에서 펜션영업이나 간이 승마장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농촌마을에서 말을 생산하고, 그 말을 이용하여 농가 부업을 한 뒤에 마필을 팔아 일본 등에 마육을 수출하는 마필 생산 순환시스템도 마련 중입니다. 머지 않아 국민 누구라도 시골에 휴식을 하러 갔다가 그 마을에서 승마를 할 수 있고, 승마 기술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가까운 승마장을 찾아 승마를 배울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승마 관련 지도자들이 많이 부족하게 될 것입니다. 이 때가 그간 어려웠던 승마 관련 인원들이 허리를 펼 때입니다.

가끔 따듯한 봄의 농로나 서늘한 가을의 산길을 말달릴 때, 농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리 승마인들이, 농민들이 힘들여 생산한 마필을 구매하고 기승 할 최종 고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아마 "우리 마을 농로가 말타기에 좋습니다. 승마인 여러분 어서 오세요." 하고 마을 입구에 현수막이 걸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농민의 고객이 되고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말 타는 놈'들에서 '말 타시는 분'들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면 먼저 승마인구가 몇 배로 늘어나야만 합니다. 요즘 C.F. 나 영화에 말이 달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이것은 상당히 효과적인 간접광고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의 승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국민들이 승마를 싫어한다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C.F.장면에 사용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어느 승마장에 갔더니,
"승마는 왕족의 유물이고, 골프는 양치기의 유물이다." 라고 커다랗게 쓰여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토인비의 말대로 역사가 돌고 돈다면 언젠가는 다시 승마가 골프를 누를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 동안 승마를 하면서 느낀 일반인들의 견해를 보면,
1. 승마용 말은 한 마리에 일억씩 한다. 그러니 돈 많은 재벌들이 아니면 못한다.
2. 승마를 하려면 거리가 멀어서 하루종일 걸린다.
3. 말은 위험하다. 슈퍼맨도 말 타다가 목이 부러져 죽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특히 슈퍼맨이 치명적입니다. (하필이면 말 타다가 떨어져 가지고서는!)

우리는 이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야 합니다. '일부 종마나 선수용 말이 아니라면 500~ 1,000만원, 그러니까 중고차 한 대 가격 정도로도 좋은 말을 살 수 있다. 잘 찾아보면 가까운 승마장은 어디에든 있다. 자동차사고는 이제 뉴스에도 안 난다. 그만큼 승마가 안전하고 사고가 적으니까 뉴스에 나는 것이 아니냐? 다이어트에도 최고고 자세교정에도 좋다. 장 운동에도 그만이다. 21세기 최고의 웰빙 스포츠다.' 저는 그렇게 대답을 해 주곤 합니다. 아마 승마계의 여러 선배분들께서는 더 좋은 답변을 준비하고 계시겠지요. 제게도 한 수 지도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으로 돌아보면 승마계의 앞날을 결코 암울하다고 만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일을 몇 가지로 간추려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레저 승마인들의 수를 늘여야 합니다. 레저 승마를 하다보면 그 중에 특출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승마를 사랑하게 되어 자녀들에게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싶은 분들도 나올 것입니다. 승마인구가 절대적으로 늘어야지만, 마필의 생산이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고, 안장이나 고삐, 승마 복 등의 마구들이 저렴해 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승마가 하나의 당당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이때 그 혜택을 누리는 분들은 당연히 그 동안 고생하며 승마계를 지켜오신 분들이 될 것입니다.

2. 어떻게 할 것인가?

멀리 볼 것이 아니라 가까운 분들, 친구들과 친지들서부터 승마를 권유해야 합니다. 모 종교단체에서 한 식구 늘이기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각 승마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분들을 한 명씩 데리고 오는 겁니다. 또 자녀들의 교내 활동 중에 승마체험 같을 것을 권유하며 자신이 소속된 승마장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급 학교에서 승마장을 찾고, 승마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된 분들이 또 다른 분들을 데리고 오도록 권유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비약하자면 '乘馬敎(승마교) 敎人(교인)이 되어 미쳐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외부의 지원만으로 뭔가가 이루어지기란 불가능합니다.

또한 지금보다 더 많은 대회를 개최해야만 합니다. 구간경기(E.R.) 등을 각 지방별로 개최하여 수많은 국민들이, 말이 달리는 힘찬 발굽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입심 좋은 전문 스타급 해설가가 쉽고 재미있게 해설을 하여, 비슷비슷하게 생긴 마필들이 하는 밋밋한 대회를 재미있게 풀어 주어야만 합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말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더라도, 일반 대중이 '나랑 상관없는 일.' 이라고 느끼면 그것으로 산업으로써의 승마의 미래는 없습니다.  

사람들을 승마로 끌어들이려고만 하지 말고, 말을 사람들에게 데려가고 보여주고 만져 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종 승마 경기를 어느 구석진 승마장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시도의 종합운동장이나 학교 운동장, 마을 공터 등 관전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열어야 합니다. 또 각 지방의 축제 같은 곳의 기마퍼레이드는 사재를 털어서라도 참여해야만 합니다. 일반인들은 각설탕과 당근을 준비해서 말들에게 먹이며 함께 사진을 찍는 단순한 행사도 굉장히 재미있어 합니다.

물론 승마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도 생겨나야 합니다. 전국의 마사고등학교 인재들, 마사회의 전문기수들, 전국 승마장에서 교관을 하시는 분들과 일반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요강을 발표하고, 이들이 차세대의 승마계 棟樑(동량)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들이 좋은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고 전문적으로 승마를 연구하게 되면 그만큼 우리나라는 승마 강국이 될 것입니다.

3. 언제 할 것인가?

물론 지금부터이고 오늘 당장에! 입니다. 제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기마국토대장정을 4차례 하면서 전국의 모든 간선도로를 말로 달렸을 때, 지방 도시를 지날 때마다 말을 처음 보는 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말 싫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작년부터는 신촌 4개 대학과 신촌 거리를 말로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이번 2006년 3월에도 '신촌의 봄'이라는 제하에 신촌 거리 퍼레이드를 합니다. 이것은 추후 모든 승마장이나 협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홍보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촌의 명물을 승마계가 만들고 또한 저마다 멋진 아이디어로 축제의 한마당을 만들자는 의도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중심가인 강남 역에서부터 테헤란로를 달려 잠실 종합운동장의 호돌이 광장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매년 8월이면 기마국토대장정을 했고, 9월에는 경기도 광주시 예술제 퍼레이드를 했고, 그해 10월엔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20여 개 대학에 직접 말을 말 차에 싣고 찾아가서 승마단을 모집했습니다. 말을 타도 꼭 고속도로 곁에서 지나는 차량들에게 잘 보이는 곳에서만 말을 탔고, 외승을 나가도 도로적응훈련이라는 미명하에 시내 한 복판만 말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K.B.S. M.B.C. S.B.S. P.S.B 등의 TV중계와 주요 일간지에 수십번 기사화 되었습니다. TV를 보신 마사회장님의 초대를 받아 대학생 기마단원들과 함께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활동의 결과는

'김명기는 미친 놈이다!'

라는 평가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대단히 잘 된 평가입니다. 저는 어떤 면에서는 미친 것이 맞으니까요. 다만 승마계에 종사하시는 분들 모두가 저처럼 미쳤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미쳐야 미친다.' 라는 금언처럼, 우리들 스스로가 승마 발전을 위해 제대로 미쳐야지만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뭔가를 이루려면, 없는 기회도 만들어야하고 기회가 왔다면 잡아야 합니다. 우리 승마인들은 이제 大同團結(대동단결)하여 기회를 만들어야하는 동시에, 잡기도 해야 합니다. 각 승마장 별로 좋은 의견을 수렴하여 각각의 협회를 통하여 취합한 후, 마사회나 농림부에 제출하여 그들이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주변의 분들께 승마를 권유하고 학생들을 가진 부모들은 학교 행사에 꼭 승마가 끼도록 제안해야만 합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러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하늘에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면, 국민소득 2만불 시대는 황해를 건너가 버릴 것입니다.

존경하는 승마인 여러분.
저는 결코 정통 승마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대학생 기마대장정단을 운영하는 승마계 변두리의 인원입니다. 여러 승마인들께서는 저보다도 더 훌륭한 경험과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랍니다. 부디 지금, 오늘부터라도 승마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우리 모두 일어서 나아갑시다. 여러 승마계 선배 분들께서 발 맞추어 세계로 나가실 적에, 저는 어디서든 작은 초석이 되어 노력하고 있겠습니다. 지루하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승마계의 앞날은 밝습니다. 우리 모두 활발하게!


2006년 2월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훈련대장 김명기  (02-422-9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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