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만 있다더냐. 419도 있고 63도 있다. 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휴머니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온몸을 던지는 헌신성의 강도로만 따진다면야 386은 앞의 버전에 비해 어쩌면 쨉도 않될지도 모른다.
바로 코앞에서 총부리를 겨누고 있던 군경을 향해 목숨걸고 돌진했던 419가 386보다 낮은 버전이라고 시건방지게 아가리를 놀려대는 자 누구냐. 50여년을 일제의 압제에 시달린 민중의 자존심은 눈꼽만큼도 고려하지 않은채 뭐가 그리 급하다고 돈 몇푼 받고 후다닥 일본과의 수교교섭을 강행한 작자들에 맞서 싸운 63버전의 절규의 깊이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감히 386이 최고라고 자꾸 떠드느냐.
이제 막 제도정치권에 진입한 이인영, 허인회, 우상호, 임종석, 정태근 등의 귓구녕에 위와같이 외치고 싶다. 이는 곧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하는 순간 당신들도 싫던 좋던 419 및 63버전과 같은 반열에 놓이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쓴소리인 것이다.
이제는 당신들이 열정적인 학우들과 함께 선두에서서 최루탄을 들이마시고 캑캑대고 있을 때 매몰차게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은채 도서관에 쳐박혀 있었던 대다수 동시대 학우들이 당신들의 출현을 반기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조차 못느낄만큼 당신들 자신이 사상적으로 폭삭 늙어 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좋게 국회의사당에 입성을 하게 된다면 당신들이 80년대에 그토록 나불댔던 말들의 주요 근본이념(평화통일 등)들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품고 용감하게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들이 선창했던 구호를 생생히 기억하는 그때 그 교정과 거리의 사람들이 당신들을 주시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순간, 21세기 버전들은 419나 63이나 386이나 그 나물이 그 나물로 인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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