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자 :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여간 재미있지 않습니다. 여기에 동물을 대상으로 돈을 건다면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경마, 소싸움 대회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최근 국내 최초로 그레이하운드 레이싱 즉, 개 경주 대회가 열려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겉으로는 국민적인 오락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에는 동물들을 이용해서 도박성있는 베팅산업에 총알을 꿈꾸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임왕석 / 영상편집 함상호 / AD 김은영
그레이하운드 레이싱, 경견 대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달리는 개 경주에서 매끈한 몸매의 경견들이 최고 시속 60~70km로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관객들은 신기한 표정입니다.
이종숙 / 대구 거주 (30세) : 처음 봐서 그런지 애기도 좋아하고...
최종춘 / 대구거주 (35세) : 신선하고 처음이다 보니까...
이용희 / 재천 거주 (12세) : 아빠하고 뭐가 1등 하는가요, 그거 그냥 내기해보고 있어요.
참가한 개들 중에는 개인 소유로 경견용으로 훈련되지 않은 것도 있어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곤 합니다.
- 아가씨도 소변 볼 때 누가 끌면 좋겠냐구요?
- 저 안 끌었어요.
- 안 좋아하니까 끌지 말라구요.
견주들의 기대도 큽니다.
- 몇 등 했어요?
이장백 / 56세 : 꼴등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경견용으로 중점적으로 제가 훈련을 시킬 예정입니다. 이런 계기가 되어서 더욱더 발벗고 나서서 꼭 우리 지역에 이런 좋은 경주장을 하나 만들기로 제가...
견경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 지방축제로 유치됐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주최측은 경마장처럼 돈을 걸 수 있는 베팅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습니다.
김수환 / 한국 그레이하운드 파크 사장 : 외국 같은 경우를 보면 이 경견을 선호하는 게 첫째 조작이 없다는 거죠. 순수한 경견 레이싱하는 거... 사람이 운전을 하는 거는 아무래도 어떤 조작도 있을 수가 있겠지만...
그러나 사력을 다해 뛰는 그레이하운드들에게 하루에 여러 경기는 무리였나 봅니다.
특히 마지막 결승 경기는 더욱 심했습니다. 사흘 뒤 경견 사육장입니다. 그런데 경기에 참여했던 경견들의 상태가 좋질 않습니다. 그레이하운드에게만 나타나는 그린트랙 디즈이즈라는 병입니다.
김 정 / 그레이하운드 사육사 : 예선, 결승, 준결승이 있었기 때문에 개는 모자라고 그렇게 뛰어야 일등을 가릴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렇게 뛴 거고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좋은 시설이 생기고 아마 좋은 경견 경주가 생기면 한 번 뛸 거예요. 두 번, 세 번 안 뛸 거예요.
- 자, 먹자.
- 이건 특식이네요?
- 네. 얘들이 아프면 잘 안 먹고 그래서요. 이걸 한 개 정도 주면 아주 보충이 됩니다. 자 먹어, 먹어...
- 이게 무슨 고기예요?
- 소고기입니다. 이게 비싸긴 해도 얘들에 비하면 싼 겁니다.
원래 진돗개 사육장이었지만 앞으로 경견만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김 정 / 그레이하운드 사육사 : 8마리씩 1회 뛰는데 하루에 10회 한다면 80마리죠. 3일간 한다면 240마리죠. 4주간 한다고는 약 9백 몇 십 마리 되죠. 그게 3개월 간 쉬어야 (다시 뛸 수 있으니) 하니 3개월동안 있으면 7, 8천 마리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경견 한 마리 값이 2천만 원에 이르니까 잘만 되면 경견 사육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견주들 못지 않게 경견 사업 활성화를 바라는 건 아마도 지방자치단체일
겁니다.
제천시 공무원 : 여기 중간쯤 되서요. 이 조그만 야산, 그 다음 여기 산 끝까지.
- 여기 그럼 뭐 뭐가 들어서는 거죠?
여기가 축구장, 경견 할 수 있는 축구장하고 콘도, 이런 부대시설이 들어가는 거죠.
충북 제천씨는 아직 경견사업이 법제화되지 않았는데도 내년에 경견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경마나 경륜처럼 배팅 즉, 도박성이 가미돼야 한다는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권희필 / 제천시장 : 앞으로는 법을 바꿔서라도 베팅 할 수 있는 이런 신사적인 게임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만 거기에 대한 지방세 수익도 많이 오라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달에 몇 번 정도의 경견대회가 있다면 연간 한 100억 정도의 지방세가 오르지 않겠느냐, 징수가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도 해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소싸움 축제엔 9일 동안 무려 60만 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청도군 전체가 떠들썩했습니다.
이상순 / 청도군수 : 주유소 기름도 동이 나고 잘 팔리고 또 고깃점에 추어탕 집에 안 팔리는 게 없죠. 첫째는 사람이 많아야 라면봉지가 팔리든 뭐가 팔리든 사람이 많아야 되거든요.
축산 농가들의 기대도 대단합니다.
채장희 / 청도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 출전수당 받고... 우리 농가소득이 되는... 여태까지 싸움소는 취미 삼아 했거든요. 근데 취미가 아니고 이제는 전업으로 싸움소 해서...
청도군은 다음 달 중에 소싸움 경기장이 완성되면 매 주말마다 경기를 열 생각입니다.
이미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곧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순 / 청도군수 : ...하루에 한 8회 게임 정도 하면 그건 뭐 그거 가지고 서는 하루에 예를 들면 땄다 그러면 한 많이 따봐도 한 20만 원, 잃었다 그러면 5만원에서 10만원 잃었다. 1주일에 와서... 그러면 우리 보통 앉아 가지고 고스톱해도 그 정도는 잃고 따잖아요.
그러나 소싸움 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도박꾼 : 누가 네 배 줄 사람 있으면, 백 만원 가져가라. 다섯 배 필요 없고, 네 배만 줘. 3천만원 걸렸어요. 수 십 명이 수 백 명이 하는 거니까... 소 팔아 가지고 소 값 다 내다버리는 수도 있어요.
- 소 팔아 가지고?
예, 싸움소 팔아 가지고.
개 경주가 됐던 소싸움이 됐던 일단 도박성이 가미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장담하는 것
처럼 오락이나 재미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우려는 경마장에 가보면 바로 현실로 다가옵니다. 현재 경마 인구는 1,300만 명,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경마에 손을 댔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입니다. 경마장으로 향하는 인파, 우승 말을 예상하는 각종 경마 예상지들, 매주 주말 때마다 경마장 앞은 북새통입니다. 경마장 안으로 들어서자 저마다 대박을 터트려 보겠다며 몰려든 경마객들 사이에 살벌한 긴장감마저 흐릅니다.
경기마다 배팅에 걸리는 돈이 60~70억 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올해 최고액수의 배당인 1800배가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원을 건 사람은 1800만원, 최고 제한 액수인 10만원을 배팅한 사람은 1억 8천만 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고배당이 터질수록 대부분의 경마객들은 돈을 잃게 됩니다.
신성훈 / 파워경마 편집부장 : 대부분은 빈털터리가 되는 거죠.
- 고배당이 터지면, 반대로?
그렇죠. 고배당이 발생을 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말에다가 돈을 많이 걸지 않았다
는 뜻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은 팬들이 그 날은 주머니를 털리
는 그런 날이 되는 거죠.
이처럼 강한 도박성 때문에 경마를 하다 낭패를 본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
니다.
도박꾼 : 누구를 막론하고 여기서 안 잃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스스로 죄책감 들어 집에 못 들어가는 거지 미안하니까... 이 경마 배우면 전부 정신병자 되요.
- 낮에는 노가다판에 다니고 돈을 벌어서 몇 푼 되면 또 경마장 오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언젠가 한번은 되겠지 뭐.
지금까지 총 860여 승을 올려서 경마사상 최고의 기수로 평가받는 박태종씨, 그 역시
경마로는 절대 돈을 딸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박태종 / 기수.총865승.랭킹1위 : 제가 기수가 아니고 바깥에 사람이라면 경마를 안 하겠어요.
- 왜요?
그만큼 어려우니까요. 맞추기가... 확률은 맞추기도 어렵지만 진짜 자기가 강력한 우승마 타고서도 장담을 못할 정도니까요. 기수가...
- 박태종 기수 걸로 베팅을 하면 확률이 높은 거 아닙니까?
그렇지도 않아요. 또... 기수보고 마권을 계속 산다고 그러면 돈 빨리 잃는 방법 중의 한 가지죠.
지난해 마사회 매출액은 6조원이었습니다. 정부예산의 6%에 해당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그 대부분이 경마객들의 주머니에서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경기를 막 마친 말들이 들어오는 마방을 찾아갔습니다.
- 한번 뛰면, 다리에 지금 피가 나잖아요. 저쪽 저쪽으로. 그런데 한 번 뛰고 들어오면 일주일은 쉬어야 되요. 그러니까 계속 잘 뛰는 것으로만 그래서 4백년 동안 그렇게만 교미시켜 왔잖아요.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뛰는 거예요. 죽을힘을 다해서해 뛰기 때문에...
마주의 최고 자랑은 역시 말입니다.
권광세 / 마주 : 전체적으로 말의 모양이 잘 생겼잖아요. 다리도 쫙 곧아 있고, 그 다음에 뒤에 히프도 상당히 좋아요. 히프가 좋으니까 말이 이제 뒷발로 차고 나가잖아, 추진력이 있죠. 작년에 4연승하고 금년에 첫 대상 경주에 1등 해서 5연승했어요. 다섯 번 나가서 다섯 번 다 1등한 말입니다. 현재 과천에선 최고 연승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 말이 벌어준 돈이 한 7천만 원 정도 벌어줬죠.
동물을 이용한 베팅산업은 갈수록 번창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단체가 앞다퉈 뛰어
들면서 사행산업의 규모는 이미 12조 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서천범 /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 나라 전체의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봐야지 될지 지방정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하면은 완전히 나라가 진짜 도박공화국이 되는 거죠.
말과 소, 그리고 개경주에 이어서 또 어떤 동물이 인간 욕망의 표적으로 등장할지 궁금
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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