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는 비었음.☜옮긴이)
1991년 10월 9일 수
일기, 사설을 쓴지 벌써 한달이 된다.
코치님이 토요일날 검사 하신다고 하셨다.
사설을 검사하는것은 이해하지만 일기는 솔직히 보여드리기 싫다.
국민학생도 아니고...
일기가 남을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라면 일기의 쓰는 참된 이유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
지금 코치님이 일기를 쓰지 말라고해도 나는 어른이 될때까지 계속해서 쓸 자신이있다.
지금 당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나의 성장기의 좋은 경험이 될것이다.
또 훗날 나의 아들딸에게 아버지의 청소년기의 학창시절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10월 10일 목
대망의 학교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또한 학교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운동장에는 해양소년단, 보이 스카웃, 한별단등등 자기 써클 캠프를 한참 만들고 있다.
중학교와 상고에 들어와 축제는 처음이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10월 11일 금
그 동안 준비했던 축제가 바로 오늘이었다.
우린 운동장을 쓰지못해 비닐하우스에서 연습을 했다.
3시가 되면서 모인 타학교 학생들이 전보다 많다고 했다.
4시반쯤 연습을 끝냈다.
써클별로 자기써클 피알에 나서 여학생들이 각 써클별로 데려가 구경을 시켰다.
너무 복잡해서 좀 어지러웠다.
내일이 토요일 마지막 하이라이트 성남으로 연습게임을 간다. 내일!
0월 12일 토
게임 내용이나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냥 무사히 넘어갔다.
학교에 오니 무척 혼잡하였다.
코치님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구경해도 좋다고 하셨다.
10월 23일 수
오늘도 밤12시까지 개인 연습을 했다.
전에도 그랬지만 내 자신은 다른 아이들에게 실력이나 경험에서 월등히 쳐진다는걸 부인하고 싶진않지만...
그런 내 자신이 미워진다.
그런 내 자신을 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 잘안다.
그런 나를 극복하하기 위해선 오로지 연습뿐이다.
이런 생각은 전보다 더 머리구석에 지리잡고 나를 채찍질한다.
요즈음은 12시가 아니라 새벽 2시 3시까지라도 연습하고 싶어진다.
10월 24일 목
지금 심정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이렇게 쉽게 쓰지만 나에겐 미안하다는 말이 상당히 의미있는 말이다.
만일 야구를 못한다는 생각에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쓰는 나는 두려움에 썼을 것이다.
분명하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나은 신체조건들을 잘 활용하고 싶다.
조금은 나은 다리, 어께, 임팩트...
다른 얘들보단 나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나는 야구를 잘하지 못할까?
아마도 나의 의식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0월 25일 금
지금 시간은 10시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또 실망했다.
언젠가 감독님은 똑같이 기회를 준다고 하셨다.
하지만 왜 감독님과 코치님은 그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일까?
지금 몇게임하는 동안 몇번이나 타석에 들어갔던가....
차마 쓸 수가 없다.
누가 이 일기장을 읽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챙피스러운 일인가 말이다.
집에선 우리아들 우리동생 잘뛰고 연습 잘하고 있겠지 할텐데....
나도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다.
연습했다는 말로는 양이 차지 않을만큼 두렵다.
하루하루가 10년을 사는것 같다.
10월 26일 토
오늘도 죽고싶은 마음이 일었다.
미친듯이 개인연습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누나와 동생에게 자랑스럽게 밝은 웃음을 지을 날을 머리에 그리며...
또한 나의 아버지 나를 위해 하늘에서 나를 지키시니 이 못난 불효자 이렇게 힘겨운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아버지!
시합을 하지도 뛰지도 않는 야구선수도 선수입니까?
야구 선수가 아닐바엔 제가 왜 야구를 시작했을까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후회는 또 다른 후회를 낳기 때문입니다.
후회아닌 반성!
10월 27일 일
오전운동을 마치고 퍼시픽 호텔에있는 예식장를 갔다.
작은 당숙님의 장남인 김xx 사촌형이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절실히 느낀것은 야구로 꼭 성공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내가 너무 친지분들에게 무관심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분명 아랫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는 날이던, 시간있을때 윗어른들을 찾아뵙지 못한 건방진 아이라는 점이다.
오늘 예식장에 오신 많은 어른들중에 내가 인사하면 아는 어른들은 몇분이나 계실까.
아버지가 계셨다면 이런 지경까지는 안되었을 것이다.
정말 반성한다.
아버지 정말 명심할게요.
10월 28일 월
중간고사 기간내내 오전에는 집에서 오후엔 학교 운동장에서 잠도 충분히 자고 개인연습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좋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학교사정상 그렇게는 안되고 그래도 일주일동안은 편했고, 남은 몇일이라도 편할 것이다.
10월 29일 화
쉽게 풀리기 시작한 시합이 9회말에 9:7로 어렵게 이겼다.
열심히 하고싶은 마음이 너무 부담되었던것 같다.
하지만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 스스로는 다짐해야한다.
잘해야 한다.
정말이지 넘 힘들다.
10월 30일 수
가장친한 친구 xx가 7시30분에 날 찾아 학교로 왔다.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왜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아이한테 실연을 당했다고 한다.
살고싶지 않다는 둥 죽고싶다는 둥 나는 듣기만 했는데 정말로 죽으면 어떻하나하는 겁이 났다.
난 작은 공원 벤치에서 친구에게 모든 행동과 사실을 보고 듣고해서 이해는 하지만, 여자하나 때문에 죽는다니 살고싶지 않다느니 하는 무능한 바보인줄은 몰랐다고 큰소리로 얘기했다.
10월 31일 목
할로인 할로인 데이!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모른다.시월이 오늘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 집을 나올때 누나는 날 보고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냥 아무일 아니겠지 하고 8시반에 들어가니, 집의 가구며 의자며 책상이며 모두 위치가 달라졌다.
나는 의아해서 왜 이렇게 했냐고 물었더니 방을 넓게 쓸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옆방에서 매형이 누나한테 솔직히 말하라고 하자 누나는 침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누나네 침대겠지 했는데, 누나는 침대가 내 꺼라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가 왠일로 침대를 마련해 주셨을까????
11월 1일 금
11월 1일하면 가을이 겨울을 준비하는 달이다.
가을이라하기엔 좀 추워질 것이다. 근데 이상하다.
나는 생각지도 않은 침대가 오늘 생긴다길래 한참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나도 침대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나 큰 기대였나 보다.
학교에서 급히 왔는데 누나는 파토됐다고 했다.
괜히 기분이 상했다.
국민학교때 소풍가는 날 비가와 가지 못한 기분보다 더 나빴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그깢 침대 하나 때문에....
11월2일 토
혹시
만약에 내가 어던 사고로 죽게 된다면 너무나 억울하니까 작은 유언이라기도 뭐하지만 그 비슷한 것을 남긴다.
제가 아는 모든 분들께 죄송합니다.
가족,친지,선배,동료,후배,스승, 그리고 저를 아는 모든 분들께...
저는 길지않은 시간을 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알고, 잊어먹고 하는 동안 저의 인생에 척도를 야구로 바꿨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친우,선배,후배,스승님들과 지내면서, 웃고,울고,맞고,때리며, 즐기며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후회하는 두가지는 야구를 늦게 시작한 것과 그리고 야구를 시작한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야구를 정말이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5년동안 야구하는 기간동안 한번도 9이닝동안 뛰어본 적이 없습니다.
11월 3일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
야구!
여자, 남자, 만남, 이별.....
동기=결과
죽음의 길목에 서서!
11월 4일
매주 그렇듯이 월요일이 지나면 또 일요일이 오고...
일요일이 가면 월요일이 온다.
이렇게 반복되는 시간속에 우리는 이루고자하는 것을 위해 모든것을 하고 사는가?
행복이 가득차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는 사람....
이 모든 세상의 위치가 어느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