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번번히 쓰러지고 쓴잔을 들이키면서도 주말이면 마치 뭣엔가 홀린 것처럼 마장을 찾는 이유나 목적은 각양각색 입니다.
혹 우리들 중에 증상이 심하든, 심하지 않든, 자의든, 타의든 간에 맨날 '말밥'을 주기만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장을 찾는 한량같은 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인의 어림 짐작이 형편 없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말 마장을 찾는 이 가운데는 현재까지 마장을 출입하면서 알게 모르게 상실한 것(물적, 심적으로)과 얻은 것(경마에 관한 제반 지식과 채무 등)이 기가 막히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아깝다는 자각에 따라 금족을 못하고 있는 이가 상당 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점점 절박해지고 있는 현실을, 가슴 속에 켜켜히 누적된 응어리 등을 단방에 반전시키고 풀수도 있는 곳이 마장이라 여기고 찾을 수 밖에 없는 이도 적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 합니다.
소인은 매주말 마장을 찾는 우리들을 '엄청 비싼 입산료(山主는 법률 규정을 근거로 입산료에서 무조건 최하 28% 선취하지요)를 내고 각종 임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험산에 오르는 의지의 환자(나쁜 의미가 아님)들로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마다 늘 각오를 다지고 체험, 경험, 노하우 등을 가능한 동원해 준비를 하는 우리들은 난립을 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예상지와 수많은 프로.아마 가이더들의 덕분에 요즘은 예상의 홍수 속에서 나름대로 길을 잡고, 방향을 잡고, 과녁을 잡아 마침내 험산에 오릅니다.
어떤 날엔 공부한대로 흔들리지 않고 눈길을 주고 묵묵히 발길을 옮겨 기대 이상의 임산물을 얻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운이 따라 횡재, 기쁨을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만끽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날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 산에 올랐는데도 일진이 사나왔던 것인지 아니면 몹쓸 넘의 바람 탓인지, 자타가 심지어 확율 99%까지 확신한 게 빗나가는가 하면 올 대가리로 예상됐고 실제로 그렇게 팔린 넘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러지고 생쇼를 부리는 바람에 겨우 귀가할 수 있는 교통비만 달랑 남고 모두 털려버리는 상처를 입고 하산을 합니다.
반복하는 산행 중 눈이 열려 있고 귀가 뚫려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듣게 되고 숨쉬고 있으니 느끼게 됩니다.귀는 어찌 그렇게 엷은지 주변에서 "이 넘이 가고 저 넘은 안 간단다" 등등을 귀엣말로 주고 받기라도 하면 금새 갈대처럼 흔들리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험한 산중을 해매며 채취하고 노리는 임산물 중에는 희소성 때문에 산삼으로 비유할 수 있는 999라는 게 있습니다. 대박으로 불리기도하는 이것은 쉽사리 발견돼지도 않지만 설사 누군가 공부 중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심 ？다!~"고 사방에 외쳐버리면 금새 도라지로 변해버리거나 가치가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전락되기도 합니다.
산삼만 좇고 산삼에 눈이 어두워져 버리게 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게되고 쉬 망가지게 된다는 경고의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산삼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척으로 다가와 줘야되는 게 이치인데 오히려 멀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이 대목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한 경주에 출주한 특정 경주마가 대가리에서 다크호스, 또는 베팅권 제외마, 심지어 지워도 무방한 넘으로까지 지목되는 현실에서 경주마에 대한 선입견이 인기마로 국한된 경우라면 산삼은 잡힐리가 만무일 것입니다. 선입견은 때로 자신을 독불장군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안목을 좁혀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눈뜬 장님으로 만들기도 합니다.그래서 소인은 주변의 환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선입견을 경계하라"고 강조 합니다.
우리들의 본격적인 산행이나 목적물 채취의 도우미라 할 수 있는 전문가이더(예상지, 예상가) 선택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자신의 능력, 취향(베팅스타일)에 궁합이 잘 맞는 가이더 선택은 어쩌면 승패와 직결될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최소한의 객관성을 확보한 가운데 공략 대상 경주를 선택하고 검토, 분석, 추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셨다면 경주마 능력지수 평가 및 전체 경주의 맥과 승부처 짚기에 정평이 나 있는 전문인 3명, 그리고 조교부문 전문인 중 일지나 단평에 자기 감정 개입을 삼가하는 노력이 역력한 분 3명을 선택, 이들의 예상치와 기록을 종합하는 경우 적어도 특정인의 주관에 의존해 경주를 보는 것은 탈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이러한 가이더를 어떻게 찾느냐가 과제인데 소인의 경우 13개사 소속 각 전문위원들의 예상치, 조교단평을 3개월여에 걸쳐 경주성적을 토대로 일일이 확인 나름대로 평점을 매긴 끝에 결정하는 방법을 활용 했습니다.
매 주말 우리들을 울리고 웃기고, 때로 팔작팔짝 뛰게 만들고, 백년을 채 못사는 수명조차 감수케하는 서울 경마장의 경주마, 엄청 많은 것 같지만 1,500여두 안팎입니다.개체별 비망록을 컴을 소지하고 계신 분은 컴을 활용, 마방별, 마주별로 구분해 완성,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출주 사이클을 짚고 추적을 해보십시요.새롭게 눈을 뜨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소인은 우리들이 흠모하는 마장의 고수를 이렇게 정의 합니다.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부정한 수단, 방법이 아니라면 무슨 수단, 방법을 활용하든 간에 잃는 것은 최소화하고 얻는 것을 극대화하는 이라고.
귀신(?)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 이는 아직 보질 못했는데 더러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은데 뵐수가 없더군요.
-시험 때문에 당분간 마실을 못하게 됐습니다.
사랑방을 찾는 모든 이 하나같이 단방 백배, 천배당 과녁들 잡아서 응어리 풀고 근심 걱정 훌훌 털어 백배당, 천배당 안겨준 이쁜 넘 잔등에 남김없이 실어 날려버리길 빌고 또 빌겠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무탈하십시요.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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