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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MEMO30........ 30대 메모판................ 11612/11612 (총 75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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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611 이용준...Ohioan.....12-18....2....6.그옛날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11610 김리나...노을별.....12-18....6....3.작은새
11609 진연주...낡은풍차...12-18....14...4.이젠 지쳤어.
11608 서정윤...lshadow....12-18....17...2.아래 숫자놀이..
11607 오세경...bluedevl...12-18....36...1.사랑 했어요..
11606 이희경...0I0FJI.....12-18....52..22.[펌].유머는 아니지만..놀라운 숫자놀..
11605 이희경...0I0FJI.....12-18....53...3.[펌]...엉덩이산의 이야기
11604 박영희...YAEBBY.....12-18....56...2.공개 청구합니다.
11603 정형무.....jnova....12-18....30..12.허난설헌(許蘭雪軒)을 그리며......
-허난설헌 (許蘭雪軒)을 그리며-
요절한 천재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참 오래도 사는구나 하는 그런 교만스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는 단연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애인이라 했으니 나도 한 번 허 난설헌을 애인이라 불러봅니다. 초희(楚姬)! 난초향기가 그리워집니다. 산야나 청강에 가득 내리는 깨끗한 눈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 애틋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해 봅니다.
우연한 감흥-------------------------------感遇
하늘거리는 창가의 난초잎들이------盈盈窓下蘭
어쩌면 저다지도 향그러울까--------枝葉何芬芬
가을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면西風一披拂
슬프게도 찬 서리에 시든다지만-----零落悲秋霜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秀色縱凋悴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라----淸香終不死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感物傷我心
눈물이 흐르면서 옷소매를 적시네---涕淚沾衣袂
"그의 시에 나오는 꽃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난초이다. 단아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 난초가 가지는 고상하고도 담아한 향취는 난설헌의 향그러운 자태였을 것이다. 그의 시에는 눈이란 낱말도 아홉 번이나 나왔다. 아마도 현실에서 도피하여 하늘나라로 자주 눈을 돌리던 그로서는 온 천지를 잠시나마 흰색 한 가지로 깨끗하게 덮어 주고 더러운 현실 을 보이지 않게 해주는 눈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장 좋아했던 난초 와 눈을 끌어다가 난설(蘭雪)이라고 호를 지었을 것이다."....허경진님의 글
-1563년(중종 선조 년간인가요?) 강릉 초당리에서 초당 허엽의 삼남삼녀 가운 데 셋째딸로 태어남 허엽의 후처는 김씨로서 하곡 허봉과 교산 허균이 동복. 허엽이 벼슬해서 한양 건천동에서 자람. 특히 동복남매인 오빠 하곡, 동생 교산 허균과 친함.
-1570년 여덟살 때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을 지어 신동이라 소문남. 그의 스승은 오빠 하곡과 불우한 시인인 손곡 이달....
그네 노래---------------------- -------韆詞
이웃집 여자들과 그네뛰기
시합했죠..............................隣家女伴競韆
띠를 매고 수건 쓰니 신선 놀음
같았어요------------------------------結帶蟠巾學半仙
바람 차며 오색 그네줄 하늘로
굴려 올리니---------------------------風送綵繩天上去
뎅그랑 노리개 소리 버들솜에
메아리쳤죠----------------------------佩聲時落綠楊煙
그네 뛰기 마치고는 꽃신 신었죠--------蹴罷 韆整繡鞋
숨가빠 말도 못하고
층계에 섰어요-------------------------下來無語入瑤階
매미 날개 같은 적삼에
땀이 촉촉히 배어------.---------------蟬衫細濕經經汗
떨군 비녀 주워 달라고 말도
못했어요------------------------------忘却敎人拾墮叉
(여기 수혜는 원문과 틀리고, 맨마지막 비녀는 쇠금변의 차 인데 맞 는 글자가 없네요...)
......설명이 필요없이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또렷하게 그려집니다. 시집가기 전까지, 즉 조선의 그 못된 남성 중심의 사회에 희생되기 전까지는 난설헌은 이렇듯 꾸밈없이 밝고 아름다왔던 것입니다.
-1577년 김성립에게 시집 감, 김성립은 10년이상이나 급제하지 못하고, 기생집만 찾고 공부하지 않았으며, 과거공부 핑계로 외유를 일삼음. 금지옥엽의 난설헌 허초희로서는 이때부터가 불행의 시작 고부간에도 불화가 있었으며,남편과 시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오직 정 붙이고 살던 어린 자식들마저도...
아들 무덤 앞에서 우노라--------------哭 子
지난해에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去年喪愛女
올해엔 귀염둥이 아들까지 잃었네----今年喪愛子
슬프디 슬픈 광릉의 땅이여----------哀哀廣陵土
두 무덤 나란히 마주보고 섰구나-----雙墳相對起
백양숲에 쓸쓸히 바람 불고----------肅肅白楊風
솔숲에 도깨비불 반짝이는데---------鬼火明松楸
지전을 살라서 너의 혼을 부르고-----紙錢招汝魄
무덤 가에다 잔을 붓노라------------玄酒奠汝丘
알겠네 너희 남매 가여운 넋이-------應知弟兄魂
밤마다 정답게 따라서 노니는 걸---=-夜夜相追遊
내 뱃속에 아이 있다지만------------縱有腹中孩
어찌 또 자라날 수 있으랴-----------安可冀長成
하염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며--------浪吟黃臺詞
피눈물 울음을 삼키고 삼키리라------血泣悲呑聲
아이를 잃은 슬픔의 시로는 이 곡자를 능가할 작품이 없다고 합니다.
"피눈물을 흘리며 마음 갈래를 차분히 짚어나가는 난설헌의 소리없는 통곡이 구구절절이 배어있다"합니다.
그 절절한 恨...너무 슬퍼서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는.....
그녀의 유약한 체질은 두 아이를 묻고, 또 뱃속의 어린애도 살려내지 못했고..
이듬해 결국 천세에 전할 은은한 난초향기만 가득 남기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許씨 일가의 비극을 보지요......
-1580년 아버지 병으로 객사
-1582년 그녀의 스승이자 항상 따뜻하게 그녀를 보살펴주던 작은 오빠 하곡 허봉 좌천 및 유배
-1588년 하곡 금강산에서 죽음
-1589년 어린 아들 딸을 따라서, 난설헌도 스물 일곱 나이로 죽어서 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경수산 안동 김씨 선영에 애기무덤과 함께 묻힘
.......이렇듯 그녀의 인생은 참담한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잠시 눈을 돌려 그녀의 아우 蛟山 許均의 일생을 보도록 하지요. 난설헌보다 6살 아래였는데 일찍 아버님을 여의고 형들의 가르침과 귀여움을 받는 막내둥이로 자라났는데, 조숙하였으며 기억력이 뛰어났었다 합니다. 서애 유성룡에게서 문장을 배우고 손곡 이달에게서 시를 배웠으며, 글짓는 솜씨 와 글을 가려내는 솜씨는 일세에 당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합니다. 그는 유교와 도교를 포함한 제자백가뿐만 아니라 불교 및 천주교까지 널리 익 혔고 문과에 장원한 뒤에도 여러차례 장원을 거듭하여 형조판서 우참찬을 지냈 답니다. 사회에서 천대받던 서얼출신의 동지들과 뜻을 모아서 혁명을 꾸미다가 당파싸 움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어 쉰 살에 능지처참(육시..김옥균이 그랬던 것처럼 신체를 다섯토막내는 무서운 형벌....)당했답니다....멸문지화를 당한 것이지요. 참으로 기가막히고 통탄할 일입니다...선구자의 일생은 이렇게 비극 그 자체 입 니다.
푸른 물결 선녀의 연못을 유린하고--- 碧海侵瑤海
파란난새가 채색난새와 어울렸구나----靑鸞倚彩鸞
연꽃 스물 일곱 송이 떨어져----------芙蓉三九朶
붉은 빛 스러지니 달빛은
서리로 추워.........................紅墮月霜寒
난설헌이 1585년에 상을 당해 외삼촌 댁에 머물다가 仙界에서 노니는 꿈을 꾸고난뒤에 지은 유명한 시 입니다.
뭐.......신선세계 십주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곳이라는 광상산, 흰 구슬, 푸른 구슬 로 이루어진 그곳에서, 붉은 노을옷을 입은 여인, 푸른 무지개옷을 입은 여인... 흐르는 시냇물, 기이한 풀, 이상한 꽃, 난새(西王母의 사자)와 학과 공작과 물총 새들의 군무...향기...큰 바다와 하늘, 붉은 해, 봉우리의 연못 푸른 연꽃.....두여인이 말하기를 "그대에게 신선의 연이 있기 때문에 감히 이곳까지 온 거랍니다... 한번 시를 지으셔서 기록하시지요..." 그래서 이 시를지었다 합니다. ......"우리 누이는 기축년(1589) 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 때 스물 일곱이었다. 그래서 삼구홍타(三九紅墮)의 말이 바로 증험 되었다." (蛟山 許筠) 말하자면 난설헌이 잠시 세상에 내려온 선녀처럼 머물다가 간 것으로서 난설헌 이 자신의 죽음을 오년전에 정확히 예언했다는 허균의 말이지요. 난설헌의 시에는 유달리 신선세계와 꿈에 대한 것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그녀가 현실세계에 결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주어진 운명에 적응을 못하고, 정면대결을 할 수도 없었던 난설헌은 신선세계 를 그리워하고 그 속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거기서는 당시의 여인네를 옭아 매던 三從之道, 七去之惡도, 남편과 시어머니에 게서 버림받을 필요도, 어린 자식을 떠나 보낸 슬픔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선녀였습니다...... 지금도 400년의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한 로맨티스트들의 심금을 울리고..........
진종일 숱한 번뇌를 자아내게 하는 그녀는, 인생의 반을 살고도 아직 어떻게 살 아야하는지를 모르는 저의 가슴을 걷잡을 수 없이 뛰게 하고야 마는 그녀는, 언제나 맑고 청아한 난초향기로 다가서는 그녀야말로 조선조 최고의 아웃사이 더.....비극의 주인공이자 선구자 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다년생 꽃입니다...... 그래도 아직 꽃을 피워낼 수 있습니다. 저마다 색깔이 다릅니다. 제각각 향기도 다릅니다. 그러나 어떤 꽃이든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습니다. 어느 비바람에 한순간 꺾여 떨어질 줄 스스로도 모릅니다. 양양한 햇볕이 우리를 시들어 말라버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날 때는 몰랐습니다. 살아오면서도 몰랐습니다. 그냥....의지하고 부대끼며 울고 웃고 살아왔을 뿐입니다. 지금도 왜 사는지 모릅니다. 천재의 삶은 우리에게 항상 설레임과 그윽한 슬픔과 살아있다는 기쁨과 헤일 수 없는 번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합니다. 겨울이 한창입니다. 요즘은 혹독하지 않고 따뜻해서 그런지 오히려 마음이 무겁습니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하지요. 느슨한 겨울보다는 매운 북풍한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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