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항변도 못하고 죽어야하는 경주마들의 울부짖음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말들은 자신의 잘못도, 그렇다고 감염의 소견이 있어서도 아닌, 오직 사람들이 실수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에 의해서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태평양을 건너온 30마리의 어린 경주마들이 1월초 검역원을 통과되지 못하였기에 죽을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재검의 기회도 없이. 이유는 검역증이 늦게 도착해 검역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1월 28일 반송 하거나 폐기처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감염의 문제가 있는 말들인가에 대해 그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여러 방법을 통해 일의 진행을 알아 보았고 그 경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수입된 경주마는 철저한 검역검사를 받았다.
미국은 검역절차가 까다로와서 동물을 수출하게 되면 철저히 소독된 시설 및 정부 수의사들의 검사와 관리를 받아야한다. 수출이 결정된 이후부터 철저한 격리와 관리 감독이 이루어진다. 또한, 2번의 검사를 거치며 수출 3-4일 전 백신을 접종한다.
문제가 된 30 마리의 경주마와 이미 통관된 경주마(45마리)는 함께 동일하게 11월 초에 1차 및 2차 검사를 받아 통과했다. 물론, 12월 1일에 45마리의 경주마는 무사히 12월 1일에 한국땅에 도착하여 지금은 힘차게 뛰어 놀고 있다.
그런데, 2차로 출발예정인 30 마리의 경주마는 까다로운 미국정부 수의사가 미미한 검역규정위반을 들어 다시 검사를 받게 되었다. 이때, 30마리의 경주마들은 이미 백신 투여가 이루어진 상태였지만 1차 검사(12월 14일)는 정상이었으며 2차 검사(12월 28일)는 1월 3일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어서 1월 4일 한국으로 떠나기로 스케줄이 결정되었다. 1월 3일 통보 예정인 검사결과는 한국으로의 이동이 완료된 상태에서 통보 되었으며, 그 결과 10마리만이 정상 수치에 의한 검역 검사가 완료되었다.
2. 30마리중 20마리는 왜 검역 도장을 받을 수 없었나.
일반적으로 수출 3-4일전에 백신 주사가 투여되며, 백신의 영향으로 14일간 측정 수치가 상승하고 그 후 서서히 감소한게 된다. 수치가 증가하는 것은 면역효과의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30마리는 12월 10일에 백신이 투여되었고 12월 28일 2차 검사를 실시할 쯤 최고의 수치를 나타내기 마련이며, 미국측 수의사의 의견 역시 그러했다. 정부 수의사의 설명으로 세관 통과가 이루어졌으나, 검역 통과 필증은 보류되었다.
또한, 문제의 수치가 높은 데이터는 EEE/WEE로 모기에 의해 감연되는 것으로 말에서 말
로는 전혀 전염되지 않으며, 설사 감염이 되었다면 5일안에 사망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수치는 백신의 영향이며, 전염에 대한 우려는 무의미 하다.
3. 정밀 검역 검사가 한번 더 실시 되었다.
문제가 된 30 마리의 경주마는 미국측 수의사와 한국측 검역원의 상의에 의해 2차 검역검사시 사용되었던 혈액의 신뢰성(백신투여 영향)으로 인하여 보관중인 혈액(12월 14일)으로 정밀 혈액검사(CF검사)를 실시하여 18마리는 음성 판정으로 안전이 증명되었다. 1월 9일 미국측 검역증의 결재가 이루어졌다. 나머지 1마리는 다른 테스트를 받아 11일 검역증이 도착하였다. 또다른 한마리는 미국측 검역관의 실수로 테스트에서 누락되어 테스트 결과가 이후 음성으로 판정되어 안전함이 입증되었으나, 한국측 검역관의 반송통지(30마리에 대한 폐기처분 및 반송 결정)로 검역증 발급이 중단되었다.
★ 결론적으로 30마리의 경주마는 2번의 검역 검사(4회)와 1번의 정밀검사에 의해 그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4.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 및 한국 양측의 안일한 처리와 이후의 엄격한 대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안일한 처리의 의미는 서로 구두를 통한 의견 교환과 나름대로 검역에는 이상이 없음을 인지하였기에 절차를 소흘히 한 것이다. 이후의 엄격한 대응이란 행정 조항에 얽매여 처리하려 하는 점이다.
미국측은 검역상의 안전성을 인식하였기에 소흘하게도 검역증 없이 경주마의 탑승을 용인하였고, 한국측은 검역증 없이 하역을 허락한 것이다. 이는 10마리에 대한 검역증으로부터 그 안전성을 인정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행정적 절차를 밟기 위한 서류 제출시 서류상의 날짜로 인하여 재고의 여지도 없이 반송 및 폐기처분이 결정된 것이다. 입증되지 않은 위험요소를 제시하며 행정 조항만을 들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역상의 실제적인 문제가 아닌 절차상의 문제로 인하여 행정사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올바르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순하거나 악의가 없는, 그리고, 이를 소관했던 사람들의 조그마한 행정실수로 30마리의 젊은 경주마가 폐기처분 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분이 아닌가.
5. 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나.
30 마리의 경주마는 이미 한국에서 20여일을 체류하였다. 특히나, 말들은 꼼짝달싹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20여시간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 이동함으로 수송도중 관절염과 어깨병등 여러 증상으로 말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수송병에 걸리게 된다. 말들은 조그마한 상처를 입어도 사살되는 것을 영화에서 보았듯이 30 마리의 경주마도 그 효용성을 잃게 된다.
6. 안타까운 것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검역 검사가 완벽하여, 처음에는 모두 절차상의 문제를 소흘히 한 것이고, 행정적인 처리단계에서는 조항에 얽매이여 엄격하게 처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행정상, 30마리의 경주마에 대한 재검진 조차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느 생명이든 그 소중함을 보장 받아야 한다.
식물도 아니며 육류도 아닌 살아 생동하는 어린 경주말(1-2살)들이 폐기 소각처분 이라는 단어아래 죽어야한다는 사실이 슬플뿐이다.
미국에서 함께 뛰놀던 45마리의 경주마는 이미 한국에 도착하여 새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반면 나중에 출발한 30마리의 경주마는 더 많은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역증의 숫자하나의 차이 (4일이 아니라 9일이라는 사실)로 그 생을 마감해야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이 기막힌 사실은 검역증의 날짜에서 공인 수의사의 검역 확인날짜는 1월 2일 (출발전 수의사는 검역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이며, 미국정부측 검역관의 확인 날짜는 1월 9일(정밀 검사후 이를 확인)이었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측 검역관의 확인 날짜는 1월 4일로 했다면 (어차피 정밀 검사 혈액은 12월 14일의 것이다) 30 마리의 경주마는 이렇게 생명의 벼랑 끝에 서 있지 않을 것이다.
수출업자와의 말에 의하면 더 이상의 금전적인 손상(4억원)에 연연하지 않으며 말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함께 지내고 돌보았던 오직 30 마리의 경주마의 생명만이 소중하다고 하였다. 경주마의 생명만 지킬수 있다면 경찰청의 기마대나 농가와 같은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곳에 기증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1월 4일과 1월 9일의 차이가 30마리의 경주마의 생명을 판가름 할 정도로 중요할까?
임오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30 마리의 젊은 경주마의 운명이 너무나 안스럽고 안타깝다. 그것이 누구의 도움이든지 너무나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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