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6/14)  
 과천시장 보시오!



인구 7만에 불과한 비교적 아담한 도시인 과천시내를 한바퀴 돌다보면 수 십 개의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레저세의 개정은 악법이며 과천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선동적인 내용들이다. 약사회부터 부녀회에 이르기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단체들이 레저세를 뺏어가지 말라며 총궐기하고 나섰다. 경마장을 통해 엄청난 레저세를 거둬들여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의 재정자립도를 자랑하는 과천시가 지방세법 개정안 때문에 발칵 뒤집힌 것이다.

마권을 과천경마장에서 판매할 경우 본장이 소재한 경기도가 전액 세금을 거둬들이지만 장외발매소의 세금은 본장이 소재한 도와 장외발매소가 소재한 도가 절반씩 나눠 갖게 돼 있는 것을 지난 달 22일 국회 농림수산위 의원 11명이 경마·경륜장 장외 발매소분 레저세를 전액 발매소 소재지 시·도에 납입토록 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 까닭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기도는 도세 수입액의 12%를 차지하는 레저세 수입 중 올 징수 목표액을 기준으로 1,723억원(28.9%) 감소하게 되며 함께 부과되는 지방교육세도 1,033억원(32.1%) 줄어 총 2,756억원의 세수(稅收)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울상이다.

지난 해, 마사회는 도세인 레저세를 비롯해 교육세, 농특세를 포함해서 모두 5,356억을 경기도에 납부했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경마장이 위치한 소재지인 과천시에 전체의 24.9%에 이르는 1,300여 억원을 교부금의 형식으로 내려보냈다. 이를 등에 업고 과천시는 지난 93년 뚝섬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주해온 이래 지방재정자립도 1위의 영예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이 모두가 경마팬들의 업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효자역을 톡톡히 하는 경마장의 경마팬들에게 과천시가 기여한 업적을 기억해내라면 과천에 10년 넘게 거주하며 경마장을 출입한 필자로서도 생각나는 게 전혀 없다. 호주의 멜번컵(Melbourne Cup) 경마대회가 열리는 날은 플레밍턴(Flemington) 경마장이 있는 멜번시(市)는 물론이고 빅토리아(Victoria) 주(州) 전체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경마장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94.8%에 이르는 과천시는 그 흔한 대상경주 하나 제공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일년 중 하루를 과천시민의 날이라 해서 관내의 대공원, 미술관, 서울랜드 등의 입장료를 면제함에도 경마장 입장객에게는 혜택을 준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 2000년에는 과천동 106번지의 땅을 마사회가 마을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매입하여 과천시에 영구 무상 임대해주었으며 광창마을의 회관도 마사회가 지어줬다. 심지어 경마공원 지하철역은 마사회가 노선 변경 요청을 통해 공사비를 전액 부담한 바 있다. 그밖에도 경마장을 경유하는 단 한 개의 버스 노선은 90년대 초반에 없어졌고 주변에 지어놓은 공영주차장은 평일에는 무료지만 경마가 열리는 주말이면 5,000원을 받는 유료주차장으로 둔갑한다. 어쩌다가 불법 주차라도 하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스티커를 남발하는 것은 예사다.

지난 61년 군사정부에 의해 국세에서 지방세로 이양된 레저세(당시는 마권세)를 다시 국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세학자들의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 경마장은 하나뿐이었고 세금의 규모가 미미해서 중앙정부가 선심 쓰듯 떼어준 것이 현재에 지방세로 이어져 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진 지금에 와서는 지방 재정의 불균등과 편중을 해소하려는 당초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재정 지역의 경마팬이 경기도와 과천만을 위해 교육세를 납부하는 것은 형평성을 무시한 경마 관련 세제의 모순이다. 지방자치의 확립은 건설적이고 납득 가능한 지방 재정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요 외국의 경우에도 연방형 국가는 주 정부의 세원으로 활용하고 단일형 국가에서는 예외 없이 국세 또는 국고 납부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레저세의 국세 전환 논의를 본격적으로 거론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농사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과천시가 경마장의 열매만을 독식하겠다는 이기심을 지켜보는 것도 비위에 거슬리고 수익금이 경마 발전이나 사회 공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현실 또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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