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2/26)  
 공판제, 그 후 3년


하루 이틀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3년 전 이맘때, 과천 경마장의 정문을 지나 입장권을 사야하는 중문 매표소 입구에 양옆으로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예상지 공동판매장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각 예상지 업체에서 직접 나와 책을 파는 한 평 남짓한 부스가 20여 개 늘어서 있었다. 그것을 철거하고 모든 예상지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기로 한 것이었다.

자유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고 했다. 그곳에서 책을 팔 수 있었던 '장내 판매 허가 업체'와 경마장 바깥에서만 팔 수밖에 없던 '비 승인 업체'의 구분을 없애고 모두에게 공평한 여건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었다. 모두에게 시장에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상지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판매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누워서 떡 먹는' 장사에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대상을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했지만 장애인협회, 대한노인회 등 모두 6개 단체가 서로 적격자라고 나섰다. 이들이 한치의 양보 없이 쟁탈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온갖 인연을 동원한 줄대기가 횡행했고 정권 말기 특유의 한탕주의를 방불케 했다.

결국, 두 곳의 단체가 최종 결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은 임원회의를 통해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상업체를 선정한 의혹을 대서특필했다. 전직 장성이 내정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으며 마사회 내 특정단체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실여부를 떠나 공판제의 본질은 훼손 당했다. 그에 반해 터전을 빼앗긴 예상지 업체들의 입장과 그로 인해 벌어질 파장은 주목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가 거기에 간과되고 있었다. 예상지 업체가 직영 판매하던 것을 제3자가 위탁 판매하려니 판매 수수료가 필요했고 그 판매 마진이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다. 공판제 때문에 500원이 오른 3000원으로 인상되었다. 그 인상분이 고스란히 경마팬의 부담이었다. 경마와 무관한 아니, 경마발전에 그 어떤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는 두 단체에게 헌납한 팬들의 추가지출이 막심했던 것이었다.

하루 입장객이 5만 명을 넘었던 당시 과천 본장의 경우, 공판장에서 팔렸던 판매 부수는 엄청났고 그로 인한 이익 또한 상상을 넘었다. 처음엔 한 권의 마진을 7.5% 선에서 억제한다 했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었지 강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책이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업체들의 쟁탈전이 과도한 마진을 출혈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3년 전과 비교해 입장객이 줄었다지만 그에 맞춰 4000원 한 권의 판매마진은 현재 최하 20% 선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유통비용의 증가는 폭리를 엉뚱한 곳에서 챙기고 있었다는 추적이 가능하며, 떼돈 버는 것으로 알고 있던 예상지 업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으며, 결국 모든 피해는 팬들이 부담했다는 사실이다.

3년이 지난 지금, 그곳 공판장이 이달 말로 계약기간이 끝난다. 아직까지 새로운 임차인 선정방식이나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밖에서는 치열한 쟁탈전이 재연되는 걸로 봐서는 또 한 번의 잡음이 예상된다. 수의계약이냐 공개입찰이냐는 방법에서부터 과연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는 문제까지 간단치 않으며 설사 대상자가 공정하게 선정된다 해도 공판제 자체가 갖는 정체성은 경마발전과 무관한 곳에 특별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3년 전에 사상 최악의 제도로 선정된 공판제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경마장 안에 불러들여 그들에게 제공하는 편의가 팬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대안이 필요하다. 잘못된 것을 한번에 개혁하기 힘들다면 예전처럼 유통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방법도 현실적이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으로 팬을 위한 정책인가를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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