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3/19)  
 기수의 오버


일본에 건너간 조치훈을 가리켜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한 건 불굴의 필승의지를 표현한 수사(修辭)였다. 중상의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휠체어에 의지해 기성(棋聖) 도전기를 치른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진짜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경마기수들이다. 바둑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경마는 그렇지 않다.  서대원, 김태성, 이준희, 유훈 기수가 말에서 떨어져 생사를 달리했고 김종온 기수는 아직도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다.

현재 66명의 기수는 연간 162%의 재해율에 시달리고 있으며 연간 통산 1,700일을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일 년 평균 25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진다는 얘기다. 부상 발생 빈도를 따지면 경륜선수의 6.3배에 이르며 전국 단일사업장 산재율 1위인 마필 관리사보다 무려 11.2배나 높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그럼에도, 97년을 기점으로 지난해까지의 상금 인상률이 경륜은 96.7%나 상승했는데 경마기수들은 25.6%에 그쳤다. 일전에도 지적했듯이, 1억 이상의 상금을 받은 경륜선수가 64명에 이르지만 경마는 9명에 불과하다. 전체 평균 연봉을 따지면 경마 기수가 6,192만원이고 경륜 선수는 6,870만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오히려 6,321만원의 프로야구 선수보다 적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감독이 선수보다 수입이 높은 프로스포츠 종목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경마장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걸 보고는 의아해한다. 평균 연봉이 가장 높다는 프로야구의 경우만 해도 8개 구단 감독의 그것은 선수와 비교할 때 절대 높지 않다. 하지만, 기수가 7.32%의 착순상금을 받는데 반해 조교사는 8.03%를 받으며 경주협력금 역시 조교사의 12.37%보다 적은 11.65%에 불과하다.

스승과 제자라는 역학관계가 일본 경마의 영향을 받으면서부터 토착화되었고, 전통적으로 상명하복이 가능한 도제(徒弟) 관계가 바로 조교사와 기수 사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따져봐도 기수의 수입과 처우가 상대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마창출의 최일선에서 경마의 꽃으로 이름만 빌려줄 뿐 실제로 그 위상에 걸 맞는 대접에서 비켜나 있다고 여기는 기수들의 공통된 인식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맞다.

그런 기수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정부 시책에 의한 주 5일제 근무제도에 따라 관리사들이 월요일에는 절반의 인원만 업무를 보기로 하자 기수들은 월요일을 격주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관리사와 똑같이 쉬겠다며 지난 3월 7일부터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5일 근무제의 본래 취지를 적절하게 대입하지 못한 마사회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관리사에게 필요한 12억 8천만원의 추가 사용을 정부로부터 승인 받지 못한 책임이 크다. 따라서 월요일에도 전원이 조교를 하겠다는 관리사 측의 입장을 되레 져버린 셈인 동시에 어쨌든 기수의 반발을 유도한 단서가 되었다.

그러나 한참 더 잘못된 것은 경주의 질을 담보로 한 기수들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명분이 타당해도 방법과 절차가 잘못됐다면 오히려 본질을 훼손하는 법. 현재 454명의 관리사 가운데 경주로 조교를 격주로 담당하는 승인자는 81명에 불과한데 66명의 기수가 조교를 안 하게 되면 45%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경주로를 비워선 안 된다는 경마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처사가 되는 것이다. 또한, 관리사와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도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의 신분에서는 주 5일 근무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구나, 기수가 너무 많다고 등록을 거부했던 협회가 부산으로 이적한 기수 때문에 업무량이 과중 되었다는 주장이나, 일요일 6회 이상 기승 기수의 월요일 조교가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항변은 비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처우 개선의 요구는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순리에 맞게 풀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하모니를 이루어 작품을 만드는 종합예술인 경마에 있어서. 조교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마의 시행은 경마팬이 보이콧 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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