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4/09)  
 음주운전 음주기승



이달 들어 경주에 출전하는 기수 가운데 무작위로 다섯 명을 선정해 마사회 재결위원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자 당사자들의 심사가 편치 않은 모양이다. 그 많은 경기 종목 중에서 선수들의 음주검사를 하는 곳이 없음에도 하필이면 경마기수가 그 첫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느닷없이 음주단속을 한다면 평소 기수들이 술 먹고 기승 하는 것처럼 기정사실화 시킴으로써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처사가 얼마나 못마땅했으면 재결위원에 대한 음주검사도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역으로 있는 모 기수에 따르면 뚝섬시절에는 경주 당일 기수대기실에서 약 300미터 정도 떨어진 구내식당에서 음성적으로 술을 팔았으며 그 역시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시고 경주를 치른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체중조절 때문에 밥을 먹을 수 없던 다른 기수들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한 컵의 소주와 김치 한 조각으로 속을 달랬다고 그는 기억한다.

과천으로 이전한 근래에 들어서도 이런 음주패턴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승부에서 오는 긴장감과 절대 전제조건인 체중조절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경주일 사이에는 외부출입을 못했던 통제 생활이 자연스런 음주 분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 도중에 조교를 위해 출근하고 상갓집에서 술을 마시며 밤을 새던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도 시간이 되면 일터로 향했다. 물론 경마장의 사고 발생 건수와 산재율이 전국의 다른 곳과 비교하여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음주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주일에 1회 이상 4회까지 직장동료와 술자리를 하는 마필관리사가 전체의 48.8%에 이르고 평소 주량이 소주 1~2병이라는 대답이 67.0%에 달했다는 설문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경마장의 음주 패턴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마장 사람들만 술을 마시는 건 아니다. 음주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며 폭음이 빈번하고 술을 강권하는 우리 국민의 1인당 술 소비량은 OECD 회원국 중 1위다. 그 때문인지 술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고, 범죄, 의료비, 노동력의 손실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한 해 14조가 훨씬 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음주운전 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의 13%를 차지하면서 술로 인한 범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회악이라고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다행이다. 술 먹고 운전하다 혼자 죽는 거야 자신의 잘못이라 친다 해도 멀쩡한 남의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격리하고 추방해야 할 사회적 범죄다.

마사회의 이번 조치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음주 기승을 할 것이라는 확실성에 주목했다기보다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개연성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해석된다. 불의의 사고는 불가항력이라 할지라도 가능한 범위까지의 예방은 인재(人災)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필의 전 능력을 발휘시킬 책임이 있는 기수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요구하는 건 시행체의 몫일 뿐만 아니라 경주에 참여하는 팬들의 일관된 주문이지 않는가. 기수들의 격주 5일제 근무 실시에 대한 마사회의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 역시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기수들이 격주 5일 근무를 요구한 배경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명분이 있었듯이 마사회가 기준에 맞춰 시행하는 제도에도 마찬가지로 하자가 없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이번 조치가 기수에 한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조교사와 경주로 조교를 담당하는 조교 승인 관리사에까지 범위를 넓혀 평일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말을 타야만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체중 감량을 위해 금지 약물인 이뇨제(利尿劑) '라식스'를 상습 복용하고 출전을 했지만 혼미한 때문인지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기억밖에 없었다는 기수의 후일담은 우리 현실에 맞는 도핑테스트의 도입을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그의 무리한 욕심이 자신의 건강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건 물론이고 경주 전반에 미치는 내적 장애가 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경주에 중대하고도 명백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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