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4/22)  
 한국마사회장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다. 전직 마사회장 두 명은 물론 처장, 부장, 과장, 대리까지 금품을 상납 받았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거의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뇌물 비리의 복마전이며 악취를 풍기는 ‘마(魔)사회’라고 언론은 비아냥댔지만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가, 마사회에서 분사된 아웃소싱 업체가 뇌물 제공업체였으니 공기업 구조조정의 허구성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마사회는 시설물 관리용역을 높은 가격에 독점 공급해주고 업체는 그 대가로 뇌물 상납을 하는 공생 관계가 몇 년째 유지돼 온 사례를 들어 애초부터 분사(分社)는 비리를 잉태한 모순의 구조였다고 단정한다. 그와 함께, 총선에 낙선한 정치인과 퇴직 공무원의 노후를 보장하는 낙하산 인사가 주인 없는 공기업의 부정부패와 연결되었다며 인사제도의 적정성을 묻는 것이 둘째다. 받은 뇌물이 지구당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자금법의 손질을 요구하는 야당의 코멘트도 덧붙여졌다.

오히려 그보다 더 눈길을 준 것은 뇌물의 전달 방법이었다. 고등어와 곶감과 초밥을 담는 상자에 현찰을 차곡차곡 담아 건네주는 신종 수법이 탄생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부가 인근 시중은행의 협조를 받아 고등어 상자에 실제로 3천만원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한 사진을 첨부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고액 수표를 주고받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현금다발을 눈에 띄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동원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과상자로부터 시작해 골프가방으로 이어져 기상천외한 초밥도시락에 이른 걸 보면 ‘뇌물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진화할 뿐’이라며 상세한 도표를 그려 설명했다.

흥청망청 벌어진 뇌물잔치의 구조적 비리 그 범죄의 본질보다도 새로 선보인 뇌물 전달 수단에 더 관심을 보인 것은 경마 또는 마사회에 대한 그 동안의 사회적 인식이 이제는 식상한 까닭이고 공기업의 비리가 어디 마사회뿐이겠느냐는 불신과 냉소에서 연유했는지도 모른다.

또다시 복마전으로 구설에 오른 마사회의 비리는 따지고 보면 정기 행사였다. 경주마의 사료비를 빼돌린 경리계장과 지프차를 팔아 챙긴 총무부장과 공금을 첩의 생활비로 유용한 6대 마사회장의 비리 전모가 드러나 구속된 것이 57년의 일이다. 98년에는 전직 마사회장 두 명이 경마수익금 가운데 공익자금 출자계정 등의 회계장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둘이 합해 30억원 이상을 착복한 혐의가 있어 조사 중이라고 보도됐다. 특히, 김모 전 회장의 경우는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예금계좌를 추적하고 이에 협조한 마사회 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병행된 부패의혹 사건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대(代)물림' 뇌물비리로 재연된 것이다.

민영화에 소극적인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거론하는 지적과 충고는 이번에 나타난 비효율과 검은 비리의 현실을 마사회라는 표본을 통해 지켜봄으로써 설득력을 얻는다. 구조적인 비리를 발본색원할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건 분명하며 위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변혁의 도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어쨌든.

하지만, 인사와 하청관계를 중심으로 운영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경마의 공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운 레퍼토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임직원의 ‘윤리서약서’를 의무화한다는 마사회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약서 한 장으로 해결될 사안이라면 이미 57년에 마사회 비리는 발본색원되어 깨끗해졌어야 한다.

그들의 개인적 범죄로 한정하지 말고 비리가 가능했던 풍토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지는 자세로 해결하자. 마사회에는 강도 높은 ‘공직자 윤리법’이 요구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여 클린시스템을 마련하자. 그래야만 정치적 목적으로 거쳐가는 불량 낙하산을 거절할 자격을 얻으며 궁극적으로 진정한 내부승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32대 신임 마사회장을 주목하고 기대를 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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