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4/27)  
 사설 경마를 근절해야 하는 진짜 이유



지난해 3월 링 필드(Ling-Field Park) 경마장에서는 영국 경마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섯 번이나 최고기수에 오른 파론(Fallon)이 한낱 미승리마 경주에서 우승을 못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볼링어릿지(Ballinger Ridge)에 올라타 결승선 200미터를 남겨놓은 지점까지 10마신 이상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경마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도 있는 결과 때문만은 더더욱 아니었다.

의혹은 파론이 마지막 200미터의 거리에서 고의적으로 말의 스피드를 떨어뜨렸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베트페어(Bet Fair)라는 사설 경마업체(Book Maker)의 배당판에 나타난 볼링어릿지의 배당률 변화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2.1배로 출발한 단식 배당이 4.0배로 치솟았다가 3.5배로 마감되었으며 우승마가 된 라이(Rye)는 2.6배에서 1.7배로 떨어진 채 확정되었다. 볼링어릿지가 질 것을 미리 알고 있던 누군가가 부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후검량을 받는 주위로 백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어 그를 비난하고 야유했다. 결국, 그는  기수도 사람이므로 실패할 수 있다고 해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곧 그의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이 세상에 드러났다. 경주가 열리기 며칠 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파론이 사치로운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과 파론이 경주 3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와 “볼링어릿지는 이기지 않는다. 라이가 이긴다”고 말한 녹음 대화 내용이 BBC를 통해 전국에 방송되었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파론이 기승 하는 열 개 경주의 정보가 전해졌으며 그 중에서 일곱 경주의 결과가 일치했다. 사례의 방법을 묻는 경마꾼의 질문에는 동료기수의 아들을 거쳐 자신에게 전달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사설 경마업자를 허용하는 영국의 전통이 수정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트페어가 해당 경주에 발매한 30억원 어치의 마권 중에 위의 정보를 알고 구매한 뭉칫돈의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설업체를 매개로 해서 거액을 벌어들이는 부정경마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경마공사(BHB)도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기마에 기승 한 인기 기수가 고의로 패배한 것과 그로 인해 사설 경마 업체가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는 결과론은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빼 먹었다’는 경마장의 속설 은어를 먼저 이해하면 된다. ‘뺐다’는 건 ‘못 갔다’가 아닌 고의적으로 ‘안 갔다’는 승부 회피를 의미하며 ‘먹었다’라는 금전 또는 기타의 수익을 얻은 소득 행위를 합친 말이다. 승리하지 않음으로써 그보다 훨씬 큰 메리트를 보장받는 경마 부정을 가리킨다.

얻는 이익은 팬들의 배팅 금액이다. 개인 또는 사설 업체가 마권을 판매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의 규모가 엄청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통의 마권구매는 최고의 인기마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배팅액도 그에 몰리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 인기마가 입상에 실패하면 거기에 걸린 돈은 모두 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맞대기 사설 업자에게 있어서 인기마의 고의 패배는 축복이며 대박이다. 그 결과, 문제의 해당경주에 참여한 경마 창출자들은 우승 상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액을 배당받고 업자는 제2 제3의 부정경주를 기획하게 된다.

마사회가 2년 전에 사설 경마 단속팀을 따로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해를 줄여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밖에서 바라보는 사설 경마는 마사회 매출을 떼어먹음으로써 경마 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며, 지하에서 조세를 포탈하고 납세 질서를 어지럽혀 국가재정에 손실을 입히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근절에는 각계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방법적으로는 단속 포상금 제도를 법제화하거나 고액 구매가 가능하도록 마권 구매상한제를 폐지하자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알고도 말하길 꺼리던 사설 경마의 본질은 우리 경마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정경마의 획책이라는 점이다. 그 출발선에서 효력있는 근절 방안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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