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4/22)  
 春來不似春

오늘 31대 한국마사회장이 취임했습니다. 약 두달여간 공석중이었던 자리에 [임자]가 결정되면서 그간의 치열한 물밑교섭과 당정청(黨政靑)간의 힘겨루기도 막을 내렸습니다. 뒷얘기도 풍성합니다.

박창전 전회장이 사표를 낼 무렵,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의를 표명할 거란 얘기가 나돌 때 이미 후임회장의 윤곽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봉수 현 부회장이 회장이 될 거란 전망이 그것이었습니다. 성급하다 싶었지만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과 마사회장 임명권자인 박홍수 농림부장관과 청와대 김인식 인사보좌관 3인의 인간관계를 들어 이 부회장이 회장이 된다고 호언했습니다. 위의 트리오는 모두 김해를 연고로하는 농민운동 출신인사며 노무현정권의 집권 공로자로서 서로간의 막역한 관계를 이유로 꼽았던 것입니다.

변수도 있었습니다. 부회장이 되기 전, 지구당위원장으로 금배지의 꿈을 안고 있던 이부회장이 5월, 보궐선거가 열리는 김해에서 출마하느냐가 관건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한달 전쯤, 우리당 김해지역 공천자는 다른 인물로 결정되면서 이부회장이 마사회장에 [올인]했다는 좀더 확실한 예후가 나타났습니다.

싱거운 [대끼리]게임으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회장추천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3인의 후보가 발표되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우재 전의원이 신청자였고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당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증거였습니다.

사실 이우재씨는 17대 총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이목희 현의원에게 패배하고 당 고문을 맡았다가 나중에 무슨 특위위원장에 이름을 거는 정도로 칩거 상태였지만 지지난번 개각 때 농림부 장관으로 당에서 추천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경마장의 정보꾼들은 이우재 카드가 [뻥카]냐 [진카]냐를 놓고 설왕설래했습니다. [진카]측은 우리당 전 당의장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구체적인 세력의 근원지를 가리켰습니다. 가능성을 높게 본 거죠. 하기야 마사회장배 대상경주에 출전하는데 출전수당 받으려고 나오기야 했겠습니까. ㅋㅋ

입상권에서 제외하는 이 부회장파의 진단은 그가 칠순을 바라보는 정치 노객이라는 점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후보라고 보았습니다. (속마음은 애써 무시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두 명의 전회장이 뇌물수수로 세상을 더들썩하게 하면서 언론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그 원인이라고 떠들었으니 상황은 유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세였습니다. 지난 주말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공기업의 실제 인사권이 정치권에 연결된 오랜 전통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밥을 먹으면 기업인이 밥값을 내는 불문율처럼 힘의 우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이부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거나 반드시 회장에 올라야 한다는 경마계의 명분이나 당위성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에대한 큰 거부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가장 최선의 선택이냐는 문제에선 숙고할 사람이라도 일단 그는 무난하다고 평가한 걸로 보입니다. 짧은 기간 정치인 출신이었지만 부회장 취임 후 경마장을 발로 누비고 다닌 현장 경영 스타일에 호감을 가진 경마인들이 많았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기선 후보가 낙마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회장 선임에서 유례없이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경마팬들의 성향도 비슷했습니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동의였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서 김후보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경마 인터넷 언론을 타고 흘렀습니다.

김후보의 탈락은 마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혁의지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증거이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정치판의 논공행상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불가능]이라는 단어와 같은 뜻이라해도 무방한 [개혁]이 경마장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세대에서는 말 그대로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마사회장들이 개혁을 언급했지만 아무도 보여주지 못한 사실을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사회를 개혁하겠다고 취임 인사를 하는 31대 회장을 바라보면서 [그 밥에 다른 나물]이 올라올 거라 믿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그가 그동안 몸소실천하며 개혁을 부르짖은 때는 4.19 시절이 유일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현재의 우리 경마장이 어떤 [꼬라지]인줄도 모른채 더 많은 경마 수익금이 농촌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취임사를 하던 그가 바로 신임 마사회장이기 때문입니다. 취임식에 따라온 현역 국회의원 때문에 그는 [가오]를 잡았는진 모르겠지만 그들 때문에 그 역시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치판과 경마판은 [정경불이(政競不二)]라는 세간의 믿음을 확고히 했는지도 모릅니다.

[불확실한 것]에 [확실한] 돈을 거는 경마꾼인 입장에서 보기엔 [불확실한] 인물이 경마대계를 책임질 수장으로 온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절기상으로는 봄이 확실하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요즘 날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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