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7/04)  
 발매창구에도 명당있다


근 3년 가까이 매주 한 편씩 꼬박꼬박 쓰느라고 받았던 압박에서 벗어나 따~악 두 달만 쉬면 좋겠다며 실행에 옮긴지 정말로 두 달이 지났습니다.

자기 시각을 벗어난다는 건 쉽지 않을테니 별 다를 건 없었습니다. 아예 경마장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면 했지만 그것만큼은 힘들었구요. 대충,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새로운 각도로. 관점으로.

사실은 더 쉬고 싶었답니다. 어항속의 금붕어가 입만 뻐끔거리며 잠을 자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하지만 잠을 깨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코리아레이스 사이트의 라이브 경마에 접속해 게으름을 부리던 중, 김득기님이 전산오류 때문에 1경주가 확정되지 않는다고 중계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후다다닥 씻고 10분만에 경마장으로 날아갔습니다. 더 정확히 따지면 10분이 채 안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가는 도중에 옛 일이 생각나더군요. 2000년 1월 30일 마지막 경주. [1.30 전산파동]이라고 제가 이름을 붙인 적이 있어 잊지도 못하는 날입니다. 당시 사건은 11경주 마권 발매가 시작되고 20초만에 전산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마사회는 알고 있었지만 마감 3분전까지도 모른척하고 발매를 계속했습니다.

복식 발매액은 9천4백여만원. 이상하다 싶었던 경마팬이 갖고있던 카메라를 꺼내 배당 모니터를 촬영했습니다. 당시 잘나가던 경마사이트, 자키클럽의 오승준 운영자였습니다. (아참, 자키클럽은 지금도 잘 나갑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당시 사진 한 번 보시겠습니까?




마감 5분 전인데 발매액이 턱없이 적죠? 이번 경우처럼 금액 합산이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계좌투표기와 환급전담 전산기의 과부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요.

잘못된 배당판을 근거로 구입한 마권은 원천무효라며 많은 경마팬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유있는 항변이라며 마사회 처리 매뉴얼의 하자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상황 다시 보기

결과는 지금이나 그때나 다르지 않았지요. 마사회가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주 전산기 CPU를 보강하고 전산담당 부장을 문책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소정의 사은품을 다음 경마일 입장객에게 나눠주었던 거죠. 3천원짜리 전철푭니다. 모두 3억원어치를 경마공원역에서 구입해서 팬서비스를 했습니다. 경마공원역장만 횡재했지요 ㅡ,.ㅡ



이번 사건도과천 본장의 구관 6층과 주로내 공원 그리고 일부 장외지점의 투표금액이 주전산기로 이체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금액은 대략 7억5천 정도였구요. 어제까지도 집계가 끝나지않아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물어줘야할 환급액이 3~4억 정도 될걸로 내다보더군요.


우리 경마장에 전산이 도입된 게 84년 뚝섬시절입니다. 그 전만 하더라도 주로 한 가운데에는 백묵으로 일일이 적어 배당율을 게시하는 배당판이 있었습니다. 눈감고도 주판을 잘 다루는 경리팀 직원이 매출액을 합산하고 배당을 계산하면 이를 받아서 적었던 거죠.

생각해보시죠. 이거 얼마나 번거롭습니까. 일일이 종이에 적고 주판알을 튕겨 계산하고 다시 무전기로 날리고 받아 적고 시간되면 다시 칠판 지워 새로 적고...

그러던 것이 미국 Tote사의 전산시스템을 도입해서 배당판을 만드니 천국이 따로 없었지요. 지금처럼 30분만에 한 경주를 돌릴 수 있는 시간절약도 절약이지만 몇백명의 수고를 눈깜짝할 사이에 대신 척척해내는 [꼼퓨터]가 얼마나 대견스러웠겠습니까.

그러나 전산 얘네들이 한 번 꼬장을 부리면 대책이 없습니다. 99년 12월 5일 제주교차경주때도 서버가 다운되어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전자회사 후지쯔(fujitsu)가 전산을 관리하는 일본 북해도 근처의 한 경마장에서는 사고가 나는 바람에 당일 경주 모두를 취소해야하는 사건도 있었구요. 2000년 무렵엔 미국에서도 배당율이 잘못 게시되어 해당 경마장이 투표 금액을 모두 물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 팬들의 의견이 매우 단순해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가장 활성화되었다는 마사회 고객광장에도 전산관리 제대로 못한 마사회 담당자는 각성하라는 정도의 화풀이가 고작입니다. 사고 수습이 지연되면서 지루했다는 경마중독자의 투정(?)은 차라리 애교였지요.

방송 출연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한승부 전문위원이 해당경주는 무효이며 모든 마권을 환불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 유일한 주권찾기의 메시지였을 뿐입니다.

지난 99년 12월 5일 제주 교차경주 마감직후 교차경주용 전산프로그램 장애발생으로 인해 최종 발매금액에 제주발매금액이 미합산된 경우가 있었지요. 그때 어떻게 했습니까. 경마시행규정 제84조의 13(미합산금액의 무효처리) "총 발매금액에 합산되지 못하였을 때에는 당해 승마투표는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경주가 취소되고 전액 환불조치된 사례가 있었잖습니까.

전산에 문제가 있어서 오류의 배당율을 근거로 마권 발매가 이루어졌는데 주최측이 그 잘못을 인지하였다면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처리 매뉴얼입니다.

맨날 떠들어봐야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서 이제는 포기한 패배주의자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 경마팬들 모습입니다.

그래 너 잘났다. 그렇게 잘 아는 네가 나가서 떠들면 되겠다구요?

싫습니다. 뭐하러 목 아프게 소리칩니까. 아무리 같은 경마팬이라지만 패리뮤추얼 시스템 아래서는 서로 돈놓고 돈먹기하는 적군일 뿐인데 뭐가 이쁘다고 남 좋은 일 시켜줍니까.

여름이면 션~한 수박화채 만들어 주로내 공원 원두막에서 마권사고, 날 추워지면 구관 6층 마주실에 꼽사리 붙어서 마권사고, 사정이 생겨 본장에 갈 수 없을 땐 주 전산기에 발매금액 합산이 가장 취약한 지점을 찾을렵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재연될 전산 사고 때 못맞춰도 금액 돌려주고 운이 좋아 맞추면 당연히 배당금을 얹어받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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