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8/31)  
 최근의 경마부정 사건들을 보면서


경마부정에 관련된 조교사, 기수 등 마필관계자들에 대한 처리 결과가 경마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보도에 따르면 돈을 받고 자신이 기승하는 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김모씨(31 기수)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지금은 부산에 내려가 있는 김경진 기수죠. 김 기수는 서울경마장 활동하던 당시에, 오모씨(45)로부터 1,100만원을 받고 경마정보를 제공한 혐의입니다. 오모씨는 약 10억원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죠.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했던 모양입니다. 김기수는 구속이고 금품을 건넨 오모씨는 불구속 입건이니 말입니다. 경찰의 조사내용을 모두 보질 못했으니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른 구속여부를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 불구속입건인 배대선 조교사의 경우는 좀 특이합니다. 그의 상대였던 뚝섬경마장 시절 당구장 주인 강모씨는 이번에 구속되었습니다. 강씨는 지난 2001년 여름 무렵부터 “경마 정보를 주지 않으면 한강에 빠트리겠다”며 협박하고 받은 정보로 마권을 구입 했으나 총 15억원을 날려 "고발하겠다"고 몰아붙였답니다. 그러자 협박에 시달리던 배 조교사는 지난해 1월19일 5천만원을 주고 합의합니다. 둘과의 관계가 일단락된 셈이죠. 하지만 경마판을 떠나지 못한 강씨는 또다시 협박을 재개합니다. 그러자 자수에 이르게 되었죠.

강씨는 배 조교사로부터 5천만원을 [갈취]했기 때문에 구속이다. 말이 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명료해 보이죠? 그렇지만 배 조교사는 복잡합니다. 지지난준가요? 배조교사 관련 재정위원회가 마사회에서 열렸습니다. 정상을 참작해서 면허정지 10개월 정도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추후 재심]이었습니다.

모예상지 회사, 자회사와의 관계가 그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배 조교사는 그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사용하는 휴대전화의 명의 역시 예상지 회사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마사회법에 조교사의 주식 보유나 휴대전화의 명의여부가 면허취소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보완 조사를 지시한 상탭니다. 결과가 주목된다 하겠습니다.

며칠 전 오보사고도 있었죠. 모조교사가 자살했다 해서 도대체 그가 누구냐는 팬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습니다. 조교사가 아닌 00조 소속 故김모 관리사가 잘못 알려진 경우였죠.

김관리사는 송모씨(42)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1천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송모씨가 2억5000여만원을 잃자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소 당뇨 등의 지병이 있던 김관리사는 결국 가정불화와 금전문제로 비관하다 지난 6월 자신의 고향집이 있는 전북 부안에서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했습니다.

이 경우 송모씨가 구속된 건 액수나 범행의 규모가 크지 않았음에도 상대방을 자살에 이르게 한 점을 감안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진 조교사에게도 구속영장이 떨어졌습니다. 자수 당시 진술 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밝히지 않았던 여죄 부분이 생각보다 방대한 모양입니다. 3천여만원의 또 다른 금품을 받았고 조교보 등이 연루돼 있습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던 관련인이 잠적해서 난항을 겪던 수사가 진전을 본 것은 아니고 종결했습니다.

구속의 의미는 자수했음에도 정상 참작이 어렵다는 검찰의 판단일 겁니다. 보통의 기준보다 한 두 단계 아래의 처벌이 항례인 자수 사건의 경우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걸로 볼 때 중형으로 가는 수순이지 싶습니다.

경마장에 본격적인 자수제가 도입된 건 지난 90년대 오영우 마사회장 시절입니다. 경마개혁에 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오회장은 자수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고 불문에 붙이겠다고 공약했죠. 쉽게 말해 자수하여 광명 찾자는 거였죠. 그 때 많은 기수들이 자수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고참급의 기수들로 지금도 거의가 현역으로 활동 중입니다.

자수제가 더 큰 부정 사건으로의 확대를 막는 효과가 있어서 공정경마 구현에 일정의 역할을 했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부정 사건이 끊이지 않은 걸로 봐서는 자수제가 만병통치의 방법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속으로 자수제를 비웃었던 관계자들은 정보를 제공받는 측의 신의를 과도하게 믿었거나, 자수를 하려해도 규모가 커서 어차피 면허가 취소될 수밖에 없는 [케세라세라]의 심정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자수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 이게 못마땅합니다. 보통의 사건에서 자수를 독려하는 건 수사당사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사건의 빠른 해결을 독려하는 방법 아닌가요? 예를 들면 어린이 유괴범의 경우 난리가 납니다.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세상에 알려지면 대통령이 나서서 범인이 자수할 경우 선처하겠다고 말합니다.(전통 때 이런 사건이 많았죠) 어린 아이의 무사생환을 염려하는 국민여망 때문이죠. 나중에 선처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죄 없는 어린 생명을 위해서라면 선처를 약속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부정경마는 경우가 다릅니다. 범죄 구성원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담합한 사건입니다. 댓가를 전제로 주고받은 사기사건이죠.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사건의 궁극적인 피해자 즉, 경마팬의 동의 없이 가해자를 자기들 맘대로 대우하는 겁니다. 자수했다 해서 그로인해 피해를 받았던 선량한 경마팬이 얻는 건 없습니다. 사건의 재발을 막는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한 번 맛을 본 부정사건은 어떤 형태로든 재연됩니다. 더욱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돼서 오히려 꼬리를 잡기가 힘들어지죠.

자수 건수가 늘면 공정관리를 잘했다는 칭찬을 받나요? 그렇다면 자수제는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를 심각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자수제는 사건의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입니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합니다. 처벌이 가혹해서라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웬만큼 해먹다가 대충 자수해서 감면받고 조금 쉬다 다시 복귀해도 된다면 누가 공정경마 하겠습니까? 먹다먹다 해먹다가 수사망이 좁혀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수하고, 하다하다 지치면 자수하고 나서 새 출발한다면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 제도란 말입니까?

곪은 상처 부위는 도려내야 합니다. 어중간한 반창고로 가리거나 연고를 발라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다가는 전염병이 돌게 되는 이치와 똑같......


부정사건, 수사 뒷얘기, 자수제도, 검찰의 입장 등등 하고 싶은 얘기는 많습니다. 근데, 글을 쓰다보니 이런다고 뭐가 해결되는지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그만 쓸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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