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12/08)  
 홍어좆


아들이 부모를 죽였습니다.

조선시대 때 함경도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밥상으로 때려 죽였답니다.

당시는 숭유억불 시대였죠. 삼강오륜이 법이였구요. 그런 일이 발생하면 도 관찰사에게 책임을 물어 직위박탈하고, 살인자는 즉시 처형하며, 당사자들의 집은 불태운 다음 그 자리를 연못으로 만들었답니다.

왕에게 보고가 올라갔습니다. 대노하여 법대로 처리하라고 어명을 내립니다.

그랬는데 2차 보고가 올라옵니다.
부자간에 겸상으로 밥을 먹다가 생긴 일이었다는 거였죠.


mbc 전원일기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예로부터 부자가 한상에서 밥 안 먹죠.
최불암 아버지는 정애란 할머니랑 밥 먹고, 김용건 큰아들과 유인촌 작은 아들이 또 한상. 그리고 김혜자 어머니와 며느리들이 3번째 상에서 밥 먹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부자가 겸상으로 밥 먹었다면 막가는 집안이라는 거죠.
그래서 왕은 전후사정을 잘 알아보라 다시 어명을 내렸답니다.

유교사상에 철두철미했던 조선시대에도 사건의 배경을 참작했다는 서구형 인권보호 사례인가요? 뭔가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다는 거겠죠.

오늘 대구에서는 36세의 한 남자가 부모의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둔기로 존속 살인을 했답니다.

험한 요즘 세상에 흔한 일 아니냐구요? 그렇죠 머.
아무리 그래도 지 애비 에미를 때려죽인 건 천륜을 패대기친 인간말종 아니냐구요? 그럼요.

조금만 냉정하게. 왜 죽였을까? 뭔 사정이 있나 알아보죠.

속사정 1 : 부모가 자식한테 돈을 빌렸답니다. 6천만원을.
자식이 부모 돈 뜯어가는 건 일상다반사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좀 희귀하죠?
자식은 돈을 받으려고 재판을 걸었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아들에게 이유 없다며 기각을 시켰네요.
그래서 죽였습니다.

이쯤 되면 빼도 박도 못하는 패륜아입니다.

속사정 2 : 기사에 의하면 아들 아버지가 무속인이랍니다.
일반적 관습이나 가정구조에 의하면 정상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죠?
고구마 줄기처럼 남들이 눈치 못 챌 얽힌 사정이 있었나요?

글의 폼새가 아들을 옹호하려는 분위기로 간다구요?
네버, 절대로 아닙니다.

백번 양보해도, 아무리 그래도 부모를 죽일 수는 없죠.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반항할지언정 죽인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밧뜨,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옆 동네까지 효심이 지극하다고 소문이 자자해 정부로부터 효자상을 받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칼과 망치를 휘둘러 부모를 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6천만원 빌려 드렸어요.
자식은 당장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돈이 없어요.
부모에게 돈 좀 갚아달라 했어요.
하지만 부모는 돈 없다 했어요.
그러면 부모를 죽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 그 돈이 있어야 경마장엘 가거든요.

그럴 땐 가능합니다. 눈에 보이는 거 없죠. 무조건입니다. 그 돈은 부모 이상의 개념입니다.

은행을 턴 강도나, 북풍한설 몰아치는데 자식과 함께 한강 물에 빠져 죽는 사람들, 회사 공금을 횡령했던 사람들이 경마로 망가졌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보도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혹시라도 이번 대구사건이 노름에 빠진 자식의 패륜범죄였다면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가까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어릴 때부터 부모가 교육시킨 노름의 폐해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몹쓸 놈의 "노름"을 탓함으로써 경각심을 새롭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우니까 그런 패륜범죄가 재발하지 못하도록 사행산업이나 도박놀음에 대해 규제를 철저히 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라고 요구할 수 있죠.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삼강오륜에 입각한 명랑사회를 지향한다고 자위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노름이 인간성을 처참하게 말살할 수 있다는 각종 보고는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하위개념이긴 하지만 도박이 국가의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경제적 수치를 굳이 포함하지 않더라도 도박과 노름의 폐해는 이 사회가 멀리해야할 것임에는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일부의 도박과 노름을 공인할까요. 밥만 먹고는 못사는 게 인간입니다. 직장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집에 와서는 밥 먹고 잠자고 일어나 공장으로 가 일만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배설창구를 만들어 둔겁니다. 서구의 공창제도처럼 말입니다. 엄청난 세수확보는 부차적인 소득이구요.

굳이 속사정을 알아보려는 건 저의 피해의식 때문입니다. 끔찍한 사건이 맨 정신으로 벌어졌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얼마나 살벌하고 가치가 없겠냐는 노파심이 저절로 생기는 거죠. 하다못해 술에 취했다거나 정신착란 증세를 보여 온 환자였다고 경찰이 전하면 조금은 안도하게 되잖습니까.

대구 사건을 보면서 저는 그 아들이 도박에 미친, 경마에 환장한, 노름꾼이길 바랐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그의 범죄가 단지 돈 때문 만이라 한다면 그 책임을 자본주의에게 물어야 하는데 자본주의는 우리의 목숨을 좌우하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잖습니까. 돈은 우리의 생활을 지탱하게 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인데 거기다 책임을 물으면 살인의 잘못이 희석될지도 모르잖습니까.

노름꾼이었다면 노름에게 모든 죄를 옴팡 뒤집어씌울 수 있습니다. 노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아들은 더 이상 구제할 가치가 없는 사회의 이단아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하면 문제가 간단해지는 거죠.

우리 경마가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 얘처럼 만만한 호구가 따로 없습니다. 세계에서 세금 젤 높죠. 정부의 각종 규제는 엄처시하의 며느리에게 내리는 시어머니의 잔소리처럼 많죠. 정권만 바뀌는 경마에 대해 좆또 모르는 불량 낙하산들 투하시키죠. 야리쪼는 또 어떻습니까? 우리 기수 조교사 외국 나가면 그쪽 사람들이 묻습니다. 한국에서 20년 이상 말 타고 조교사했다고 소개하면 큰 돈 벌었냐고 부러워합니다. 그렇게 이땅의 경마판은 홍어좆입니다.

그뿐입니까. 세금 가장 많이 내는 납세 애국자들에게 경마꾼이라며 손가락질합니다.
세금 좀 줄여달라고 민원 냈더니 노름꾼이라며 쳐다도 안 봅니다.
부모 때려죽인 패륜아보다도 불쌍한 게 이 땅의 경마꾼들입니다.
이래저래 죽일 놈은 경마꾼 뿐입니다.

마판동지 여러분! 아니, 홍어좆 여러분!
이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겁니까?
누구의 잘못이란 말입니까?
대구의 아들입니까?
경맙니까?
아니면 바로 우리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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