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6/02/24)  
 김정일의 남자



마사회가 김정일에게 말 두 마리를 주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가십성 기사로 여기저기 보도되었죠.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 낙하산인물이 정치적 쇼를 벌인다고 했습니다. 한나라당 부총재에서 정권이 바뀌자 여당으로 말을 갈아탄 이우재의 정치 꼼수라구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DJ가 방북을 연기하는 상황에서 정권에 빛을 진 이우재의 물타기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호감이나, DJ의 북한 방문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스토리는 실제로 지난 6월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봉수 전 마사회 부회장이 했던 제의를 얼마전 이우재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전한 얘깁니다. 이 전 부회장이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북한의 답변이 없다고 이 회장이 지나가는 소리로 그런거죠.

정작 간담회에서는 레저세를 비롯한 수많은 현안들보다 요 것이 토픽감으로 붉어져 나온 탓에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겁니다.

느닷없이 이런 얘기가 왜 나온 걸까요? 북한 왕래야 통일부의 형식적인 허가만 얻으면 별 일 아닌 세상에 이봉수씨는 그 얘기하러 북한 갔다 왔을까요? 노정권의 총애를 받는 이봉수씨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확보를 위해 북한 방문을 했다 까지는 그럴 수 있는 일이구요. 하지만 그가 갔다 온 사실이나 성과는 전혀 알려진 게 없습니다.

겨우 남한의 마사회 부회장이 김정일을 알현(?)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농업특보라면 몰라도 정치적 막후 협상을 위한 특보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주석궁을 향해
"좋은 말 두 마리 드릴께요!~~~" 했나요? ^**^

김해 시장에 출마하는 그가 부회장 시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모아 "한 마리 나비이고 싶었다"며 시덥잖은 책 한 권 출간하고 선거구에 박태종기수를 비롯한 경마장 고위 인사들을 불러 모은 건 사전 선거행위죠. 선거법에 저촉이 되는지는 잘 몰라도 선거를 위한 공명심 행사인 건 분명합니다.

그러니깐 이럴 수도 있겠네요.

지방선거 유세장, 김해시장 후보로 나온 기호1번 이봉수 후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제가 작년에 이곳이 고향인 노무현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북한에 다녀 왔심더. 낙후한 북한의 농업을 발전시킬 방법이 뭔가를 찾아보라는 대통령 말씀에 농사꾼인 제가 아무나 못가는 북한을 다녀왔어요. 링겔공장 준공식에 갔다가 김정일이 만났어요. 국방위원장 만나서 다 얘기했어요. 승마를 좋아한다해서 말도 두 마리 주기로 했슴다. 여러부운~~!”

오바가 심했나요?
할 얘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김해 옆인 삼천포로 빠졌네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왜 김정일에게 말을 주겠냐고 했냐. 맞습니다. 김정일이 승마를 좋아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DJ가 평양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하고 6.15공동선언을 하면서 남북간 화해모드가 조성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김정일의 각별한 신임을 얻은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 국내 언론인을 대동하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단체로 만납니다.

그때 나온 얘깁니다.

건강 유지에 대해 얘기하다가 김정일이 그럽니다. 자기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걸 싫어해서 인민들과 수영도 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말도 탄다고 말입니다. 11살 때부터 하루 약 8km이상씩 시속 40~60km 로 말을 타 왔다는 거였죠.

계속해서 김정일은 체중을 의식해선지 말발굽이 굵은 러시아산 올로브종이 자신에게 맞는다며 남들은 영국 말이 좋다고 하는데 자기가 타면 발목이 구부러진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러시아 말은 과천경마장에서 꽃마차를 끄는 말이고 영국말은 우리의 경주마인 더러브렛종을 얘기하는 걸 겁니다.

그러다가 김정일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입니다. 방북단에 대한 예의상 그랬는지
“남측에서 경마하는 사람을 보내주면 내가 함께 타 보겠다”고 말입니다.

통일이 실현 불가능한 먼나라 얘기만은 아니라는 사회 무드가 한창일 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신문과 방송에 모두 나왔던 얘기들입니다.

당시 경마문화 김문영 발행인은 칼럼을 통해서 남북화해 협력 분위기에 발맞춰 북한 경마관련 산업과의 공조방안도 모색해보자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뜬금없이 김정일에게 말을 주겠다니 이게 뭔 넘의 ‘대북 증정’ 또는 ‘비위 맞추는 상납’이냐는 비난은 전후사정이 생략된 코끼리 그림인 거죠.

그땐 별일 아니었는데 이제 와서 김정일과 말 두 마리 얘기만 튀어 나오니 생뚱맞은 거죠.


아참, 북한에 경마가 있습니까?
‘당(黨)이 결심하면 인민은 한다’는데 승마를 좋아하는 김정일이 그까이꺼 경마장 하나 맹기러!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실제로 북한에 경마장이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10여년간 김정일의 요리사를 역임했던 ‘후지모토 겐지’라는 일본인에 따르면 광대한 부지의 초호화판 32호 강동(江東)초대소에는 분수와 연못이 곳곳에 늘어서 있고 볼링장·당구장·롤러스케이트장·사격장 등의 오락시설과 함께 1,600m의 깨끗한 마장(馬場)도 조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원산 초대소에는 약 900m의 잔디 코스가 있고 1992년인가 93년께 22호 초대소에 3,000m의 대규모 마장이 만들어졌답니다.

김정일은 그에게 일본 경마장의 시설이나 규모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22호 초대소 마장에는 헝가리에서 수입한 경주마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경마를 목적으로 건설한 건 아닐 겁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 잡은 김정일 별장에 부대시설로 승마용 주로와 마방을 둔 걸 겁니다.

시장주의 표방하는 중국의 경마장도 내기행위는 일절 인정하지 않는 마당에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쿠바와 함께 경마를 인정할 수 없는 헌법을 가진 나랍니다.

각설하고 다시 말 얘기로 돌아가죠.
도대체 어떤 말을 준다는 걸까요? 승마협회가 아닌 마사회가 준댔으니 경주마일까요? 아니면 승마훈련원에 있는 승용마일까요?

경주마는 마사회가 아닌 마주의 사유재산이니 턱도 없고 훈련원 말은 퇴역경주마를 위주로 한 병들고 늙은 말 들 뿐인데요.

마사회 승마단의 시합 출전마가 그나마 때깔이 나지만 그게 북한 최고 권력자의 성에 찰까요?

단 하나 방법은 외국에서 좋은 말 사다가 주는 건데 이건 아니죠. 그러면 진짜로 상납이 됩니다. 내 집에서 담근 김치가 맛나다고 옆집에 나눠주는 건 이웃간의 선물이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일부러 외국에 나가 선물 골라 전해주면 뇌물이 되는 겁니다. 외국나가 선물 샀다고 모두 뇌물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십억 들여 쓸만한 승용마 산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헝가리 경주마를 별장에 들여놓고 러시아산 승용마를 타는 사람에게 결국 개뿔도 없으면서 떠벌인 거죠. 마필 개량증식이 목적인 마사회가 80여년 동안 변변한 말 한 마리 못 만들어 놓고 허세를 부린 겁니다.

설마 김해 시골구석에서 농사짓다가 과천경마장에 올라와 처음 경주마들의 질주를 본 이봉수씨는 그 말들이면 기아에 허덕여 춘삼월이면 초근목피로 생계를 연명하는 북한처럼 못사는 나라에 동냥하듯 줄 수 있다고 여긴 걸까요?

설사 경마장 말들이 전부마사회 재산이라서 회장 맘대로 남 줄 수 있다 해도 그거역시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몇 년 전 미국경주마의 최고 프리핸디캡이 61인가 했을 때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최고 프리핸디캡을 받았던 최고 말이 미국에서 오기 전에 40을 받았답니다. 우리는 미국과 경주마의 능력에서 무려 20KG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고, 일본과는 20년 이상 뒤처진 핸디캡을 넘어서야 하는 경마 후진국이랍니다.

줄려면 제대로 된 걸 줘야죠. 잘못 줬다간 뭐주고 뺨맞아요.

경마의 경짜도 모르는 거뜰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서는 알량한 밖의 지식으로 경마장을 재단하다보니 결국 뻑수를 두는 겁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그지같은 낙하산들이 경마장 다 말아먹은 건 어떻허구 이제는 개뼉다구들이 나서서 개폼을 잡구 지랄들입니다.

떡 먹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재차 강권하는 듯한 모습은 쪽팔리지 않습니까? 이우재회장이 그랬다면서요. 아직 받겠다는 답장이 없지만 수락하면 언제든지 줄 용의가 있다구요. 하명만 내려주신다면 한 걸음에 달려 올라가겠다는 소리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통일로 가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표정으로요. 똥말갖구요.

우리 경마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동네북인 처지에 정치적 이슈로 떠올라 몰매를 맞으면 그나마 우호적인 세평(世評)마저 날아가 버립니다. 특히나 경마장 내부의 현안 해결은 방치한 채 언론에 이름 석자 알릴 꺼리에만 몰두하는가 싶어 부아가 치밉니다.

경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하고 배척해야 합니다. 일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경마를 빌려가는 행위에는 파렴치범에 해당하는 처벌을 경마계가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임명직으로 경마장에 내려온 낙하산들이 그들의 선거용 팜플렛에 마사회 이력을 내세우려면 그에 걸 맞는 수고가 선행되어야 하며 또 그에 상응하는 이름값만 팔아야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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