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6/10/15)  
 경마와 바다이야기

경마가 풍랑을 맞아‘바다’한가운데에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다소 성급한 우려는 예방에 만전을 기하자는 경마계 내부의 걱정으로 판명됐지만 태풍의 피해를 피해갈 순 없을 거라는 예상은 아쉽게도 적중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수군거린 ‘바다이야기’의 불똥이 결국 경마장까지 튄 것이다. 민의에 극도로 민감한 국회의원은 마사회법 개정을 서둘러야 본분에 충실한 거라며 물타기에 급급하고, 한 번도 경마장에 와본 것 같지 않은 언론은 국민에게 모든 사행산업이 범죄자라고 고자질하는 게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도대체 무엇인가?

마치 정선카지노의 지점이 동네 어귀에 슈퍼마켓처럼 들어와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주위에 노름과 도박이 횡행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일등공신이었지 모르지만 그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섭취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건 아니었다. 횟집이라고 부르기엔 차라리 서정적인‘바다이야기’가 온 나라를‘짠물’에 빠트리고 지저분한 스캔들만 늘어놓았지만 이제는 별일 아닌 양 우리의 관심에서 떠나고 있는 뒷모습이 그래서 얄밉고 괘씸하다. 교훈은커녕 4차 산업까지 아우르는 경마가 한낱 그들에게 비교된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뭘 그 정도에 놀라느냐며 그보다 더한 경마라는 도박이 정부의 비호 아래 성업 중이라는 빈정거림은 참기 어려운 욕설이었다.

원주와 순천의 지역민들이 그랬다. 자기 동네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새로운 장외발매소가 들어서면 너나없이 노름꾼이 되어 결국에는 지역자본이 거덜날 거라며 붉은 머리띠를 동여맸다. 당연히 언론이 주목했다. 결과는 이미 연전부터 진행 중이던 지점 설치사업이 바다이야기를 만나 일방적으로 매도당해야 했다. 그 누구도 경마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장외발매소가 해당 지역 경마팬들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이고 경마의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원론적 주장도 씨알이 먹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의 일방적인 비교는 지역시민운동의 정체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자기모순이었다. 한낱 장외발매소가 그 정도의 위력으로 지역을 피폐화시킨다면 기존의 32곳 지역은 중독자들로 넘쳐나야 하며 아예 경마장이 위치한 과천은 지역 주민 대부분이 헐벗고 굶주려야 했다. 또한, 그들이 혐오한 경마를 즐기는 연인원 1,600만 명의 경마팬들은 이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할, 건전 근로사회의 암적인 존재여야만 했다. 그렇다면, 과연 해당지역 주민의 삶을 걱정한다면서 바다이야기 점포가 그들 지역에 난립했을 때는 무엇을 했는가. 도둑이 들려면 집에 개도 짖지 않는다는데 그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언론도 웃겼다. 처음엔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터졌다고 흥분했지만 흐지부지해지자 문화상품권 남발 과정에 대한 고위층 연루 의혹으로 부채질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왜 도박을 방치해서 수많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게 했느냐는 식으로 은근슬쩍 결론을 내버렸다.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들쑤시다 보니 경마까지도 같은 접시에 올려놓고 요리를 했던 것이다.

실례로, 한여름의 국가적 아젠다에 맞춰 도박 관련 외국뉴스까지 싹싹 끌어 모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마관련 미국발 뉴스는 정확하지 않았다. 각 언론 매체는 지난 9월30일 미 하원이 인터넷 도박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지난 10월3일부터 보도했다.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도박 사이트에서의 결제 금지를 골자로 한 보도내용은 미국도 도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앵커의 친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시의적절한 해외토픽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 7월11일에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의 관심거리는 수정조항의 채택 여부였다. 대부분이 외면하고 일부 인터넷판 기사에서만 그것도 한 줄로 처리된 “이번 조치에서 복권과 경마는 예외로 했다.”는 내용은 “찬성 317 대 반대 93으로 가결된 이 법안에 경마와 복권을 포함하는 수정 조항은 통과되지 않았다.”가 정확하다. 미국에서 경마는 이미 주간(州間)경마법(Interstate Horseracing Act)에 의해 보호받아왔다는 사실을 우리 언론은 알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왜 경마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었는지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 경마가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이처럼 도박논란에 아직 휩싸이는 것은 그동안의 경마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관리 감독하는 정부는 무사안일이 지상목표였고 사회는 규제만을 요구했으며 그 와중에 중독자들로 전락한 경마팬들은 신분노출을 꺼리며 왜소해져 갔기 때문이다. 전문성 부족한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대책들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사행산업을 총량개념으로 분류해서 국민을 계도해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발상이 아직 폐기되지 않고 바다이야기 덕분에 힘을 얻고 있는 건 슬픈 현실이다. 이처럼 동물농장 원숭이에게 줄 간식 바나나의 개수를 법으로 정하고, 하루에 한 개 이상 먹게 하면 안 되니 개정하자는 조삼모사의 방법은 너무 유치하지 않는가. 경마팬들은 세상이 다 아는 노름 중독 꾼들이니까 국가가 나서 주머니 돈을 일일이 확인하고 간섭하겠다는 것이다. 옵션도 있다. 100배 이상 고배당에 당첨(?)되면 신분증 꺼내 지급조서 작성하고 추가로 세금 더 내는 건 기본이다. 그렇게 하면 정부와 의회는 도박공화국 건설에 절대 책임이 없으며 건전한 레저문화 창달에 역할을 다했다고 자임할 수 있는 모양이다.

광풍으로 몰아쳤던 바다이야기 사태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는 일방적인 비판보다는 사행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모르는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라도 왜 경마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사행성을 강조하며 중독의 폐해를 걱정하는 그들의 목소리 뒤편으로 간과된 경마의 순기능도 부각시키자. 바다이야기는 끝나도 경마는 그렇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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