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12/20)  
 한 해를 보내며

노래 가사처럼 또 하루가 멀어져 간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2003년, 94일 간의 경마 대장정도 막을 내렸다. 다른 곳보다 이르게 찾아오는 경마장의 연말 분위기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며, 한 해를 뒤돌아보고 결산하는 통과의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연말이든 꼭 들어맞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 어울리는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뜻 깊었던 일을 꼽으라면 경마 소비자 주권의 신장을 위한 활동은 반드시 기록해야만 한다. 지난 2월 15일부터 과천 경마장 정문에서 실시한 경마세제 개혁을 위한 10만인 서명 운동은 사회의‘폐인’으로까지 취급당했던 경마팬의 주권 찾기였다. 가산 파탄자를 양산하는 세계 최저 수준의 환급률을 인상하고 100배 이상 배당 시에 추가 공제하는 기타 소득세와 입장료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폐지를 촉구했다. 특히 징세 편의위주로 운영되는 목적세(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기한이 만료되면 즉각 폐지하고 환급률 인상을 위한 재원으로 전용할 것을 요구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모아진 서명명부는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에 제출되었다. 한 번도 저항하지 못했던 경마팬들이 직접 나섰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으며 경마소비자로서 떳떳한 위상을 확립하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한편, 그 동안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환급률 인상을 외면해 온 마사회의 입지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동기 여부에서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지난 3월에는 경마중독 피해자가 마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얼마 전 1심 판결에서 패소한 그는 마사회가 경마 도박의 폐해를 알면서도 건전한 레저스포츠라고 현혹하여 심각한 경마 중독에 빠지게 되었다며 병원 치료비를 포함한 재산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여 화제가 되었다.

마사회 내부적으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98년 구조조정 당시의 억울한 정리 해고자들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IMF당시 사회적 구조조정 분위기에 편승하여 합리적 기준 없이 정치 성향이나 출신 지역을 이유로 들어 강제 해고되었던 이들은 5년만에 비로써 명예를 회복했다. 복직은 되었지만 마사회 조직의 비 능률과 인사의 폐단을 선도하는 파벌과의 갈등 해소는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치유하는가에 대한 마사회 처방전의 성공 여부가 또 다른 뉴스 거리가 되고 있다.

전임 마사회장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탁구협회에 제공한 과다 지원금이 문제가 되어 국정감사에서도 시정 권고를 받았다. 현 마사회장은 공석이 된 탁구협회장직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야만 했다. 형평성을 무시하고 유례가 없는 대규모 액수의 지원금을 회장 독단으로 전용함으로써 마사회의 공익기금 사용이 투명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해 묵은 주문을 또 다시 상기 시켰다.

승식의 다양화를 충족시키기 위한 복연승식의 도입이 이뤄졌으며, 영구계좌 업무만을 전담하는 전용창구를 개설하고 입·출금 업무를 은행업무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바꾼 신 계좌시스템이 도입됐다. 그리고, 짐작은 했지만 사상 유례없는 경마 매출의 감소는 지난 해 7조 6천억에서 올해 5조 4천억에 머물러 30% 에 이르는 하락을 기록했다.

영화와 관련해서 흐뭇한 미소와 감동을 준 두 가지 일도 있었다. 영화 ‘와일드 카드’의 촬영 허가 신청에 대해 마사회는 경마장 내에서 범인 체포 장면을 찍겠다는 것은 경마의 실상을 왜곡하고 훼손하는 처사라며 단호하게 거부한 일이었다. 시행체 스스로가 이미지를 관리하는 자주적인 모습으로 비춰졌고 경마팬의 체면을 보호하려는 용기 있는 처신으로 받아 들여졌다.

미국의 전설적인 경주마 이야기를 그린 ‘시비스킷’의 국내 개봉과 맞물려 팬들을 위한 시사회를 주최하고 무료 초대권을 마련한 기획은 가장 칭찬 받을 일이었다. 좌절을 치유하고 고난을 극복하는 말과 인간의 승리 드라마를 우리 경마의 발전 방향 모색에 연결한 의도는, 지난해 월드컵의 중계 때 경마장을 사회 공익에 대여한 사례처럼 마사회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규정했다. 다만, 경마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중파 방송을 이용한 관람 기회를 확대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진일보한 마사회의 방침은 앞으로도 기대를 갖게 했다.

경마장의 일 년이 저물어 간다. 억지로 생떼를 써서라도 올해는 경마 소비자의 주권(主權)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원년으로 기억하고 싶다. 아직도 침묵해야만 하는 주권과 참여하지 못하는 주권의 권리를 깨워 일으켜야 한다는 과업은 낙제점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위로에 힘을 얻는다.

이 자리를 빌어 본인의 졸필에 대한 질책과 채찍의 의견을 메일로 보내주신 많은 분들과 묵묵히 관심을 보내주시는 경마 소비자 동지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동지 여러분의 참여와 성원이 우리 경마를 바꾸는 힘이라고 믿으며 애정의 눈길과 손길이 거대한 힘을 만들어 경마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경마세상과 우리 경마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 새롭게 시작하자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가정에 평화와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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