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1/15)  
 희망을 이야기하자


을유년 새해가 시작되었으니 새로운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계절적 감각에 어울린다.  그것이 당연한 정초의 예의다. 그러나 덕담을 주고받고 상대의 안위를 걱정하는 연초의 너그러움 속에는 나빴던 지난 일들을 애써 잊어버리려는 무의식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새해의 포부와 계획은 어린아이들이 '커서 뭐가 될 테냐?'라고 묻는 어른들에게 미리 준비한 대통령과 장군이라는 모범답안을 내보이는 것처럼 당연히 세워야만 하는 무의식적 연례행사일 수도 있다.

나빴던 기억들을 잊는 건 새로운 출발을 위한 유용한 요법일지는 모르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정공법은 아니다. 잊어버리고 묻어두었던 나쁜 일들의 유형은 재발을 유발하고 나중에는 쓰레기처럼 쌓이는데도 그것이 병폐인지조차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마사회는 당기 순이익의 60%를 특별 적립하여 축산진흥발전기금과 농어촌복지사업으로 활용하며 불우이웃돕기 및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금을 지원함으로써 공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 건전한 경마문화를 위해 경마공원을 비롯한 제주와 원당의 목장을 가족단위 견학과 휴게장소로 개방하고 각 지점의 문화센터를 개설해 보유시설을 주민 친화 시설로 활용했다. 또한 '고객모니터제도''경마팬 1일 명예재결위원제도''경마 비위신고센터''경마심리상담센터'등을 운영해 부정적 경마 인식을 줄이고 건전한 경마문화를 창출하고자 나름대로 고심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한해는 40년 만에 대통령배 대상경주가 부활함으로써 우리 경마가 '대통령'이란 국가 원수의 명칭을 사용한 28번째 종목이 되었고, 한국 최초의 정식 여성 기수가 탄생했으며, '국민기수' 박태종은 1천 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또한, 런던에서 열린 국제경매명부표준위원회(ICSC) 정기회의에서 대한민국은 파트Ⅲ 국가로 승인되어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럼에도, 부정적이고 부적절한 잔재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큰 비리가 드러났다. 부산경남경마장을 건설하면서 설계변경 단가를 높게 책정하여 약 500억원을 추가 지출하는 과정에서 마사회 현직 고위간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되었으며, 부정을 감시해야 할 보안과장이 정보장사를 해 온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정작, 문제는 오래전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다짐했던 문제들이 지금도 버젓이 암약한다는 점이다. 불투명한 대표적 특혜로 지목되어 온 기부금제도는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충고와 권고를 수없이 받아 기부금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했지만 전체 기부금 중 17%만 심의를 하고 나머지 83%는 포괄적으로 통과시키거나 아예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불우이웃에 제공되는 공공기부금과 사회복지기부금의 비중이 매년 감소하는 것도 우려할만한 일이며 특히, 지난해 지정기부금 예산 44.9억원의 46%에 달하는 19.6억원을 신설지점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업무추진성 경비로 기부금을 편성한 것은 공익의 명분을 크게 훼손한 일이었다.

분사업체를 만들어 매년 수의계약을 통해 특혜를 제공한 것이 문제되어 마사회장은 국회에서 시정을 약속했음에도 지난해 36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사무실 임대료와 제세공과금의 지원을 계속했다. 사설 경마를 단속하는 검찰과 경찰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다가 문제가 되어 폐지했던 것도 은근슬쩍 부활시켰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구태와 악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마필 관계자의 경마부정도 수면위로 드러나는 건 빙산의 일각이고 마사회도 다르지 않은데 옷매무새만 고치고 새해인사를 하기에는 생뚱맞다. 부·경 경마장이 개장하고 24년 만에 국제경마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2005년 올해엔 경마제도 등을 개선할 경마혁신위원회도 의욕적으로 출발한다. 과감하게 과거사를 정리하고 새롭게 일어서는 환골탈태의 원년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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