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1/11)  
 참여와 주인 정신


돌이켜 보면 지난 2002년은 위대한 국민 승리의 한해였다. 우리는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4강 신화를 이루어냈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개정운동 등을 거치며 '할 수 있다'는 소중한 자신감을 얻었다. 해야만 한다는 필요에서 비롯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우리 사회의 '참여' 와 '주인정신'이 빚어낸 빛나는 성과물이었다.

대통령 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이 땅의 젊은 주인 의식들은 재미없고 무미건조한 것으로 버려졌던 선거를 참여하는 축제로 바꾸어 버렸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스스로 참여함으로써 당당한 권리를 확보한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바꿨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에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국민참여센터를 설치하기로 하고 국민이 대통령인 시대, 국민이 주권자인 시대를 열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따져보면 일반 민중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예전만 하더라도 신문고나 상소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정도였으며 투표권이 없었던 여자나 평민, 노동자들에게 정치참여의 가장 기본적인 선거권을 부여한 것도 겨우 19세기 말 차티스트 운동(Chartist movement)을 통해서였지 않은가. 이제 '참여'는 새해를 여는 새 시대의 안건(Agenda)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계미년(癸未年) 새해가 밝았다. 경마관계자들은 저마다 각오를 다지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경마장에도 다시 말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발주기는 열리고 고객감동의 손님맞이는 없지만 제 발로 찾아온 경마팬들이 과천 본장과 전국 28개 지점에 입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없을까.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지는 않았던가. 그것은 우리 경마의 위기가 그 동안 사회를 이끌어온 편향된 정치논리와 파행적 경제구조와 편협된 시각에 머물러온 감독관청의 정책과 함께 침묵해온 대다수 경마팬의 무관심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경마팬의 소리를 듣는다는 명목으로 수년 전부터 고객모니터제도를 운영하고 경마관련 단체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경마발전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이미 어용이 된지 오래며 역할 또한 보잘 것 없는 형편이다.

경마팬도 마찬가지였다. 불합리한 경마시행제도와 불편부당한 고객편익의 현실 아래서 정책적 대안이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은 전무한 형편이었으며 최근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경마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위안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 경마의 권위주의와 보신주의, 투명하지 않은 의사 결정 시스템의 청산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경마의 개혁과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다양한 실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의 최선(最先)에는 경마팬 스스로의 주인의식과 참여의 정신이 자리해야함은 물론이다.

새해에는 우리가 나서서 요구해야 한다. 두 눈을 부릅뜨고 부정, 불법 경마의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견고하게 보완하고 경마제도 개선과 경주 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주문해야 한다. 순기능 확대 방안을 적극 발굴하여 경마의 사회적 지지기반 구축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마팬의 위상을 떳떳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훈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반칙과 특권이 없는 경마, 투명과 공정의 가치가 중시되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경마를 지향해야 한다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명제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고객만족만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시켜야한다. 혹시라도 그들이 외면하거나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고객서비스 헌장을 근거로 소비자의 권리를 조목조목 읊어줄 수도 있다.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공명정대한 경마,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자. 참여(參與)라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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