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1/18)  
 장애인협회의 노고를 치하하며



3년 전 어느 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특수사업본부의 간부가 마사회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경마장의 자판기 운영권을 자신들에게 달라며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공공단체는 자판기의 위탁시 장애인의 신청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장애인 복지법 제38조 및 시행령 22조를 복사한 내용이었다.

이 같은 요구를 접한 노조는 당시 계약기간 중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지만 이후로도 계속되는 장애인협회의 요구에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했다. 노조 사무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무력행사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2001년 10월, 노조 집행부가 바뀌면서 장애인협회 산하 경기도 지부에서 경마장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다. 노조를 상대로 농성과 점거를 반복하던 두 단체는 급기야 이권 쟁취를 위한 그들끼리의 폭력투쟁 끝에 국제복지밴딩이라는 자판기 운영회사를 설립하고 결국 지난해 5월 22일 마사회와 신관람대의 자판기 위탁 운영에 관한 기본 합의서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새해 첫 경마일. 과천 본장과 전국 28개 지점을 찾은 경마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자판기의 커피가격이 300원에서 200원으로 내렸기 때문이었다. 새해 들어 마사회장이 약속한 대 고객 서비스를 실천하는 모양이라 생각한 경마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속사정이 있었음을 짐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매출규모의 33%가 줄어들면 남는 게 없다고 물러설지도 모른다는 계산이었다. 지금까지 마사회의 대응방법은 시간을 끌어 장애인협회가 제풀에 지쳐 물러가길 기대하는 수준이었지만 별 다른 효과가 없자 그들이 포기할 만할 상황으로 새판을 짜자는 전략이다.

현재 설치된 자판기는 본장의 93대와 지점의 234대를 합해 모두 327대. 경마일 하루에 팔리는 커피는 평균 98,000잔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30여 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자판기의 운영권은 마사회 직장 새마을금고가 갖고 있으며 새마을 금고의 이사장은 당연직으로 마사회 노조 위원장이 겸직한다. 쉽게 말하면 마사회 직원들이 자판기 운영자인 셈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마사회 직원들에게 출자 배당을 하고  예금 이자의 재원으로 사용하며 명절에 선물을 나눠 갖는다. 장애인협회가 운영권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노조는 시간만 끌며 실질적으로 거절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파이가 너무 큰 까닭이다.

강제 조항이 아닌 권유 수준의 복지법을 근거로 운영권을 강탈하려는 장애인 협회나 조합원들의 배를 불리기에 이용되어 온 자판기를 내놓을 수 없다고 버티는 노조나 애처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련 업자의 원가계산에 의하면 90원에 불과한 커피값으로 그 동안 폭리를 취해 온 마사회가 더 괘씸하다. 마권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며 남는 장사를 하면서도. 기수, 조교사협회와 자신들 건물의 자판기 커피는 200원임에도 제집을 찾아 온 손님에게는 바가지를 씌운 셈이다.

이밖에도 창동지점 7층부터 10층까지 4개 층의 매점을 운영하며 신관람대 2층과 5층의 중앙에 자리한 노른자위 매점을 새마을 금고의 이름으로 갖고 있는 노름판의 주인인 노조가 손님 뜯어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나눠먹자고 몰려드는 하이에나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는 조소를 받을 일이다.

이미 농림부 감사에서 자판기 운영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을 받은 노조가 경마팬들이 이용하는 자판기의 가격을 인하했다는 사실은 경위야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더불어 본의 아니게 경마팬의 호주머니 부담을 덜어준 장애인 협회에도 대신해서 감사한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한가지 부탁을 했으면 한다. 커피값이 원가에 근접한 100원이 될 때까지 농성과 집회를 계속 열어 주기를. 그리하여 경마장 주인의 못된 심보를 고치고 불쌍한 경마팬들의 부당한 지출을 막아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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