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2/05)  
 시대의 요청


경륜, 경정, 카지노 등 경쟁산업의 등장이 시장을 잠식하고 경마 산업을 사양화시킨다고 보고서를 작성한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긴장해야 한다. 그 경쟁산업의 발 빠른 벤치마킹과 팬 서비스에 당혹해 했던 경마장은 또다시 그들의 공격적 마케팅에 주목해야만 한다. 경륜과 경정이 인터넷 배팅을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무관청인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이미 받은 경륜운영본부는 올 여름 시작을 목표로 실명계좌 투표 시스템 구축 마련에 들어갔다.

경마, 경륜, 경정 등은 특정한 장소에서 개최하는 까닭에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 한다. 거리가 먼 지방 고객에겐 더 더욱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주최측은 지점을 개설하거나 아예 시행처를 추가로 건설하여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뉴 미디어를 통한 정보를 이용하여 '상품' 판매에 전력을 다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마사회가 지난 95년부터 실시하는 전화투표 방식이다. 현재 25,000명의 가입자가 이용중이며, 본장이나 지점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은 전화 한 통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이를 기반으로 좀 더 발전된 것이 작년부터 실시되는 PDA를 이용한 K-Nets 방식이다.

이처럼 편리한 방법이 동원되는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한 배팅을 도입하는 경륜과 경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 과정상 순서가 뒤바뀐 감은 있지만 이미 보편화된 인터넷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다. 생필품 구입이나 은행 거래는 물론이고 이제는 약속어음까지 종이를 대체하는 시대가 아닌가. 더 나은 세계와 연결하는 인터넷만큼 효과적이고 유용한 매체는 없었다.

그렇게 따지면 벌써 차용되었어야 했을 인터넷 배팅이 이제 사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인터넷이 갖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의 두 얼굴 때문이다. 이미 사회 전 분야, 모든 산업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차용하지 않고서는 불편해진 마당에, 도박이고 노름이며 내 집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사회가 지목하는 경마, 경륜, 경정이 인터넷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음이다.

실제로 3년 전 마사회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던 그나마 제일 젊다는 40대 국회의원은 마사회장이 시대의 발전에 발맞추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PDA 투표방식을 연구중이라고 보고하자 대뜸 화부터 냈다. 일반 전화와 PDA를 구분조차 못한 그는 "전화로 마권을 팔면 전 국민을 노름꾼으로 만들자는 거냐?"고 흥분했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던 전화투표는 당시를 기준으로 8년 전부터 시행 중이었으며 그가 출입하는 국회 본회의장에는 이젠 옛 얘기인 노트북의 반입이 일절 금지되던 시절이었다.

세상은 변하고 변하다 못해 달라지고 있다. 호주는 97년에 벌써 인터넷 배팅을 도입했다. 미국은 Xpress Bet가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북미의 다른 60개 경마장을 생중계하며 인터넷 배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터넷 갬블을 금지하는 추세지만 경마는 예외로 인정받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i-PAT 방식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며, 2002년부터 도입한 홍콩은 매출액의 절반 정도를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배팅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아예 PC를 넘어 쌍방향 디지털 TV, WAP이나 차세대 모바일폰 같은 휴대용 첨단기기가 이끄는 이른바 원격갬블(Remote Gamble) 시대가 열릴 것이며 그 분야의 가치는 향후 10년 이내에 140억 파운드(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하루 5천만원인 K-Nets, 10억원 정도인 전화투표의 매출을 훌쩍 뛰어넘어 인터넷 배팅이 마사회의 효자노릇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은행에 실명 계좌를 개설하고 마사회가 인증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배팅 실명제를 정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경륜과 일본 경마에서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마권 구매 대행업의 폐해를 방지한다. 배당금 지급과 관련한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수수료를 추가 지불함으로써 경마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곳의 문을 여는데 필요한 최대 400억원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장외지점의 대체 보완 역할을 맡길 수 있다.

편리한 투표방식의 도입은 고객 서비스의 실현이며 인터넷 배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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