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5/02/19)  
 말이 주인공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03년 여름,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기업, 금융·보험 및 1,0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해부터 시작하여 업종과 규모에 따라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 실시된다. 전반적인 우리의 경제현실에 비추어 성급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주40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경제와 기업경영, 근로자 삶의 질 등 국가 모든 부문에 걸쳐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선진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진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마사회도 지난해 7월1일부터 주5일 근무를 한다. 휴일 근무체제였던 화요일에 더해 격주 휴무로 운영되던 월요일도 전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을 4시간 줄인 40시간으로 하는 한편 각종 휴가를 근로기준법에 맞춰 보장하되 기존 임금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근로자 신분인 마필 관리사들도 지난 1월31일부터 주5일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틀 휴무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15차례에 거친 협의 끝에 사용자 측인 조교사협회와 관리사 노조가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월요일에는 절반 인원이 격주로 근무한다. 인원이 모자라는 관계로 해당 주에 출주하는 말만 조교 한다. 노사 합의에 의한 결정이니 과정이 어떻든 근로기준법에 별다른 문제는 없으며 관리사 측의 요구가 전부 수용되지 않았다 해도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월요 근무자에게는 년 5억원 정도의 임금이 추가 지급되니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경주마에게 있다. 가벼운 운동조차 하지 않고 하루 이상 휴식기를 길게 가진 다음 조교를 재개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질병이 소위 '월요병'이라 하는 마비성 근색소뇨증(痲痺性 筋色素尿症)이다. 이 질병은 온몸이 마비되어 근육을 누르면 상당히 아파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심한 경우 드러누워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말은 하루라도 놀리면 안 된다고 전해 내려오는 마방의 관리 불문율이 생긴 것도, 원래 열이 많은 동물인 말이 그 열을 운동을 통해서 적절하게 배출시키지 못하면 탈이 생긴다는 염려에서다. 배앓이라 부르는 산통(疝痛) 역시, 관리의 손길이 소홀할 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마방 관계자들의 휴무일인 화요일에는 모든 말들이 조교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음날인 수요일에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 5년간 요일별 사고 발생현황을 봐도 전체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26.3%를 기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날이 휴무일이다 보니 마필에 대한 놀이 운동이나 순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틀을 계속해서 쉬게 생겼으니 사고나 위의 질병 발생률이 높아질 게 뻔하다. 그런 관점에서만 보면 아쉬운 것이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마사회와 조교사협회의 태도다. 절반의 인원을 월요 근무하게 한 것은 다행이 아니라 절반의 실패였다. 아무리 추가 임금 마련이 어려웠다 해도 마필 관리의 특수성을 도외시했다는 책임은 면하기 힘들 것이다. 관리사 역시, 휴일 근무 수당을 더 받게 되었으면 절반이 아닌 그 이상이 직업정신을 발휘했으면 보기 좋았을 것이다. 경마산업의 불황 타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했다는 합의안이 결과적으로는 사람만을 위한 셈이 됐다.

정작, 말의 주인인 마주의 입장에서도 주5일 근무제가 OECD 회원국의 국민 된 신분이라 세상의 뜻이려니 했다 치자. 그런데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으로 관리해야 하는 말들이 단순한 관리 시스템의 문제로 마비성 질병이나 산통에 걸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산업 재해율을 높이는 원흉으로 지목 받는다면 그냥 팔자려니 하고 말아야 하겠는가.

지금이 우리 경마의 위기라는 인식은 매출의 감소보다는 질적 수준의 저하 때문이라는 걱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정안대로라면 2007년에나 가능하며 더욱이 개인사업자 신분인 기수들마저 5일 근무를 결의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뛰는 말을 보러 경마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말이 주인공이며, 잘 만들어진 말 때문에 '경마 품질'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경마창출자들이 보람과 대가를 얻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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