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8/07)  
 베팅의 재구성


기다리고 기다리던 후반기 첫 경마가 시작됐습니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는 경마팬들이 많으실 겁니다. 겨우 2주밖에 안 됐는데 참 길기도 하다 푸념도 했고 원망도 했습니다. 반 년만에 돌아온 경마 없는 주말이 낯설고 생소해서 혼돈스러우셨죠. 술을 압류당한 알콜중독자처럼 금단현상이 나타나진 않으셨는지요.

포커 격언에 '초이스는 과학이고 베팅은 예술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마도 똑같습니다. 경주분석은 과학이고, 베팅이 예술입니다. 워낙 변수가 많아 검증된 규격이 없는 게 아쉽지만 나름대로 논리가 없는 경주분석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올인의 지름길일 겁니다. 종합지 한 장 달랑 들고 배당판만 바라보아도 정복할 수 있다고 믿는 일부 경마선배들에게 있어서도 경주를 분석할 수 있는 논리의 구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베팅은, 이거야말로 예술이지요. 승부의 성패는 여기서 갈립니다. 기껏 말 잘 골라놓고 베팅에서 놓친 경주가 어디 한 두 개입니까. 설마 하고 한 구멍 줄였다가 뒤통수 맞고 혹시나 하고 구멍 늘려놨더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져버린 경험이 남의 일 아닐 겁니다. 그뿐인가요. 굳게 맘먹고 갔다가 웅성웅성 소스 얘기에 솔깃해 맘 바꿔 땅을 친 게 한 두 번입니까. '너밖에 없다' 확신해놓고 손 떨려 액수 줄였더니 남는 거 하나도 없더라는 얘기는 아예 연례행사입니다.

되풀이되는 한숨의 고리를 한번 끊어보시죠. 경마가 최고의 레저라지만 허구헌 날 지기만해서야 무슨 얼어 죽을 레저가 되겠습니까. 어차피 하실 거라면 맘 독하게 먹고 한번 이겨 보십시오. 참고로, 밑의 항목 중에서 몇 개나 경험했고 지금도 신봉하는지를 속으로 세어 보시기 바랍니다.

1. 얼마를 따겠다고 작정하고 경마장에 간 적이 있다. 당연히 손실목표 금액은 없다.
2. 한 경주에 가장 마권을 많이 산 때는 돈을 잃고 있었을 때다.
3. 경마고수라면 베팅은 단 방, 분산베팅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4. 단식마권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우승마를 안다면 쌍식을 사야지.
5. 두 곳에 베팅할 경우, 환수액이 비슷하도록 베팅액을 조절한다.
6. 배당판을 안 보면 베팅할 수 없다. 따라서, 전화 베팅은 해본 적이 없다.
7. 점배당이라도 정말 확실하다면 집 팔아 사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8. 경주 후반부가 되면 현금인출기가 고장 나지 않기를 바라며 줄 선적이 있다.
9. 경주 끝나면 적중 여부를 마권을 들여다보고 알기가 여러 번이다.
10. 끝나고 나면 대부분 맞출 수 있었다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제가 알고 있는 실전 베팅 최고수중에 한 분인 핫퍼수잇님이 제시한 사례들입니다.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여 열거하다보니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적정성에 대한 논란은 사양한다 했지만 제가 보기엔 모두 맞는 얘기들입니다. 해당되는 항목이 많을수록 자신이 경마 베팅의 하수라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여러분은 과연 몇 개나 무릎을 치며 바로 내 얘기라고 탄복하셨는지요.

경마경력에 관계없이 아직도 위의 방법들을 애용하신다면 변화를 모색하시죠. 위의 습성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영원한 하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수가 되기 위해선 하수의 습성을 버려야합니다. 악벽을 순치하지 않고선 절대로 고수가 될 수 없답니다. 어차피 경마는 부(負)의 게임이란 걸 동의하신다면 덜 잃는 게 본전입니다.

오전 경주에서 이겼습니다. 점심때 죽고 운이 좋아 잠시 본전 한뒤 후반에서 깨지고 열받아 마지막 경주 몰빵했더니 딱 올인 됩니다. 저만의 경험인가요? 지하철 타고 집에 오는 길 무지 허탈합니다. 조금만 참을 걸 발등을 찍고 또 찍지만 무슨 소용 있나요. 하지만, 후회는 그때뿐. 다음주면 모두 잊고 후회를 반복합니다. 그거 아세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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