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3/01)  
 마이독경(馬耳讀經)



당나라의 대 시인 이백(李白)이 친구인 왕십이(王十二)에게 편지를 받고 쓴 답장의 마지막에 보면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표현이다. 비슷한 말로 소귀에 경 읽기라는 뜻의 우이독경(牛耳讀經)도 있다.

마사회가 남의 말을 듣는데 인색하고 고집이 센 벽창호 같은 집단이라는 비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16일 디지털 조선배 대상경주의 2~3착 착순 판정 결과를 놓고 경마팬들과 벌이는 고집 부리기를 보노라면 마이동풍과 우이독경을 합해도 모자람이 없지 싶다.

경주 직후 전광판에 게시한 확대 사진상으로는 착차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경마팬들의 항의에 2/1000초 차이가 확실하다며 사진을 보고 싶으면 사무실로 방문하라는 일방적인 답변이 도화선이었다. 자신들의 영업을 위한 경주 실황은 무궁화 위성을 통해 전국 지점에 송출하지만 착순 확정이 끝난 관련 사진은 보고 싶은 자들이 찾아와야 한다는 거만함을 보인 것이었다. 지방 거주 경마팬들의 원성이 들끓었고 인터넷 시대에 마사회 홈페이지는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착순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 또한 걸작이었다. 해상도가 떨어져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핑계를 대며 거절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즉각 경륜 홈페이지의 착순 사진을 제시하며 10년이 채 안된 경륜이 80년 경륜(經綸)의 경마보다 고객 접대에서 한 수위임을 증명해 보였고 호주의 경마 배팅정보를 제공하는 Tab Limited의 홈페이지가 모든 착순 사진을 경주 확정 시각에 올린다는 선진 사례를 알렸다.

사진의 공개를 요구하는 경마팬들이 가소롭다는 말투의 답변은 급기야 "사진판정 결과를 인터넷에 올려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치고 나왔다. 법대로 하자면 경마팬들이 움찔하고 물러설 줄 알았나보다. 즉각 마사회 홈페이지에 지난 93년부터의 경주결과를 상세하게 올려놓는 버르장머리는 마사회법 어디에 규정되어 있느냐는 반격이 있을법했다. 경륜운영본부가 착순사진을 게시하는 것과 경정이 심의경주의 재결위원용 화면을 자료실에 올려놔 참고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며 호주의 사례는 과도한 고객서비스냐는 반박도 가능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1억 원이 넘는 착순 심판 시스템의 도입 계획이 논의되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현재 사용하는 2,000여 만원 짜리 설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결론일 것이다. 남아도는 돈을 주체못해 지금 장비의 5배가 넘는 고가 설비를 사서 보조용으로 쓰겠다는 치매 걸린 소리하지 말고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고해상도의 사진을 뽑을 카메라를 사라는 비아냥도 가능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과오들은 또 있었다. 1월 25일 제7경주. 3~4위의 착차가 목차이임에도 1 1/4로 현장에서 엉터리로 발표하고 마사회법에도 근거가 없는 착차 게시를 홈페이지에도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가 경마팬이 지적을 하자 사과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고쳐놓은 뻔뻔스러움은 물론이고 2월 22일 제7경주 외산마가 3군으로 점핑출주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출마 신청을 한 '플라잉 비짓'의 경주 편성을 확정하고 출마표에 공표까지 했으나 이틀이 지난 경주 당일에서야 새로운 규정은 올 2월 이후 도입마에 적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취소시킨 사건도 있었다. 스스로 만든 규정을 적용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규정보다 상위의 '법적 근거'를 운운하고 나선 꼴이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권위를 스스로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마사회가‘꽃놀이 패’만 보여주며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세상은 지나갔다. 착순심판은 그들의 고유 권한이며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경마팬들을 납득시킬 의무는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마이독경(馬耳讀經)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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