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8/16)  
 박창정 유감(遺憾)

제30대 한국마사회장 임명이 결국 현 마사회 부회장의 승진인사로 일단락 되었다. 윤영호 전임 회장이 중도 퇴임한지 두 달만의 일이다. 우여곡절을 거친 난항의 인사였다는 평가가 어울리는 그 간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총선 출마를 이유로 이미지 관리에 들어간 윤 前 회장이 사퇴하자 마사회를 관리 감독하는 농림부는 참여정부의 인사방침대로 회장 공모제를 통해 낙하산 시비를 없애고 능력 있는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환영 일색이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공모를 위한 인사위원회는 구성되지도 않았다. 한편, 청와대의 인사 담당관은 마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도덕적인 기준을 우선으로 직접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때를 같이하여 공모제 무산 대신에 청렴결백한 개혁적 인사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 무렵이었다.

공모제가 물 건너가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착륙할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말 많은 경마장의 소식통에 의하면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모 단체장의 내정설부터 노대통령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뛴 국회의원이 내려 올 것이며 전직 마사회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 나왔다. 밑도 끝도 없는 소문만 무성하던 가운데 구체적인 실명이 거론된 하마평도 나왔다. 농어민 방송 사장과 전 낙농협회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거론되었고 두 명의 대학교수 이름도 올라왔다.

하지만, 인선이 매듭지어지지 않는 가운데 회장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아무도 모르게 내정된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여론을 탐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것이 바로 7월 중순에 불거져 나온 박창정 부회장의 승진설이었다. 결과적으로 적중한 이 같은 방침은 당시만 해도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았다. 농림부가 강력하게 민 박창정 카드는 개혁적이지 않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입장이었다. 노대통령은 시민단체 출신의 개혁성향 인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굳어져 갔다.

그러나 절차에 따라 농림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기로 한 날, 정부가 추진해 온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장관이 사임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법적인 임명권자가 공석이 되면서 마사회장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반격의 기회를 잡은 농림부는 대학교수 출신의 신임 장관에게 박창정 카드의 유용성을 주지시켰을 테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당연히 마사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관료 출신으로 그의 행정 능력을 높이 산다는 환영론도 있다. 주무부서인 농림부와의 교섭이 수월하리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그의 장점은 그러나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그는 농림부 차관보 시절에도 김포매립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동아건설의 투자 사업비를 그 전해 정부가 산정한 액수보다 1천억 원이 높은 3,200여 억 원으로 결정하고 용도변경을 허락함으로써 특혜의혹을 낳았다. 청와대 농수산비서관으로 재직하던 95년에도 전북 장수를 방문하여 거액의 지원을 홍보하고 지역개발 사업을 약속하는 선심행사를 펼친 것이 문제가 되어 중앙선관위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장수 지역은 정부 여당의 집중 관리 지역이어서 선거용 유세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경마개최위원장으로서 경마 시행의 전반적인 실무를 담당했던 부회장 시절에도 그는 사설경마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경마 생중계를 녹화중계로 바꿈으로써 건강한 레저문화의 정착이라는 애초의 명분을 실종시키고 이미 획득한 실리 또한 유실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장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는 했지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았던 지난 두 달 사이에도 전문지협회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사태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경마팬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했고 매출 증대를 위해 기껏 내놓은 야간경마 연장 안도 관련단체의 비웃음을 받으며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아무리 그의 행정 능력을 높이 산다 해도 중간관리자로서 산림청이나 농진청의 차장과 본부의 차관보가 전부이듯이 한 번도 조직의 수장으로서 능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으며 최근에도 그가 경마장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는 점이 그를 우려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그의 승진으로 남은 부회장 자리는 정치권의 몫이 되면서 마사회의 수뇌부에 경마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회장 부회장은 물론이고 두 명의 낙하산 이사(理事)가 경마 문외한인 건 주지의 사실이고 나머지 두 명의 직원 출신 이사 가운데 한 명은 제주에 가 있으며 그나마 서울에 있는 총무이사는 원래가 전산 관리 전문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장부터 상임감사까지 제집 식구 챙기기에 골몰한 농림부의 잘못된 인사(Miss Casting)가 확연해지고 박창정호(號)의 장래가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다.

마사회장 혼자의 힘으로 경마장의 잡초를 뽑아내고 밭을 갈아 옥토로 만들 수 있다고 믿지 않지만 별탈 없이 임기만 마치면 되고 책임질 일은 가급적 회피한 역대 마사회장의 안일한 보신주의가 우리 경마를 이 모양 요 꼴로 만들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박창정씨가 보여준 경마철학의 부재와 검증되지 않은 능력을 우려하는 것은 이번 인사가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개혁적인 인물 영입에 실패했다는 아쉬움과 우리 경마가 3년이란 세월을 또다시 허송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제목에서, 유감(有感)이 아니라 언짢고 섭섭한 느낌인 유감(遺憾)이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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