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2/14)  
 믿고 맡기라고요?


馬主를 말한다③
-믿고 맡기라고요?

경마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다. 그는 처칠이며 하도 많이 인용돼서 웬만하면 꺼리게 되는 그의 명언은 “영국의 수상이기보다는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11년 전 신규 마주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등장한 그의 한마디는 마주가 수상보다 더 자부심을 갖는 직함이며 그에 걸 맞는 직업윤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할 때 주로 인용된다. 그러나 처칠은 이미 영국 수상을 두 차례나 지내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의 목표가 없는 마당에 환향(還鄕)하여 소담한 과수원이나 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을까? 또는, 수상의 월급과 더비 우승의 상금을 선의적으로 비교하는 농담을 한 것은 아닐까 하고 뒤집어 보게 된다. 그의 진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마주를 수상에 비교하는 것이 하릴없는 일이며 그들에게 고매한 품위와 윤리를 바탕으로 경마 발전에 매진해달라는 부탁을 재삼 상기시키기는 피곤한 연유다.

최근 들어, 막가는 마주협회를 보면 이 같은 염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 연말에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경마 중단까지 불사하겠다며 회원 마주들의 동의서를 받았던 그들이다.
줄기찬 그들의 요구는 한 마디로 마사회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경마제도 및 운영에 관한 개선 과제들은 환급률의 인상과 세제 인하, 축산기금의 국산마 지원 확대, 이익금의 사회환원과 경마단체 협의 기구의 정례화와 상금제도의 획기적인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마방과 경주로의 시설을 개 보수하고 훈련전용주로를 신설하는 방안과 외산마 도입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산마 생산 및 수급대책과 경주마의 사료공급과 진료체계를 개선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겉으로는 그럴 듯한 위의 요구들은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마주의 집단 이기주의의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경마팬들이 10만인 서명운동을 할 정도로 환급률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으니 세제를 개혁하라는 성명서 식의 주장과 축산기금을 확대하라는 요구는 마주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니 법대로 하자는 식이다.

마사회법과 시행령을 정비하라는 대목에 이르면 노골적인 속셈이 드러난다. 각 경마 주체의 독립된 고유기능이 보장되도록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특히 사료 공급 업무의 관장권을 넘겨받고 상금제도를 절충형 정률제로 전환하자고 한다. 전년도 상금을 경주성 상금인 순수상금과 고정 인건비성 상금인 경주협력금으로 구분하여 순수상금의 경우 3개 년간의 사양경비지수와 전년도 매출액 신장률을 근거로 다음해 인상률을 결정하는 것을, 매출액 상승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로 반영하여 경주 협력금을 지급하고 정책성 상금을 별도로 지급하여 마주협회의 독자성을 보장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에는 별도의 대책을 준비하겠다는 치밀함도 빼놓지 않고 있다.

상금의 배분 조정에 있어서도 경마의 기본 원리인 우승열패는 곤란하다고 못박으면서 현행 52%의 1등 상금 배분율을 50%로 내릴 것과 대상경주와 일반 경주의 상금 격차를 1:2에서 1:1.5로 낮출 것과 상 하위군과의 상금 격차를 완화하여 아예 노골적으로 상금을 나눠먹자고 요구한다.

심지어는 경쟁성 상금을 높이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93년 개인마주 모집 때, 월 사양비 수준의 출주료를 지급하기로 했지 않느냐며 9착까지만 지급하는 출주료를 전면 확대할 것과, 강남역 사거리의 빌딩에 2개 층 전체를 마사회가 임대하여 제공하는 마주회관 역시 마주제 전환 당시의 약속사항이라며 별도의 독립건물로 신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발주와 주행이 되지 않는 능력 부진마거나 악벽마일지라도 검사를 받기 위한 기간 동안의 비용을 아끼겠다는 심산으로 경주마로서의 능력이 적정한지를 검증하는 능력검사제도를 폐지하고, 1,500~3,000불 수준의 저가마가 50%에 이르는 상황에서 저급마들만을 위한 경주가 필요하니 경주 편성권을 자신들에게 이양하라 한다.

이 같은 요구의 배경은, 마사회는 시행체일 뿐이며 경마의 주체는 마주라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국회에 입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청원 내용은 마주협회가 아예 경마 시행체가 되겠다는 의도로써 경마 사업계획과 시행 규정 및 계획과 상금 모두를 심의하고 의결권을 갖자는 속셈이다. 거기에 마주 등록권까지 보유함으로써 실질적인 마사회의 기능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마사회의 기능을 관련 단체에 적절히 나누어 유기적인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경마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 더구나 현재 마사회의 경마 시행능력을 불신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청량제 같은 제안이다. 그러나 마주협회가 그 당사자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마주를 직접 자기들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조직이라는 오해와 선정 과정의 잡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주협회는 지난해 사무국 직원 3명을 해고한 사건에 대해 수원지법과 중앙노동위원회의 해고처분은 무효이며 복직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소송에 지더라도 대법원까지 끌고 가자며 그땐 집행부의 임기도 끝난다”는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예산에도 없는 출장비와 업무추진비를 남용하고 임원과 친분 있는 특정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에는 외산마 개별거래 및 국산마 경매불참과 관련하여 생산자협회와 싸웠고, 2002년에는 회원을 제명하는 악수를 거듭하며 결국 협회가 두 동강 나는 사태를 연출했으며, 지난해에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는 탈법을 저지르는 등 불신과 파행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중지란과 불협화음을 거듭하고 노동 탄압을 자행하는 그들에게 우리 경마를 맡길만한 능력을 보여달라는 부탁은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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