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11/01)  
 복연승식은 육중승식으로 가는 첫걸음



오늘부터 서울 경마장에 복연승식이 도입된다. 기존의 연승식과 복승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복연승식은‘1∼3착으로 결승선에 도착한 말 가운데 그 도착순위에 관계없이 임의의 2 두를 한 조로 하여 각조를 승마로 결정하는 승식’이다. 연승식의 경우, 맞추기는 쉽지만 맞추더라도 배당이 본전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해 낮은 점유율을 보여왔고 복승식은 그 반대의 경우였다. 즉,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합한 방식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오늘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승식의 다변화 요구를 마사회가 수용하여 겨우 네 개 승식에 불과한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5월 쌍승식이 부활할 무렵 필자는 복승식과 쌍승식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복연승식의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지지난해, 하루 3개 경주에 국한된 쌍승식의 전 경주확대를 검토할 때도 복연승식의 도입 이후로 미룰 것을 강조한 것은 선택의 폭을 제한해놓고 적중의 확률이 낮은 쪽으로만 유도하는 것은 과열양상으로만 치닫던 당시의 우리 경마상황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쉬운 승식과 어려운 승식이 공존하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팬들의 다양한 기호를 나름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오늘부터 쌍승식을 전면 확대시행 하는 데는 해결하지 못한 미제가 남아있다. 어렵지 않게 발생할 쌍승식 고배당에 대한 기타소득세의 추가 공제가 그것이다. 경마팬의 출혈만을 강요하는 악법은 덮어둔 채 "새로운 상품이 전면 도입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찬하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일전에도 지적했지만 복연승식의 환급률을 72%로 확정한 것도 섭섭한 대목이다. 전체 점유율의 추이에 맞춰 재조정하는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행 경주 당 5마리 이상이 출주할 경우 경주가 성립함에 따라 복연승식도 이에 준용했음에 비춰볼 때, 7 두 미만에는 적용 안 되는 연승식의 출주 범위 조정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해 졌다. 모두 5마리 이상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마에서 승식의 역사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오로지 복승식 하나만으로 장구한 세월을 버텨온 셈이다. 그러나 대단한 복승식의 노고를 위로해주기보다는 그가 잉태하고 있었던 단조로움이 부정경마에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고발해야만 한다. 현행 복승식은 성공률과 관계없이 협잡이 가능한 방법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정된 착순이 아니라 2착 이내라는 두리 뭉실한 기준이 승부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우승이 아니라 2등만 해도 성공함으로써 경마의 기본 메커니즘인 우승열패의 원칙을 도외시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던 것이다. 인기마의 몰락이나 열세마가 입상할 경우에 발생하는 고배당도 인위적인 시도가 가능한 방법이었다. 보통 마방 식구들이라고 부르는 경마창출자들은 그동안 경마 정보의 제공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군림해오면서 정보를 팔아왔고 지금도 그 거래는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정보의 가치를 고급화하고 흥행의 대박을 위한 그들만의 비열한 음모는 현재도 마련되고 있지 않은가.

협잡꾼들은 누구보다도 복연승식의 시행을 손꼽아 기다렸을지 모른다. 아득하게 멀어만 보였던 2착내 진입이 3착으로 완화되면서 한결 여유로워지는 셈이며, 능력을 철저히 숨겨놓은 소위 '가꾸시' 말들에게 귓속말로 때가 왔음을 알리며 득의양양(得意揚揚) 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음모와 협잡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승식이 필요해 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1∼3착을 순서대로 맞추는 삼쌍승식(Tierce)이나 지정된 3개 경주에서 1∼3착마를 적중시키는 삼중삼복승식(Triple Trio)이 도입되면 일부 마주나 조교사와 기수가 협잡을 한다 해도 결과를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지정된 6개 경주에서 각각의 1착을 적중시켜야 하는 육중승식(Six Up)을 마련하면 협잡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며 경마는 복권의 개념이 된다. 팬의 입장에서도 맞추기가 어려우면 큰돈을 걸 수가 없게 되어 소액구매 관전을 유도할 수 있다. 당연히 배당이 높아져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이 대두될지는 모르겠지만 현행 복승식의 협잡에 팬들의 돈이 농락당하는 걸 방지하고 모두가 어차피 결과를 모르게 된다면 경마 정보의 유통을 단순화하고 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승식의 다양화는 고객의 다양한 입맛 충족을 뛰어넘어 '야이쪼'로 통칭되는 경마부정을 방지하는 획기적인 대책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로또 복권이 오래 전에 미국을 장악하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Bench Marking)했다면 마권을 복권 개념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복연승식의 도입에 3년이 걸렸으니 서두를 일이다.

복연승식이나 쌍승식은 복승식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지 독창적인 새로운 승식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승식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독창적이고 흥미를 배가시키는 방법이며 그것을 다양화하는 목적은 기존의 폐단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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