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1/17)  
 갑신정변과 경마 이미지 개혁


120년 전 가을의 어느 날, 여름의 끝 자락에 맞물린 밤 공기는 제법 싸늘했다. 김옥균을 자기 집으로 부른 박영효는, 조선이 봉건체제의 낡은 틀을 깨뜨리고 자본주의의 근대사회로 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굳게 손을 잡는다. 민씨 정권의 친청(親淸) 수구정책을 타도하고 권력을 장악하여 개혁을 실현하기로 동맹을 맺은 것이었다. 한 달 후, 그들은 홍영식이 총판(總辦)으로 있던 우정국 개설 피로연을 이용하여 반대 세력을 몰아내고, 고종을 경우궁으로 모신 뒤 새 내각을 조직하였다.

개화파는 문벌 타파, 시민 평등, 재정의 일원화, 지조법(地租法)의 개정, 경찰제 실시, 행정기구 개편 등 14개 조로 된 개혁안을 선포했다. 개혁 구상의 바탕은 대외적으로 청나라와의 굴욕적인 종속관계를 청산하고 조선왕조의 전제주의 정치체제를 입헌군주제로 바꾸고자 했다. 문벌을 폐지하고 인민평등권을 제정하여 중세적 신분제를 청산하려 했다. 그것은 그 동안 조선의 개혁을 위해서 발전시켜온 개화사상과 그에 따른 정치적 개혁활동의 총체적 표현이었다.

그러나 당시 반봉건 투쟁에 가장 철저한 이해관계가 있는 민중을 고려하지 못한 개혁 담론의 취약성과 침략자인 일본을 원조자로 설정한 것이 결국 일본의 배반으로 쿠데타는 삼 일 만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역사는 이를 가리켜 갑신정변이라 하며 갑신년의 개혁은 부국강병을 위한 근대적인 국가와 사회건설을 목표로 국민주권주의를 지향한 최초의 정치개혁 운동이었다는 데 그 의의를 부여한다.

시간이 흘러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두 번 환갑(還甲) 하여 맞이한 2004년의 또다시 갑신년. 경마장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첫 경마일을 앞두고 마사회는 ‘KRA-WAY 선포식’을 열었다. 그 동안 경마와 마사회가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이제는 기업환경의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생명존중과 사랑을 실천하는 공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고 21세기 건전한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마사회가 선포식과 함께 내놓은 이미지 혁신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첫째, 경마의 성격을 레저와 스포츠, 게임이 결합된 ‘레포-게이밍’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마팬, 전문가 등을 명예보안관, 명예재결위원으로 위촉해 경마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인터넷 경마 컨텐츠 개발, 경마멤버십 제도 운영, 부대시설의 획기적 개선 등 경주 질과 서비스 개선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둘째, 마사회의 사회봉사와 사회환원 사업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KRA Angels의 기반 구축이다. 방만하게 운영됐던 기부금 제도를 농어촌•생명•자연 등 세 분야에 집중시켜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소외계층을 돕는 KRA Angels재단을 설립하여 경마는 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최고 사회봉사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구체적으로, 영구계좌 카드에 입장권, 교통카드, 매점이용 결제기능을 부여하고 베팅액 포인트를 적립하여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은 마사회가 공기업의 딱딱 함에서 벗어나 서비스업임을 선언하는 경영 혁신이다.

깜짝 놀랄 계획도 있다. ‘그린서클 리콜’ 제도는 금지 약물을 사용하거나 능력 발휘 부적절 등으로 불공정한 경주였음이 확인될 경우 마사회가 베팅액을 전액 환불한다는 내용이다. 시행체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장기적으로 추구할 사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야말로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마사회의 신년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심정은 솔직히 불안하다. 매출액의 대폭 하락과 맞물린 변화의 시도가 그동안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펼쳐온 전시행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93년 대규모 부정 사건 직후 ‘환골탈태’하겠다던 다짐이나, 2000년 경마중단사태 이후의 경마발전대책 그리고 98년 강제 해직자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안처럼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나만의 생각일까.

경마팬을 대상으로 명예 보안관제도나 6개월 단위의 명예재결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은 권위적인 현 재결이 결코 수용하지 않을 그림의 떡일 것이다. 재단을 설립하는 공익사업계획도 입법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되기 때문에 결국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는 크다. 경마의 사회적 존재가치에 대한 반성과 이를 기초로 한 방향정립에 마사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은 성원과 격려를 보내야 마땅할 일이다. 4대 핵심전략 59개의 실행과제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경마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동참할 일이다. ‘KRA-WAY’가 120년 전의 삼일 천하(三日天下)처럼 ‘MY-WAY’로 끝날 것인지는 KRA의 적극적인 실천 의지에 달려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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