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2/21)  
 경마 기수에 걸 맞는 대접을 해주자


2004 이것만은 고치자 ②
경마 기수에 걸 맞는 대접을 해주자

지금도 시골에 가면 대보름엔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개는 달과 상극(相剋)이라는 오행설 (五行說)때문이다. 또, 흉년이 들어 일거리가 없어지면 해고하기로 미리 계약한 조건부 머슴을 달 머슴이라 불렀다. 이를 가리켜 처량해진 신세를 빗대는 우리의 속담이 바로 「대보름날 개꼴이고, 흉년에 달 머슴 꼴」이다.

갑자기 개와 머슴이 등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프로야구 다승, 승률 2관왕에다 팀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대가로 올해 7억4천만 원의 국내 프로스포츠 '연봉 지존'에 오른 정민태 선수가 생각나서다. 이 액수는 지난해 ‘국민타자’ 이승엽이 삼성과 사인하면서 받았던 종전 최고액 6억3천만 원을 훨씬 뛰어 넘는 역대 최고액이다. 더욱이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스타였던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등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민태가 기록한 이번 연봉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의 프로스포츠 선수들은 과연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지난해 최고의 스포츠 영웅은 단연 프로야구 이승엽이었다. 일본의 왕정치(王貞治)가 세운 55개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시아의 영웅이 된 그가 2003년에 받은 연봉은 6억3천만 원. 한국 프로야구 연봉 킹의 액수였다.

프로야구와 달리 연봉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프로축구는 기본급과 수당 등으로 이뤄진 연봉 체계가 복잡한 데다 팀별로 메리트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가 어렵지만 신태용이 4억천만 원으로 최고 연봉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다른 종목과 달리 연봉총액상한제 (Salary-Cap)가 있는 프로농구에서는 ‘골리앗 센터’ 서장훈이 4억 원으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 스타들의 현실이다. 엄청난 뒷돈은 물론이고 100만 불 이상 받는 것으로 추측되는 몇몇 외국인 용병들의 몸값은 제외하고 그렇다.

연봉뿐만 아니라 일시에 목돈을 쥐는 경우도 많다. 박찬호가 그랬듯이 지난 연말, 프로야구 일정기간 선수생활을 하면 새로운 팀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에 따라 정수근은 롯데로 옮겨 40억 6천만 원을 받기로 했고, 진필중은 LG와 30억 원, 마해영과 박종호는 삼성 유니폼을 입으면서 각각, 28억 원과 22억 원에 계약했다.

연봉이 아닌 상금을 소득으로 계산하는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3대 국제기전과 국내 메이저 5개 기전을 석권한 이창호는 약 9억여 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2위는 두 개의 국제기전을 제패한 이세돌이 5억여 원을 기록했고, 마주로도 유명한 '영원한 국수' 조훈현이 4억 정도로 그 뒤를 이었다.

범위를 좁혀서,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경륜 선수들은 지난 시즌 얼마나 벌었을까. 개인별로는 사상 최초로 올스타 경륜 2연패를 이룩한 홍석한이 2억2,900만 원으로 상금 순위 1위에 올랐고, 허리 부상 이전까지 잠실 경륜에서 22연승을 질주했던 주광일이 1억9,900만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경마의 꽃이라는 기수들은 도대체 얼마나 받고 있을까? 최근, 전인미답의 1,000승을 기록한 박태종의 지난해 상금은 2억3천여 만 원 정도였으며 7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김효섭이 그보다 오히려 적은 2억2천여 만 원에 만족해야 했다.

좀더 대조표를 들여다보자. 유사 업종이라 할 수 있는 경마와 경륜. 하지만, 매출액의 규모나 관련 산업의 범위는 물론이고 경륜(經綸)까지도 비교 대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두 곳의 선수들 수입은 의외다. 수치상으로 박태종의 자존심은 이미 상처를 받은 상태. 1억 이상의 상금을 받은 선수 숫자는 경륜이 64명에 이르고 경마는 9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체 평균 연봉을 따지면 경마 기수가 6,192만 원이고 경륜 선수는 6,870만 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오히려 6,321만원의 프로야구 선수보다 적다. 연 입장인원 1,600만 명의 경마가 지난해 237만 명에 불과했던 프로 야구보다 별 볼일이 없는 셈이다.

뭐가 예쁘다고 상금을 높여줘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기수만 탓할 일도 아니다. 지난해 연간 수득 상금 하위기수의 명세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본생계비를 포함해서 평균연봉을 밑도는 기수가 절반을 넘는다. 경마의 다승왕과 국민기수가 다른 종목의 그들과 비교하여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아래로 갈수록 더욱 박대하는 형편이다. 상후하박(上厚下薄)은 커녕 상박하박인 셈이다. 속된말로 ‘빼먹었다’는 은어도 고의적으로 입상권에서 빠져서 뭔가를 먹었다 즉,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열심히 말 타고 우승해서 상금으로 50만 원을 받느니 차라리 말고삐를 잡아당겨 안가고 경마꾼에게 500만 원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는가.

우승열패의 원칙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경마의 속성상, 부정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기수들에게 생활의 보장 없이 공정의 의무만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경마의 사회적 위상은 경마인 스스로 세워야 하는 법. 천 승의 대기록을 세운 국민기수를 갖게 됐다고 자랑했으면 그에 걸 맞는 대우를 해주자. 목숨걸고 말 타는 기수들이 스스로를 「개꼴」이고 「달 머슴 꼴」이라고 자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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