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6/12)  
 이제는 자유기승제(Free Riding)다


새삼스럽게 기수와 조교사가 모여 한마음 체육대회를 열어야 했던 것은 지난번에도 얘기했듯이 깊어진 서로간의 반목을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서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던 모두의 상황인식이다. 거부감없이 화기애애하게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그들이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들이 반목하게 된 배경을 알아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핵심은 기승과 관련한 사항들이다. 기승 기수 선정권을 갖고 있는 조교사의 결정이 소속 조 기수와 이해관계에 있어서 대립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야 마사회가 인사발령을 통해서 기수들을 마방에 배치했으니까 일반 회사의 인사제도에 따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양측이 개인 사업자의 신분으로 돌아서면서부터는 개인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합의하에 1년 단위로 기승 계약을 맺는 것이다.

본격적인 자율 경쟁체제에 입각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자유 경쟁을 표방하지만 비경쟁적인 제도가 발목을 잡는다. 소속조 기수를 절반 이상 기승 시켜야 한다는 의무 조항과 한 기수가 하루에 6회 이상 기승 못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또한, 마필위탁관리규정에는 조교사가 기수와 기승 계약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못박아 놓고 있다. 이는,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서로를 구속하는 걸림돌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막강해진 기수들의 자구책이 조교사들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하진 않았는가 확인해야 한다. 서로가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다 보면 나중에는 무기만을 고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앙금들은 법적으로 풀 수 없는 차원의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교사는 기수의 근성부족을 꼽는다. 예전에는 소속 기수들이 부단히 기승술을 함양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자존심 상해가며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기수들이 늘어간다고 푸념한다. 실제로 지난해 영예기수급들로 구성된 선배기수들이 기승 전임강사(Riding Instructor)제도를 운영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경주를 풀어가는 운영능력이나 위기 대처 방법 등은 실전으로 경험한 선배들에게서 전수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빠름에도 요즘의 신인기수들은 그런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선배 조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조교사 입장에서는 근성 없는 소속 조 기수를 태우기보다는 타조기수를 고르는 횟수가 늘어만 간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보다는 어차피 계약기간이 끝나면 떠날 기수에 대해 미련을 버리는 분위기다. 우리 경마는 소속제를 준용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소속감이 결여된 상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기수들은 조교사(調敎師)의 師자가 스승을 의미한다면서 그에 걸맞은 위상을 부탁한다. 소속 조 기수의 근성만을 탓하기보다는 윗사람의 아량과 덕목을 베풀어 주기를 바란다. 마방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고충을 이해는 하지만 마주와의 갈등의 모든 책임을 기수에게 전가하는 태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불만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기승 선정권의 남용으로 변질되었다는 섭섭함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서울경마장의 다승왕을 다투는 박태종, 김효섭기수를 놓고 보자. 그들이 지금의 소속 조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는 이유를 알면 우리 현실에 맞는 답이 나온다. 두 기수는 소속 조와의 유대관계가 돈독하기도 하지만 소속 마방에 걸출한 능력마가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것은 그만큼 타조 우승 가능마에 기승 기회가 늘어난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일반화된 자유기승제도(Free Riding)의 한국적 모습이다.

일본 중앙경마도 171명의 기수들이 소속제와 자유기승제를 놓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일본식 병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3 정도가 선택하고 있는 자유기승제는 조교수당이 없고 오직 상금만으로 경쟁한다. 아무리 고비용 저효율을 자랑하는 일본 경마라 하지만 경마의 기본원리를 살리는 경쟁성 부문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그런 면에서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최근 기수복을 벗게 되는 '영원한 견습기수' 이상두기수의 사례는 우리 경마가 철저한 능력위주로 가야한다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사례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경쟁 체제는 경쟁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수와 조교사 간의 파트너쉽에서 출발해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나 구태의연한 관례는 우리 경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잘해보라는 일반적인 격려에 만족하지 말고 서로가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기득권과 혜택 모두를 던져 버릴 수 있다는 허심탄회한 입장에서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으로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자유 기승제를 도입하는 부산 경마장을 시험 모델 삼아 우리 현실에 부합하는 한국적 기승제도를 마련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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