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9/04)  
 마라토너의 슬픔이 주는 교훈


아테네 올림픽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마라톤 경기에서 불상사가 발생했다. 결승선을 5킬로미터 앞둔 지점에서 선두를 달리던 브라질 선수가 주행 방해를 받은 것. 사상 최악의 해프닝으로 인해 페이스가 흐트러진 그는 결국 추월을 허용하고 3착에 머물렀다.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일랜드 출신의 종말론 추종자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날 경기에 등장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가 선택한 당사자는 날벼락을 맞아야만 했다. 108년 전 제1회 올림픽에서 우승한 그리스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가 달렸던 그 길을 따라서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당사자의 허탈감을 황당하고 엽기적인 에피소드 정도로 처리하기에는 그 슬픔이 너무 커보인다.

경마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두 달 전인 뚝섬경마장. 경주마들이 마지막 코너를 돌아 전력질주 하는 순간에 결승선 부근으로 한 남자가 뛰어들었다. 그는 상의를 벗어 흔들며 경주 무효를 외쳤다. 과천으로 이전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90년 11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한번 더 있었지만 달리던 경주마가 놀라 인마전도되는 등의 큰 사고는 다행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경마장은 난리가 났다. 도착한 대로 입상마에 대한 환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경주 자체가 무효라는 파로 나뉘어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마사회는 도착 순위을 인정하고 환급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팬들이 민원실로 몰려들어 거세게 항의했다. 사태확산을 우려한 마사회는 나머지 마권에 대해서 무조건 환불하기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법이 되는 아수라장이었다. 두 번 모두 그랬다.

마라톤과 달리 경마시행규칙은 '사람 또는 동물 등의 방해로 정상적인 경주가 불가능하게 된 때에는 경주 자체를 불성립으로 한다'고 명쾌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다만, 방해의 정도를 심판이 판단한다. 경주에 중대하고 명백한 지장을 초래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경주 결과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된 마라톤의 괴한 난입 사건은, 경마 식으로 따지면 경주 외적인 장애가 발생하여 재발주를 하거나 무효처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마가 상대적으로 마라톤에 비해 적절하고도 유용한 처리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것은 셀 수도 없는 낙마사고부터 사망사건까지 경마장 경주로에는 사고가 끊이질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산업재해율 전국 1위인 경마장의 안전의식은 결코 높지 않다. 최근에는 경주 중에 야생 고양이가 달리는 경주마 앞으로 출몰하여 큰 사고를 불러올 뻔 했다. 예측못한 사고라면 천재지변으로 치부한다 해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인재(人災)다. 경마 법규에는 동물이 경주 중에 방해물로 등장할 것에 대비해 입장객의 애완동물 반입을 철저히 막지만 경주로 안의 공원에는 야생 고양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 이거 안전 불감증이다. 그뿐인가. 경주로 주변에는 오랜 지적에도 불구하고 각종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수시로 점검하고 확인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만이 아테네 마라톤의 불쌍한 희생자를 경마장에서 재현시키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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