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2/22)  
 농특세 연장, 그 불순한 음모

지난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웃지 못할 얘기 하나.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최고위원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할 때였지 싶다. 한 기자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의 대책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잠시 뜸을 들인 김후보는 입술을 씰룩이며 말을 꺼냈다. "에, 우루과이 사태는 우리 농민을 죽이는 사태로서 반드시 막아야..."

우루과이 라운드 조약에 가입 서명하게되면 쌀 시장을 개방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져 우리 농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나와있던 터라 그렇게 대답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자질론과 상황인식 파악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실수 때문이었는지 자신이 집권하면 정권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막겠다했지만 농수산부장관을 자르는 선에서 우루과이 사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이며 한국의 쌀은 쌀 이상의 정서를 갖는다고 억지와 떼를 써서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체결 당시 관세화 이행을 10년간 유보했다. 그것은 '개도국' 한국 농업에 대한 특혜였고 예외 없는 관세화의 예외 조처였다. 그 대신 최소시장접근(MMA)의 명목으로 국내 소비량의 4%까지 의무 수입을 부과했다.

그리고 그 10년이 끝나가면서 이제는 재협상을 하느냐 유예화의 특혜를 벗느냐는 결정에 봉착한 상태다. 10년 동안 정부는 농어업 경쟁력 강화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04년 6월까지 10년 기한을 둔 목적세로 농어촌특별세를 만들어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총 10조 5,400억 원을 징수했고 농어업 경쟁력 강화사업에 7조6400억원,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2조   8,7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농특세는 주로 증권거래액, 취득세액 등에 추가 부과되었는데 만만한 경마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출액의 2%를 꼬박꼬박 징수 당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내년에 만료되는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답답한 소식이다. 재정경제부는매년 1조5천억 원 이상 걷히고 있는 농특세의 관세기한 연장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세제정비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고 농림부는 농특세가 폐지되면 농어업 투자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농어업의 대외적 경쟁력 강화를 제고하고 농어촌 환경 개선의 재원확보를 위해서라도 과세기한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낙관적인 농림부에 비해 신중한 척하는 재경부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도하 개발 어젠다(DDA)협상 여부에 따라 농특세 존폐 여부를 신축성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단서조항을 덧붙인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그러나 협상이 잘되면 농특세가 폐지되고 그 재원이 환급률 인상에 쓰여질 수 있다는 경마팬의 기대는 부질없는 희망일 공산이 크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이미 경험한 바이지만 그보다 몇 배는 고약한 도하협상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예외 없는 관세화를 받아들여 쌀 시장을 개방하는 방법이 있지만 국내 쌀값이 국제 시세의 5배 이상 비싸므로 관세율이 적어도 4백%는 넘어야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는데 반해 칼자루를 쥔 미국은 25%까지 봐줄 작정이라니 말이다.

가슴이 체한 듯 답답하기만 한 일련의 소식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법으로 만료 시한을 정한 목적세의 연장을 부끄러움 없이 자행하는 정부 당국의 후안무치가 가증스럽고 이를 방관만 해야하는 경마팬들의 구부러진 어깨가 안쓰러울 뿐이다. 이 땅에서 경마팬의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차라리 형벌이며 세금의 테러에 무방비 하게 노출되어 있는 슬픈 자화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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