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8/23)  
 누구를 위한 야간경마인가


7월 19일부터 지난주까지 총 8일간 펼쳐진 올해의 야간 경마가 모두 끝났다. 1990년, 혹서기 경주마를 보호하고 경마팬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처음 시작된 야간경마는 초기에 2차 오일파동을 맞아 전력낭비라는 여론에 밀려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IMF를 맞은 98년에도 4일간 시행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97년에는 폐지된 금요경마가 야간 경마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부활되기도 했다.

야간경마는 90년대 들어 경마가 고속성장을 구가하는데 있어서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단위의 팬들을 유입하는데 효과적이었고 레저 패턴의 다양화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경마산업 시장이 변혁의 파도에 휩쓸리는 요즘 들어 야간경마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마팬의 경우, 대다수가 피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질 무렵이면 일찍 자리를 뜨는 가족 팬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직장인은 "마지막 경주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12시가 넘는다"며 "월요일 일하는 데 지장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경마창출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기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마지막 경주를 마치고 장구를 정리하여 퇴근하면 자정이 가깝다. 다음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조교를 나오려면 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서 상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야간의 위험부담에 따른 인센티브를 따로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조교사나 마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의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지만 사고를 대비한 경주마의 재해보상금이 특별히 마련된 것도 아니다. 마필관리사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온갖 잡일까지 마치고 나면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아예 퇴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 기간에는 안전사고 발생이 높아진다. 전국 사업장별 산업 재해율 1위의 불명예를 지탱하는 원천이 야간경마다.

야간경마를 시작하고 나서 경마처는 애초 한 달로 예정된 기간을 연장하자고 나왔다. 5월  말부터 검토해 오던 계획을 각 관련단체에 전달하고 재빠르게 추진을 서둘렀다. 당시는 회장이 공석이었고 지금의 회장이 된 당시 부회장은 대외적인 업적이 필요할 때였다. 참모들은 야간경마가 매출이 늘어나니 떨어진 손실을 만회할 좋은 기회라고 부채질했다. 그러나 관리사들은 이 같은 제의를 거절했다. 이틀만이라도 연장해주면 35만 원의 성과급과 월요일 휴무를 보장한다는 달콤한 미끼를 던졌지만 이들은 8월 10일 열린 긴급임시총회에서 67.5%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그 이유가 앞서 지적한 대로 안전사고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마사회가 의도했던 매출액의 증가는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주간에 실시된 올 상반기 경마 일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651억 원. 그렇다면 8일간 치러진 야간경마의 하루 평균 매출은 얼마나 될까. 겨우 619억 원이다. 늘기는커녕 오히려 하루 평균 32억 원이 줄었다. 기간을 연장하여 매출을 늘려보려 했던 마사회의 허둥거림은 잘못된 망상이었고 야간 경마가 매출증대의 공신이라는 지난날의 근거는 이제 믿지 못할 자료가 되어 버렸다. 참고로 2000년도 주간평균은 430억 원이었지만 야간 평균은 528억 원이었다.

오히려 경마장이 야간에 문을 연다니까 경륜은 기회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각 마사회 장외 지점에 판촉팀을 파견해서 주말 오전 11시 20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잠실 벨로드롬으로 오라고 경마팬을 유혹한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경륜장의 매출이 급증했고 예상지 업체와 매점들이 특수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명분과 실속을 경쟁업체에 모두 제공한 꼴이다. 야간 경마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자고 하면 마사회는 일본, 홍콩을 비롯하여 남미 국가에서도 성황 중이라고 보도자료를 내 놓을지도 모르지만 발빠른 마케팅을 펼치는 경륜, 경정이 왜 야간경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지를 살펴볼 일이다.

경마장 사람들 가운데 야간경마에 즐거워하고 혜택을 받는 계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내년도 개최 일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유가 될 것이다. 맛도 없고 비싸기만 한 식당과 매점 주인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반라(半裸)의 차림으로 밤무대를 연상시킨 행사업체만이 야간경마의 수혜자라면 이제는 재고해야 한다.

전부터 1900미터 경주의 코너별 기록은 출발지를 조정하는 바람에 오류투성이가 되었다는 지적도 야간경마의 부작용이다. 안전을 우선한답시고 조명이 그나마 나은 외주로로 돌리는 바람에 해당거리 기록은 쓸모없는 숫자가 된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올해부터는 출발지점을 100미터 앞당겼다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경마팬들에게 물어 보라. 거액을 낭비하는 '경마 이미지 업 프로젝트'나 뜬구름 잡는 '경마팬 성향조사'보다도 야간경마 선호도 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 당연한 고객 서비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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