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9/20)  
 마사회 VS 전문지 전투 관전평

한국 경마사상의 초유의 자의적 예상전문지 발행중단 사태는 무엇을 남겼는가.
지난 6일, 전문지 협회가 마사회의 출마표 개편방침에 반발하여 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발행을 중단하겠다며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고 다음날부터 발행을 재개함으로써 올 상반기부터 작업이 진행되어 온 마사회 판(版) 예상지와 기존의 전문지 간의 파동은 일단락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액면 상으로 보면 전문지 측의 참패가 완연해 보인다. 일단 개편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발행 중단을 번복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 발행 중단에 따른 막대한 금전적 손실만을 자초하고 물러앉았다. 거기에 덤으로, 자기들의 생존권 확보만을 앞세워 경마팬을 볼모를 삼았다는 원성과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경마판의 거의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경마팬과 전문지와의 사이 역시 애증의 관계다. 기억과 추리의 게임인 경마에서 자료의 제공과 안내를 전담해 온 전문지가 그동안 경마팬들의 반려자가 되어왔다는 역할론과 단순한 포맷만을 고집하고 자기 계발과 투자에는 인색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불만에서 비롯된 무용론이 그것이다.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팬들은 이번 중단 사태를 계기로 불편을 초래한 전문지를 힐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채 수익구조의 개선을 위한 가격인상만을 일관해 옴으로써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경마팬들에게 전가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전문지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무가지(無價紙)인 마사회 출마표와 비교되면서 증폭되었다는 지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명분이었다. 마사회를 상대로 한 투쟁에서는 생존권과 지적재산권과 그간의 경마 대중화와 매출신장에 대한 공헌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었지만 소비자인 팬을 상대로는 마땅히 내걸 명분이 빈곤했다. 그나마 시행체의 경마정보 제공이 팬을 위한다는 데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것이었지만 일단은 밀리는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마사회의 일방적인 완승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가뜩이나 매출액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추석을 앞둔 대목 장사가 죽을 쒔다. 보통 추석을 앞둔 경마 일에는 이전에 비해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추세였다. 발행이 재개된 일요일의 매출이 631억에 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전문지 대다수가 발행 안된 6일에는 487억에 그쳤다. 통상 일요일에 비해 토요일의 매출이 적은 것을 감안해도 최소한 50억 이상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만 했다.

물론 영업감소를 부담하면서도 전문지 측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은 경마팬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오히려 전문지의 위상과 위력을 확인시켜 준 결과였다. 전문지가 없을 경우 팬들의 소요사태까지 예상한 마사회는 경찰 병력 1개 중대를 배치하고 경비업무를 강화했으며 평소 친분이 있는 전문지업체를 상대로 발행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구조조정 때 마사회를 퇴직한 전(前) 간부직원이 설립한 경마예상 업체의 유인물을 각 지점의 안내데스크에 비치해주는 특혜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왜 예상지가 없느냐?"는 팬들의 문의에 모든 탓을 전문지 측에 돌릴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번 파행에 마사회가 책임질 부분은 협상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원만하게 풀 수 있었던 이번 파동을 감정적으로 대처하면서 오히려 불신의 벽을 높였다는 것이다. 경마 전문지 관리 규정마저 폐지한 마당에 마사 지역 출입 및 취재활동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전문지의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화풀이하는 것도 경마 시행체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었다. 납득할 수 없는 또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경주결과의 책임 부담을 어느 정도 대행해 온 전문지의 역할을 마사회가 모두 떠맡겠다는 의도라면 몰라도 말이다.

예정보다 일찍 선을 보인 까닭에 미흡할 것으로 예측은 됐지만 그 정도의 책자를 만들려고 전문지와 싸웠느냐는 조소(嘲笑)는 기존의 전문지를 대체해주기 바라는 팬들의 기대심리를 대변한다. 따라서 당일에 배포되는 마사회 책자의 시공간(時空間)적 불편함과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내려 받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레이저 프린트가 필요하다는 비용의 부담과 가장 중요한 정보의 양과 그 범위를 어느 정도 입맛에 맞출 것이냐는 점은 두고두고 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 파동의 교훈은 기존의 전문지가 새롭게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팬들의 준엄한 권고와 팬들의 권리를 위해 개편한다는 마사회 책자가 요구를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지 가격 인하를 위해 공판제 등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편집과 내용의 충실도를 높여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편, 마사회는 유통구조를 방치하여 부당한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것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팬들에게 돌려야 하며 꾸준한 정보 확대를 통해 출마표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명분과 실리의 전투에서 패배한 양측 가운데 누가 판정승을 거둘 것인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경마소비자인 팬들의 정서는 누가 더 우리를 위하느냐는 심리적 우호 감을 바탕으로 신뢰하게 마련이며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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