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10/25)  
 마권 구매상한제의 해법


경마팬의 베팅 금액을 제한하는 소위 마권구매상한제가 도입된 것이 84년의 일이었으니 내년이면 20년이 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 전에는 법으로 상한을 정하지 않았다. 무제한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표현대로 '고객 1인당 발매 상한선'을 왜 50만원으로 정해야 했을까.

84년은 발매 환급의 전산화가 이루어지면서 마사회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천억을 돌파했고 당기 순이익도 100억을 넘은 때였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도 우리 경마는 고도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영등포와 마포에 지점이 개설되면서 입장인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따라서 과열을 방지하고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정부의 지시였는지 마사회가 알아서 기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듬해 다시 3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되었고, 불과 1년 만에 또 20만 원으로 줄었다. 그러던 것이 10년 만인 94년에 10만 원까지 내려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본격적인 최초의 언론사 이름을 건 대상경주에 일간 스포츠가 참여한 때가 83년이었으니, 언론이 경마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도 상한액이 정해질 무렵이라고 보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후 언론은 기회가 있을 대마다 이 제도의 타당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으며 경마의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한 명분으로 설명하기에는 과도한 조치였다는 평가를 내려오고 있다.

당사자인 경마팬들도 최근 들어 활발해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에는 없는 무소불위의 악법이며 구매의 용이성을 제한받아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형편이다. 또한, 자신들이 과욕 때문에 절제를 못하는 노름꾼으로 지목당하는 꼴이라며 인권의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유명무실해진 제도를 방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항의도 있다. 실제로 10만 원 한도의 마권을 창구를 돌며 구입하면 수 천만 원까지 구매가 가능한데 그럴 바에야 번거로움을 없애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막연하게 잘못 알고 있던 것 즉, 한 사람이 한 경주에 10만 원 이상 마권을 살 수 없게 규정되어 있느냐는 점을 짚고 넘어 가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불법 구매가 되는 셈이며 이를 방치한 판매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남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승마투표 약관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1인당 1회에 구매할 수 있는 마권 구매액은 10만원까지' 라고 되어 있다. 한 번에 10만 원까지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일 회 한도만 지키면 수 차례에 걸쳐 얼마를 사든지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마권 관련 소득세법에 10만 원 이상의 적중마권에는 22%의 기타소득세를 추가로 공제한다는 조항 때문일 뿐이지 고액 구매가 불법이나 위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4일부터 9월24일까지 경마장을 이용한 성인남녀 2,500명에게 마권구매상한제를 폐지해야 해냐고 물었더니 52.2%가 그러지 말라고 응답했다. 철폐해야한다는 대답은 26.6%에 그쳤고 오히려 상한액을 더 낮추라는 요구도 10.5%나 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그 동안 많은 경마 관계자들이 팬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상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반해 정작 팬들의 입장은 다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의 경마팬들이 상한제의 폐지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지난해 판매된 마권을 금액별로 살펴보았을 때 5만 원 이하의 소액 배팅이 82.4%를 차지했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5만 원 이상 10만 원 미만은 17.6%에 불과하고 10만 원을 꽉 채운 마권구매는 3~4%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한제는 없어져야 할 한시적 제도라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이 제도의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고액 구매가 현저히 줄어들고 자기 분수에 맞는 소액구매가 주류를 이루어 실제로 그런 규정이 먼 옛날에 있었느냐고 반문할 때가, 경마가 진정한 레저로써 자리잡는 날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절제가 가능토록 하는 경마의 시행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존폐의 논의는 급하지 않은 일이다. 고액 구매자의 불편 때문에 자기 절제가 안 되는 초보자들의 패가망신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절제가 지극히 힘든 도박 게임에서 의지가 박약해지는 상황을 개인의 전적인 잘못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마권구매 상한제가 반강제적인 제약으로 작용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상한제를 폐지하는 대안으로 제시된 마권구매 실명제의 도입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영구계좌를 확대하여 실명제를 할 경우 현재 발매원을 통한 구매에 약 7초 정도가 소요되는데 반해 최대 4배에 이르는 15~30초가 필요해짐으로써 구매행렬의 정체성이 극심해지게 되고 이는 또 다른 불만을 야기하게 된다. 더욱이 익명을 선호하는 팬들을 이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
마권구매상한제의 순기능은 아직 장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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