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5/17)  
 본질은 기수협회의 내분이다



지난해 월드컵의 함성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한국 축구가 기적을 만들 무렵 서울 경마장 기수협회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회장 선거에서 1표의 코 차이 승부로 안병기 후보가 당시 홍대유 회장을 제치고 제 2대 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처음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도입하면서 공약을 내걸고 정견을 발표하는 등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한 당시 선거에 많은 경마 관계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패자도 결과에 승복했다. 승자도 자만하지 않고 조직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협회를 이끌어 가겠다는 겸손을 보였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선거의 후유증을 수습하지 못한 채 반목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의 공적인 업무가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이기주의에 억압당하는 분위기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 집행부의 업무 추진에 있어서 사사건건 간섭과 제동을 받는 것이 전, 현 집행부 간의 불화 때문이며 안병기 회장이 우유부단하고 리더쉽이 없다는 바깥의 평가도 따지고 보면 소신을 펼칠 수 없게 발목을 잡는 분파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사태라는 주장도 있다. 집행부의 교체를 가져 온 결정적인 계기가 된 홍 전 회장의 리베이트 사건에서 빌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당시의 사건은 그가 초대 기수협회장으로 재직하던 98년, 협회 기금을 금융권에 맡기면서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법원에서 4,300만 원의 추징금과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이다. 그는 리베이트 모두를 기수들의 후생복지와 같은 공적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협회에서 추징금과 벌금을 변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협회의 고문 변호사는 리베이트가 공금으로 유입된 흔적이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전용된 관계로 협회가 대납해서는 안 된다고 자문했다. 이에 따라 현 집행부는 법률적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 짓고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럼에도 그의 요구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사회 재정위원회가 리베이트 사건의 처리를 놓고 제재시효가 끝났으니 처벌 안 한다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와도 품위 손상을 이유로 들어 면허를 박탈하던 마사회가 무슨 사유에선지 잠시 정신이 나간 사이에 다시 추징금을 대납해 달라고 그는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현재 기수회관 휴게실의 집기들도 보험사에서 받은 것이니 리베이트라며 억지를 부렸고 자신의 재임 시절부터 이어져 온 기수 소득 연말 정산의 부당성까지도 문제 삼고 나섰다. 오히려 자신을 포함한 전체 기수 모두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는데도 "막 가자"고 나선다는 것이다. 또한, I 모 기수를 시켜 불태워 버린 부정경마 관련 도청 녹음 테이프 사건을 새삼스레 거론하며 대다수 협회원들에게 협박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에 "경마문화"가 기수협회로부터 언론 탄압을 받고 있다고 항변하고 나선 사태의 이면에도 해묵은 앙금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많은 기수협회원들은 홍 전 회장의 전임시절 경마문화가 취재의 편의를 비롯한 특별 대접을 받아왔다고 여기고 특혜의 오해 소지가 있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공정하게 모든 예상지에 조건을 할애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기로 방침을 정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복마전의 모습인 기수협회에는 그러나 산적한 당면과제가 너무도 많다. 벌써 유명무실해진 소속 조 기수의 의무기승제에 대한  대처 방안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소속 조와의 불화 때문에 자기 집 말을 못 타는 기수들의 사태 해결을 위해 협회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재결의 심판 판정에 대한 협회 차원의 권익 보호와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이고 영예기수 심사제도의 근본적인 보완책 마련과 상급 법원의 성격을 띤 재정위원회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개선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사익(私益)에 얽매여 이전투구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의 현명한 처신이 난국을 푸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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