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6/21)  
 마사회장과 탁구협회장


비교적 경마에 정통한 외부인사라는 칭찬도 있었지만 정부 여당의 정치인 신분이며 대통령 선거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의 낙하산 인사라는 제약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평가를 받는 윤영호 전 마사회장의 재임 시절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북 청송, 영양, 영덕 지구당 위원장의 신분으로 지난 2000년 11월 제29대 마사회장에 취임한 그는 부임 초부터 업무 추진비를 영양의 '실비식당'에서 지역구 관리를 위해 사용한 것이 드러나 도덕성을 의심받았다. 마사회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에 공금을 사용함으로써 이듬해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손태인 의원에게 업무 추진비를 물어내라는 호통을 들어야만 했다.

취임 초부터 휘청거렸던 그가 지난 3월에는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탁구계는 기립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 동안 회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갈팡질팡해오던 탁구계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남북 탁구 단일 팀을 구성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고 있다는 기대는 더욱 아니었다. 마사회장으로 재직중인 그가 어마어마한 찬조금을 보따리에 싸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마사회의 기부금은 크게 공공 기부금과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 법인에 지원하는 지정 기부금으로 나뉜다. 그런데 지난해 9억여 원에 불과하던 체육단체 기부금이 올해는 세배에 이르는 27억여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를 위해 지난 해 12월 11일에 제 10차 이사회가 열렸다. 2003년도 사업예산에 탁구협회 운영관련 출연기부금을 추가로 편성하기 위함이었다. 즉, 탁구협회에 15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5억여 원이 지급되었고 연말까지 10억 원을 추가 제공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례를 벗어난 거액 지원은 공익을 가장한 선심 쓰기이며 그 대가가 탁구협회장 자리라는 것은 당시 윤회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간판 따기라는 내부의 반발이 있었다. 마사회 직원 출신 이사를 비롯해 노조는 회장 개인의 영달과 국회의원 선거에 유효한 득표 전략이라는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직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더러 회장, 부회장, 감사를 비롯해 2인의 상임이사와 7인의 비 상임이사가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아닌 상태에서 서류를 나눠주고 전원의 찬성 서명을 받았다. 탁구협회는 답례의 의미로 이대섭 마사회 탁구팀 감독을 재무이사로 영접했고 현정화 코치를 이사로 모시는 예우를 갖췄다.

체육단체장을 맡아 진흥과 발전을 위해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대기업 사주를 대상으로 관례화된 일이다. 특히 낙후되거나 비인기 종목에 지원을 독려한 것은 사회적 요청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육단체 전체를 통 털어 지난해 가장 많은 찬조금을 받은 육상연맹에 삼성이 지원한 금액이나 양궁협회에 대한 현대의 기부 액은 10억을 넘지 않는다. 하물며 마사회와 비슷한 성격의 한국전력이 지원하는 배구협회와 주택공사의 근대 5종 연맹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내년 총선에서 그가 출마할 경우 필요에 의해 얻은 탁구협회장이라는 직함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한다면 실보다는 득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사회가 커다란 도움을 주는 셈이고 경마팬은 쌈짓돈을 털어 그의 선거 운동을 후원하는 어색한 꼴이 되어 버렸다. 그 돈이면 휴대폰 통화가 곤란한 신 관람대에 안테나를 충분히 세우고도 남으며 모자라는 마구간을 증설하고 지점의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음에도 제집 살림은 팽개치고 남의 집에 쌀을 퍼다주는 만행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마장의 구태와 악습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잘못에 대해서는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만 한다. 잘못을 방치한 결과가 재발의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경마장이 복마전이라는 오명(汚名)은 선출되지 않은 낙하산 인사들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어 사익에 치우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회장은 사심 없이 경마 발전을 위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공기업 사장을 공모제로 뽑겠다는 참여정부의 인사 원칙대로 엄격한 선발을 거쳐 마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 선정되어야만 한다. 마사회를 개인 금고쯤으로 업신여기는 버르장머리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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