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6/28)  
 야마토 사쿠라 (大和さくら)

어느 나라든 역사적 배경과 민족성으로 독특하게 형성된 주체성(identity)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속성은 국기(國旗), 국가(國歌), 국화(國花) 등에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예컨대 미국은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국호와 성조기에서, 중국은 中華人民共和이라는 국호와 오성기(五星旗)로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도 일장기, 기미가요, 벚꽃 등으로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주체성은 일본인에게 특히 강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들에게 일본(日本)이란 한자를 읽게 해 보면 사용상 구분의 원칙이 없는 '니혼(にほん)' 과 '닛폰(にっぽん)' 가운데 국가 의식이 강한 국수주의자들은 언제나 '닛폰'이라고 발음하는 특성이 있다. 가두선전이나 시위에 나선 우익단체는 늘 '닛폰'이다.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경향과 의식이 더욱 강해지면 이른바 '일본적 정신' 또는 '투혼'을 뜻하는 '야마토 다마시'(大和魂)에까지 이른다. 전쟁 중에는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전투구호'로 쓰였고 평화 시에는 국가대항전의 '응원구호'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야마토는 나라(奈良) 지방에 도읍을 두었던 일본 최초의 통일 정권으로 '日本'이라는 국호가 생기기 전에 부르던 이름이다. 그래서 일본의 우익주의자들은 국가의 정통성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 명칭을 선호한다.

한편, '사쿠라'라 하면 쉽게 일본의 나라 꽃(國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벚꽃은 옛 일본 왕실의 상징적 꽃이었으며 한꺼번에 활짝 피었다가 어느 순간 미련 없이 사라져버리는 습성이 자신의 목숨을 나라를 위해 버렸던 옛 무사들의 기질을 닮았다 해서 사무라이 정신으로 연결된다. 일본의 무사는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을 요구받았는데 벚꽃이 주저 없이 한 순간에 지는 모습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그것을 아름다움으로 느끼는 정신 풍토가 일본인의 이상으로 집약된 말이다. 그래서 '꽃은 벚꽃이요 사람은 무사'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야마토사쿠라'라 하면 일본의 민족 정신을 가리키는 이데올로기가 된다. 한가지  예로 든다면 이 같은 그들의 이념은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음모에까지 연결되고 있다. 지난 99년 중의원(衆議院)을 통과한 '신(新) 가이드라인' 법안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래 헌법상 포기하였던 교전권(交戰權)을 다시 확보할 수 있도록 법률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었다.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반도와 중국을 겨냥한 안보체제라는 점에서 주변국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에 맞춰 실시하는 군사훈련의 명칭이 바로 '야마사쿠라'인 것이다.

그 일본적인 이념이 서울 경마장을 누비고 있다. 35조 하재흥 조교사가 관리하는 경주마 '야마토사쿠라'는 지난 달 데뷔전에서 우승을 하고 이 달 7일의 두 번째 출전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원래 일본에서 대상경주에까지 출전한 이 말은 정읍의 킹스필드 목장에서 번식용 말과 함께 들여와 국방부장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의 마주 소유가 되었다.

하지만, 한 네티즌에 의해 부적절한 마명의 뜻이 알려지면서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당연한 주장이다. 97년부터 외국에서 경주경험이 있는 수입마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국제협약에 따라 마명 변경을 할 수 없었다면 한국마사회 등록규정대로 특정집단의 이념(ideology)이나 주장을 뜻하기 때문에 '야마토사쿠라'는 마명으로서 부적당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정하여 등록을 받지 않았어야 옳다.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는 편협한 주장이라 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도 민족의 정서가 있고 국민 감정이 있는 법이다. 평소 축구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한·일 전이 열리면 열 일을 제치고 우리 팀을 응원하는 사람을 국수주의자로 몰아붙이거나 옹졸한 내셔널리즘으로 매도하진 않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무궁화 배 대상경주에 그가 출전하여 우승이라도 했다면 신문 방송으로 결과를 접한 일반 국민은 다음과 같이 반문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꾸라가 무궁화를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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