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7/19)  
 신임 마사회장에게 바란다 ① - 경마를 산업으로 이해하라


공석인 마사회장 자리에 농촌과 환경 등 시민운동을 해 온 인사가 내정되었다는 소식은 축하하고 감사할 일이다. 축하의 이유는 경마 80년 역사상 29대를 거쳐간 역대회장 가운데 첫 번째 재야 인사라는 점에서 그렇고, 감사할 까닭은 정치권의 눈치 안보고 사회 정의를 위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다. 물론 그가 확정되어 임명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처럼 개혁적인 인물을 내려보낼 수 있는 참여정부의 참신성에도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신임회장에게 마사회라는 거대 조직이 결코 만만하고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80년을 이어 내려 온 관료의식의 도도함이 있을 것이고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관련단체와의 알력들이 쌓여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신임회장은 난제를 해결하고 경마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부임하는 것이다.

출근을 시작하는 마사회장의 첫 임무는 마사회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마철학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매출액이 7조 원을 넘어섰지만 경마를 산업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박이냐? 레저냐?'라는 진부한 질문과 케케묵은 대답만을 반복하는 마사회의 샐러리맨들을 먼저 색출해내야 한다. 지난해까지 기록한 엄청난 매출을 자신들만이 수고해서 이룬 업적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책상머리의 사람들이, 카지노를 비롯한 동종업종의 등장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선진 경마 국의 사례를 인용해 대책을 세우는 일에 무심한 것은 물론이고 지금의 재미없는 경마를 방치해서 경마팬의 발길을 돌리게 한 잘못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무능력과 뻔뻔스러움을 단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경마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문가는 없고 휴일 근무수당이 인상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월급쟁이들만 마사회에 바글바글 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해소하는 길이며 경마발전에 공헌은 고사하고 도움이 안 되는 자들을 대상으로 능력위주의 엄정한 평가를 거친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는 충고를 되새기는 방법이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인물을 배치하는 인사의 기본원칙을 위해서는 마사회 조직 내에 형성되어 있는 파벌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마사회 내에는 세 개 정도의 파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8년 무렵까지 대세를 장악했던 김덕락 파(派)와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밀어내고 득세한 조파(趙派) 그리고 윤영호 전 회장의 후광 아래 주요 핵심부서에 오른 윤파(尹派)로 나눌 수 있다.

문민정부 시절까지 군(軍)의 요직을 독점했던 하나회처럼 힘있는 자리를 나눠 갖는 세력으로 볼 수 있는 마사회의 족벌체제는 자기 사람을 요직에 기용하고 힘을 키워나감으로써 소외된 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조직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비능률을 생산하는 사조직이다. 이러한 파벌의 폐해는 줄서기를 강요하고 인사와 보직을 농단함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단합을 저해한다는 점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98년 구조조정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지난주의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모든 잘못과 막대한 피해를 경마계에 고스란히 전가한다는 사실이다. 첫째가 5년간 유휴 노동력에 대한 법적 보상금이 50여억 원에 이를 전망이며 둘째는 서열이 뒤바뀐 보직인사 때문에 경쟁산업과 대응하기에도 벅찬 인력들이 불협화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조직력을 낭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지금의 아픈 상처는 파벌을 조성한 사람은 물론이고 묵인하고 방조하고 독려한 고위층의 인사 모두가 경마의 철학을 갖지 못했던 때문이다.

경마팬들의 피와 땀과 가산탕진의 대가로 지금의 경마 번영을 이루었고 6.25동란 중에도 전국각지 뿔뿔이 흩어진 말들을 모아 경마를 치른 조교사, 기수가 우리 경마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공헌했다면 이제는 그들을 보살필 때다. 매출증대와 경마의 대중화를 위해 마치 마사회의 영업사원처럼 노력한 경마산업 종사자들을 동반자적 관계로 예우해야 한다. 목숨걸고 말 타는 기수와 산업재해 전국 1위의 불명예에 신음하는 마필관리사들에게 응분에 걸 맞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복지부동하고 안위만을 걱정한 무능력 마사인들을 이제는 물러가게 해야 하며 철학도 없고 정책도 없이 경마를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뇌충들을 가려내어 집으로 보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한쪽의 피해만을 고집하는 정책은 거대 공기업의 폭력이며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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