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4/06/23)  
 마사회장, 이젠 물러날 때

지금 마사회는 겁없는 불량배가 못된 짓을 했는데, 불량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튀진 않을까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감히 상상도 못할 보안 책임자의 정보장사에 대한 문책과 그 후에 벌어질 사태에 전전긍긍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마사회 직원이 연루된 경마 정보장사가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고, 감사원의 정례감사가 진행되는 요즘 들어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비공식적이었지만 뚝섬 시절에는 마사회 직원들이 마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월급도 제대로 못 주던 시절에는 이를 막을 도리도 없었고 오히려 불만을 줄일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한집안 식구였던 기수, 조교사, 마사회 직원들이 한통속이 되어 경마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당시의 보안체계를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경마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재정적 여유가 생겼고 경마의 근본은 공정성의 확보라는 대원칙에 충실해지면서 내부자 거래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가 되어 버렸다.

마사회의 공정관리 활동은 부정, 불법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조사하기 위해 76년 4월에 공식적으로 업무부 내에 '안전담당'을 신설한 것이 시초다. 총무과와 경마과에서 경마장 내 질서유지 정도만 담당했던 공정관리 업무가 체계화되고 전문화되었다. 86년에는 경마보안실로 승격되었고 93년에 차장급을 책임자로 하는 보안부를 거쳐 올해부터는 보안처로 재조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 걸맞은 선전을 당부하는 사회적 바램을 거역한 망동이 세상에 알려졌다. 기수, 조교사 등 경마창출자들에게 정보를 요구하고 대가를 동반한 금전 거래를 일삼아 온 것이다.

직위를 이용한 개인적인 치부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특히 부정을 직접 막고 감시하라는 직위의 공직자가 이를 이용해 경마정보를 빼돌리고 시장에 내다 판 행위는 도저히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사회적 죄악이며 배신행위이다. 더구나 부하 직원에 대한 임면권(任免權)을 쥐고 있는 최고 책임자의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한국 경마를 이끌어 가는 마사회장의 도덕성과 청렴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보안부서의 책임자급 간부 직원이 업무와 관련한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그 흔한 사과문조차 없으며, 이번 사건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형식적인 보도자료도 없다. 무조건 '쉬쉬'하며 은폐하고 침묵하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마사회의 오랜 민간요법을 신봉하는 모양이다.

일 년에 16억원을 전화비로 쓰는 마사회가 경마팬들의 마권 구매 전화를 수신자 부담으로 했을 경우에 필요한 월 5백여만원을 그것도 팬들이 적중하고도 안 찾아간 연 30억원대의 미환급을 전용하면 어떻겠느냐는 건의에도 못들은 척하고, 오랜 정성을 들여 어렵게 시작한 경마 생중계를 또다시 20분 후에 방송하도록 함으로써 터무니없는 사설경마의 전체 비용 규모와 디지털 시대 경마팬의 불편과 수고를 맞바꿔버린 무식한 결정과, 경마 세제를 개혁하여 신음하는 경마팬들을 구원하라 했더니 천사로 변장하여 만든 재단을 따라 양로원과 고아원으로만 나다니고, 경마장이란 명칭이 음습하고 부정적이라서 경마공원으로 바꾼 지가 10년이 다 돼가는데도 문광부의 허가를 받은 오락실이 경마장이란 상호를 쓰기 때문에 마사회 매출이 떨어져 걱정이라며 친정인 농림부로 달려가 고자질하는 소심함이 지금의 마사회장이 보여준 전부다.

사람이 인생을 대과 없이 마무리하자면 무엇보다 나서야 할 자리와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잘 가려야 한다 했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낡은 방략(方略)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나 아니면 안 된다'거나 '아직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욕심과 자만은 '아름다운 황혼'을 그르치는 덫이 된다. 조선 22대 정조(正祖)가 일득록(日得錄)에서 "신하가 나아가는 것을 어렵게 여기고 물러가는 것을 쉽게 여기는 것은 조정(朝廷)을 높이고 세교(世敎)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자신의 거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 대목을 새삼 음미할 때다.

아직 마사회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도 공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사회 전반이 난맥인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임명권을 쥔 장관에게만 사과하고 설명할 게 아니라 그에게 우리 경마의 발전을 위한 권한을 위탁한 팬들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라. 그리고 물러나라. 이제 퇴진의 용단을 내려야 될 충분조건이 충족된 것 같아 더 이상 필요조건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때가 됐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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