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수(2003/05/24)  
 [기획연재]馬主를 말한다 ② - 개인 마주제의 탄생 배경



92년 가을의 일이다. 부정경마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다. 9월 22일부터  조교사 12명과 기수16명 등 도합 28명이 외부경마 브로커와 승부를 조작하고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서울지검 특수 2부에 버스로 실려갔다.

그리고 몇 일 후, 당시 기사 달린 그랜져를 타고 다니며 '쏘스경마'의 대부라고 알려졌던 최연홍 조교사가 경마장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그의 죽음은 경마장은 물론이고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여론은 이번 기회에 복마전의 비밀을 말끔히 캐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검찰을 독려했고 수사는 오히려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찰 수사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범위를 확대해 나가자 이틀 후, 이번에는 이봉래 조교사가 준마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의 죽음으로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탄원하고 조기단의 단결을 촉구했다. 사태는 검찰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었고 관계당국은 사태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수사는 종결되었다. 사건은 그 후 3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약식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들끓는 세론 속에 경마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불신과 부정적인 인식은 극대화되었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고 마사회를 포함한 경마인 모두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 당했다. 마사회는 경마환경의 후진성 제거와 아직도 잔존하는 부정 유발의 소지가 있는 제도의 개혁과 경영 쇄신에 총력을 기울여 공정경마를 구현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대통령까지 나서 경마장의 부정요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시정할 것과 마사회의 운영이 방만해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히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금요경마를 폐지했고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탄받던 아홉 군데 민간 장외지점을 폐쇄하고 직영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보장하는 장치 마련을 위해 강착, 실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마필의 인위적인 능력 은폐와 승부조작의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강급제와 묶음번호를 폐지하고 마권구매 예치권의 발행 한도액을 10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밖에도 부정경마의 근절을 위해 전담 부서를 강화하고 단속 인력 및 장비를 충원하며 경마부정 신고센터를 신설하여 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미 추진되어 오던 개인 마주제 전환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당시 마사회가 사건 수습과정에서 일간지에 게재한 사과문에는 부정경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공정경마구현을 위해 마주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개인 마주제란 한국마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마주와 시행체로 이분시켜 마사회는 경마시행권만을 가짐으로써 지금까지 있을 수 있던 부정의 요소를 제거하는 제도임을 재확인했다.

그랬다. 공정경마를 하자는 당위성을 바탕에 깔고 경마에 대한 이미지 제고의 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이 바로 개인 마주제였다.

마주제 개발실은 분주하게 돌아갔다. 마주 모집 공고를 냈다. 사회여론의 주도층을 대상으로 저명 인사들에 대한 영입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상자들은 마주의 신분과 역할에 생소해했고 특히 경마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고인이 된지 오래인 前영국수상 윈스턴 처칠이 서울 경마장에 초대되어 마주를 모집하는 신문광고에 등장하였다. 그는 볼이 처진 특유의 표정으로 우리경마의 위기극복을 위해 그 유명한 지론을 한번 더 얘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수상이 되기보다는 더비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습니다!"

그 덕분이었을까? 어쨌든 원년 441명의 마주가 탄생했다.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는 불행하게도 경마꾼으로 불릴만한 경력의 소유자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 마주제는 그렇게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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